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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걸프렌즈>쓸데없이 쿨한척 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10.


<걸프렌즈>는 관객에게 도발적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발칙하고 도발적이기 보단 허탈한 느낌을 준 영화.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자의 공감대'란 영화 소재에서,왠지 올해 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의 묘한 사랑과 우정의 코드가 연상되었는데,<걸프렌즈><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처럼 흥미로운 코드와 이야기꺼리를 관객에게 제공해주는 영화였을까?
난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병원에서 고민을 상담중인 송이(강혜정)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앞으로 친절하게 관객을 영화속으로 안내하겠습니다'라는 느낌을 주었다.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옆에 두 여자 있었다는 이야기를 이야기속 대사외에 독백등으로 생각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전개.영화는 철저하게 송이 중심으로 진행이 되며,송이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준다.그리고 관객에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나 친절한 나레이션이 송이의 생각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이런 다소 과잉된 친절함을 제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두 가지로 해석하고픈데 한 가지는 이 영화의 원작이 동명소설이라는 점이고,다른 한 가지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2시간이내에 담기엔 상당히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분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적에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 판권을 구입해서 제작을 했을 것이다.내가 원작소설을 안 보아서 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지만,아마도 원작소설에서는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인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한 남자를 공유해간다'는 다소 위험한 발상이 읽는이에게 적절한 심리묘사와 필체로 공감대를 얻었을거라 여겨진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선 2시간 남짓의 런닝타임과 영화적 매체의 제한을 고려해서 각색을 해야하는데,<걸프렌즈>가 선택한 대안은 친절한(?) 나레이션이다.
쉽게 가고 싶었던 걸까?


원작의 소재가 파격적인만큼 내용전개를 중심적으로 이끄는건 당연히 한 남자 보다는 세 여자.이 부분이 <걸프렌즈>에서 관객의 몰입도와 각색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송이(강혜정),세진(한채영).보라(허이재),이 세 명의 캐릭터를 이끈 배우들,그 중심에는 강혜정이 있다.
영화는 송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하니 강혜정의 개인적 역량,그것도 코미디와 슬랩스틱 스타일의 개인기에 의존하는데 난 이 부분에 심한 의문감을 가진다.분명 강혜정은 능력이 있는 배우이며 캐릭터해석도 좋다.그러나 웃기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런데 최근 주연작들을 보면 다소 안 맞는 옷을 걸친 듯 어울리지 않는 연기를 하며,망가지는게 재미있다는 쪽 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한다.이건 <걸프렌즈>에서도 이어지는데,30대를 앞둔 여성으로서의 불안감을 코믹스럽게 보여주기 보다는 힘겹게 진행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캐릭터 해석을 통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게 강혜정이라면 한채영과 허이재의 연기는 밋밋하다.어찌보면 영화에서 송이라는 인물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면서 판자체를 흥미롭게 이끌어가야 하는 도우미가 세진 과 보라 라는 캐릭터.
관객에게 이해를 하기 힘든 캐릭터에서 완전한 공감대를 얻는 캐릭터로 이끌기까진 힘들더라도,그럴수도 있겠다 정도의 느낌을 전달해 주어야했다.그러나 영화속에서 그녀들이 보여준 거 라고는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이나 영화속 그녀들 표현대로 미친년(?)스러운 발언들,이게 전부다.솔직하게 말하면 괜히 쿨한척 하는 세진,말도 안되는 어리광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보라,그리고 이 여자들이랑 왜 만날까란 생각이 드는 허무맹랑한 송이만 스크린에서 보인다.


상당히 재미있는 대사나 연기도 중간중간 보여주지만 보고나서 허탈감만 밀려오는 영화 <걸프렌즈>.
관객에게 도발적이고 싶어하며 조금은 위험하고 아찔한 발상을 시도한게 영화의 장점이라면,쓸데없이 쿨한척하더니 마지막엔 이도저도 아닌 난장판속에서 공감대형성을 시도하면서 대강 얼버무리는게 이 영화의 단점이다.
난장판까지 오게 된건 장르적 모호함의 결과물로도 볼수 있는데,섹스코미디인지 로맨틱코미디인지 슬랩스틱코미디인지 애매스럽게 장르적으로 발을 걸치기 보다는,조금 더 과감하게 배우들이 몸을 날리는 연기를 하든가 아니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대사나 전개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면에선 <걸프렌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조은지가 분한 현주 라는 캐릭터인데,차라리 현주의 시각으로 본 이해하기 힘든 세 여자의 이야기식으로 각색을 해서 노골적인 코미디로 어땠을까도 싶다.

한 남자를 1/3씩 공유하게 된 세 여자의 흥미로운 우정모임 '걸프렌즈'를 영화적 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고,이해하지 못할 우정모임 '걸프렌즈'로 만든 영화 <걸프렌즈>.친절한(?) 나레이션과 배우들의 개인적 능력에 의존한 전개,원작에서 상황적 설정만 안일하게 가져온듯한 시나리오,감독의 역량과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등 많은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다.강석범 감독은 전작 <정승필 실종사건>에서 영화적 마무리를 완전히 실종하신건가 하는 의문감도 함께 든다.

배우들의 팬들이나 원작을 보셔서 영화적 표현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보시라고 하고싶다.다만 이런 분들외 다른 분들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엔딩크레딧에서 또 다른 엔딩은 NATE에서 <걸프렌즈>를 검색하면 나온다고 알려주던데 그다지 검색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2009년12월17일 개봉


<걸프렌즈>언론시사회가 열린 메가박스 코엑스 M관에서의 제작자,감독,주연배우들의 무대인사 장면.간만에 가까이에서 한번 찍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