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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2011) - 명확하지 않은 존재에 대한 두려움

by 사과랑 2011. 4. 22.



감독: 미카엘 파흐스트롬

주연: 안소니 홉킨스(루카스 트레반 신부), 콜린 오도너휴(마이클 코박), 시아란 힌즈(자비에르 신부), 토비 존스(매튜 신부), 알리스 브라가(안젤린)

 

 이번에 공포영화로 <더라이트:악마는 있다>가 개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 중에서는 오컬트물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일인으로서 오컬트물을 제일 좋아하기도 합니다. 좀비물은 무섭다기 보다는 재미있고, 슬래셔물은 쪽박아니면 대박인지라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편입니다.

 이번 영화 <더 라이트>는 오컬트물의 전형입니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죠. 대체적으로 평이 종교적인 영화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 부분은 제가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더군요.

 




 우선 이 영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7년 바티칸에서 이루어진 퇴마수업을 '매트 글리오'라는 기자가 취재를 한 후 기사형식으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더 라이트>입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대부분이 신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그러니 종교적인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신부들에겐 그 무엇보다 믿음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니깐요.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책이 원작이라는 점입니다.

 

 왜 중요하냐면 공포영화로서는 다소 공포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무섭지 않습니다. '루카스'신부는 말합니다. 목이 돌아가고 입에서 뭔가 분출될거라 생각했냐고.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미 흔히 알고 있는 <엑소시스트>의 빙의현상 따윈 없습니다. 모두 악마에 씌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봤을 땐 그냥 귀신들린 사람정도의 행동입니다. 그래도 영화답게 초자연적인 행동들을 보여주긴 하지만, 감독은 무서움을 전달하는건 그다지 신경쓴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내용은 장의사집 아들 '코박'이 신학대를 입학하고, 좋은 점수를 얻지만 신에 대한 회의 때문에 신학 과정을 포기하려 합니다. 이에 그를 지켜보던 '매튜'신부가 그를 바티칸의 퇴마교육에 추천합니다. 학자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마수업을 받지만 의심과 회의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던 그에게 퇴마교육의 담당인 '자비에르'신부가 '트레반'신부를 그에게 추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코박'은 믿지 못할 현상을 하나씩 겪게되지만, 여전히 그의 불신은 식지 않습니다.

 



 





 영화의 기본 주된 뼈대는 '코박'이 자신의 믿음에 대한 정체성을 깨달아가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코박'의 과거 회상이 등장하고, 여기에 어머니의 죽음으로 다가온 불신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드러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코박'이 불신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대충 보고 있으면 이유를 알 수는 있지만 감독은 초반부터 드러내진 않습니다.

 이는 '코박'의 불신에 대한 이유를 점차적으로 구체화 시켜나가는 건데요. 빙의된 악마의 이름을 불러내는 것과 같이 구체화시켜나갑니다.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구체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인간의 이성으로 명확하게 확정되어져 있지 않는 귀신은 공포의 대상이죠. 모호하고 불명확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이 영화의 근본 소재입니다. 엑소시즘의 기본은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인데(영화에서), 이름이 나오는 그 자체에서 그 악마는 구체화되고 하나의 형상이 됩니다.

 '김춘수'의 [꽃]에서 '김춘수'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은 불명확한 존재에 대해 이름을 불러줌으로서 하나의 대상, 즉 꽃을 만들어냅니다.

 

 악마에게 이름을 알아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죠. 그리고 '코박'은 악마가 하나의 대상이 되는 시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구체화됩니다.

 

 영화는 '코박'의 성장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뭐 이런 장황한 설명답게 매력적인 영화인 것 같아보이지만, 공포 스릴러물로서는 큰 매력이 없습니다. 일단 무섭지도 않고 긴장감도 없죠. 게다가 '코박'을 연기하는 '콜린 오도너휴'는 밋밋하고 존재감도 없습니다. 그나마 '안소니 홉킨스'가 중박정도 해줍니다.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닌 연기를 말이죠. 그나마 왕년에 액션영화와 공포영화에서 활약하셨던 '룻거 하우어'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 라이트>는 성장영화에 가깝고 무섭진 않지만 그래도 오컬트물로서 기본적 재미는 선사합니다. 물론 제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컬트물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재미있게 본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