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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바 특별전 상영작 <포 타임스 댓 나이트>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6. 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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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데이트를 즐겼던 두 남녀. 그런데 여자의 옷은 찢어졌고, 남자의 얼굴엔 상처가 났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는 <포 타임스 댓 나이트>는 마리오 바바 감독이 만든 가벼운 섹스코미디물이다. 장르가 그렇다고 수위 높은 성적 농담을 질퍽하게 하는 재미만 기대하거나, 소동극의 시끌벅적함만 찾으면 곤란하다. <포 타임스 댓 나이트>는 엇갈린 각자의 시점에서 그날 밤의 일을 재구성함으로써 (보는 시점에 따른) 진실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여러 개의 진술, 하나의 사건. 바로 <라쇼몽>의 다중 시점의 차용이 <포 타임스 댓 나이트>의 포인트.

 그러나 다중 시점을 다루었다는 면으로 본다면 <포 타임스 댓 나이트>는 평범한 수준이다. 다중 시점을 통한 밀도 있는 이야기로 비교하자면 <포 타임스 댓 나이트>는 마스무라 야스조의  <아내는 고백한다>나 손영성의 <약탈자들>에 비해 무척 심심하다. 마리오 바바는 <포 타임스 댓 나이트>를 다중 시점이란 형식 위에서 구성을 촘촘하게 직조하기보다는 다중 시점에 대한 은유적 장치물들을 삽입하는데에 집중했다. 오프닝부터 보여주는 데칼코마니라든가, (이런 장소가 있을까 싶은) 두 개의 입구로 구성된 화장실 구조, 붉은색 꽃병을 통해 왜곡되어 보여지는 시각, 각도에 따라 섹시함이 다르다고 설명하던 클럽 여자들의 나체 등, 마리오 바바가 곳곳에 집어넣은 장치물들은 팝아트 배경과 어우러져 구경하는(찾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마리오 바바의 특유의 영화적 인장들이 어떻게 새겨졌나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장르가 섹스코미디물이니 관음적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자신의 다른 작품들보다 더욱 노골적이다. 강조된 붉은색의 사물은 총천역색 팝아트 속에서도 색을 발산한다. 나레이션 등의 화자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마지막 장면에서 박사의 강의에 가까운 장황한 설명은 특히 그렇다). 또한, 마리오 바바의 가장 큰 특징인 다양한 문화의 왕성한 섭취를 통한 장르적 발산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게서 빌려온 다중 시점에서부터 드러나지 않는가! 심지어 마리오 바바 특징 중 하나인 산만한 이야기 전개까지 살아 있다. 빠진 게 있다면 살인과 시체라는 공포적인 요소. 사람이 한 가지 음식만 먹다보면 질리듯, 마리오 바바도 가끔은 살인이 없는 영화를 찍고 싶었던 모양이다.

*1972년/코미디/이탈리아,서독/83분
2011년 서울아트시네마 <마리오 바바 특별전>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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