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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옥보단 3D>에로와 3D의 만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10.



 1990년대 극장가에는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뒀던 작품이 몇 편 있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재기를 보여준 <클리프 행어>라든가, 별 기대 안하고 극장에 걸었다가 엄청난 수익을 거둔 <쇼킹 아시아>등의 기억들. 1992년 극장가를 강타했던 <옥보단>도 비슷한 경우다. 기존 에로물과는 다른 웃음을 주는 이야기의 진행에 더해진 기상천외한 체위와 정사 시퀀스. 하지만 <옥보단>은 여타 홍콩영화들처럼 한국시장에서 장르적 유행을 형성하지는 못한 채, 그저 한시절을 풍미했던 고유명사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2011년, 한 시대의 추억이었던 <옥보단>이 '3D'라는 최첨단 트렌드로 무장하고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3D와 에로의 만남.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영화 산업에서 시장 형성과 소비에 중요한 축은 AV로 대변되는 성인물이다. 비디오 시장과 DVD 시장이 그랬고, 현재 블루레이 시장이 그렇게 진행 중이다. 당연히 3D와 에로(더욱 수위가 강해지면 포르노까지)는 필연적으로 만날 운명이었다.

 <옥보단 3D>는 그런 시대적인 요구에 빠르게 대응한 작품이다. 심지어 중국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모자라 일본AV의 인기배우를 등장시킨다. 그야말로 전방위로 에로 폭격을 감행하는 모습.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옥보단3D>는 몇몇 정사장면이 주는 재미는 분명 있다.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들을 인해전술 식으로 보여주면서 스크린을 나체로 물들이고, 극장 사운드는 신음소리로 울려 퍼지게 한다. 이것들은 3D로 육화되어 꽤 괜찮은 보는 재미를 준다. 추가적으로 조금 영화를 찾아보는 관객(아니면 <옥보단>을 접했던 사람)들이 가질법한 재미(몇몇 영화들의 패러디나 <옥보단>의 시퀀스를 어떻게 차용했는지를 찾아보는)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이야기의 재미가 있어야 상영시간을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상업 영화는 더욱 그렇다. 분명 우리는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지, 포르노를 보러 가는 게 절대 아니다. 2시간을 나체만으로 채울 순 없는 일 아닌가! 그런 면에서 <옥보단 3D>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초반에 유쾌한 성적판타지를 구축할 때는 재미와 함께 3D와 CG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기술적 접근이 보였지만 후반부는 심할 정도로 이야기가 엉망으로 흐른다. 게다가 지나칠 정도의 가학성으로 점철하는 전개엔 혀를 차게 만든다.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해 정리를 해보자면 <옥보단 3D>는 중국 첨단의 3D기술이 에로, 무협, 전통표현(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높게 쳐주는 장면은 오프닝으로, 수묵화를 3D로 보여준 장면이었다)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일정 부분 답을 준 작품이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로는, 다르게 말하면 중국스타일의 에로장르가 주는 재미로 접근해 본다면 이야기가 아주 심심한 편이다. 20여 년 전 <옥보단>이 주었던 이야기의 재미엔 근처도 못가는 수준이다. 그나마 <옥보단>보다 나아진 점은 기술과 접목을 이루었다는 점과 여배우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 정도 뿐이다.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최근 개봉했던 <금병매>보다는 재미있기에 말이다. 이건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 기억에 <옥보단 3D>라는 '고유명사'로 자리잡기엔 턱없이 부족한 완성도와 재미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

*2011년5월12일 개봉

*<옥보단 3D>의 또 하나 인상적인 면은 화면 곳곳을 채워주는 모자이크다. 음부 노출 장면은 예외없이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다. 영등위 심의에서 이건 예술이 아니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화면 둥둥 떠다니는 모자이크 덕분에 과거 회귀를 오랜만에 느꼈다.

*출연 여배우들 가운데 한 명의 외모(내지는 이름)에 친숙한 사람은 일본AV 매니아임이 분명하다. 일반인은 절대 모른다. 2009년 <주온 - 원혼의 부활>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런 사실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말해야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다간 일본AV매니아임을 인증하는 꼴이 된다. 그러면서 마구 적는 난 뭐 하는 짓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