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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라이프>유행어 남발이 망친, 실망스러운 더빙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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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라이프>는 영화 자체로는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가 4년여에 걸쳐 제작비 400억 원를 투입하여 전 세계 7대륙 로케이션에서 포착한 지구 생태계의 삶의 모습이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담겨 있기에 가타부타 언급을 할 필요성이 없는, "훌륭하다"는 표현이 당연한 영화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국내수입사는 <원라이프>의 더빙을 개그맨 이수근과 아역배우 김유정에게 맡겼다(참고로 <원라이프>의 영어판 나레이션은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았다). 이런 선택은 국내 극장가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전문성우에게 맡기면 더빙의 질은 올라갈테지만 언론과 관객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그에 비해 방송 등에 나오는 유명인은 다르다. 영화 시사 후에 간담회를 하더라도 카메라나 동영상 기자들에게 촬영이 되는 등의 언론 노출이 가능하다.

 내가 걱정한 건 연예인의 더빙 참여가 아니라, 더빙판에 유행어를 섞어 영화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였다. 불행하게도 <원라이프>에서 나의 걱정은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 시작부터 "1박~"이란 식의 말을 내뱉더니만 이후에 "소는 누가 키워~"라든가 "공주는 외로워~" 같은 유행어의 삽입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생각해보자. 과연 BBC에서 <원라이프>를 만들 때 저런 식의 더빙을 의도했겠는가?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레이션을 하면서 개그를 했을까? 단언컨대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수입사는 영화의 성격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흥행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유행어가 없었다 해도 고품질의 더빙은 가능하다. 영화를 대하는 인식의 문제다. 배우 안성기가 나레이션을 한 <북극의 눈물>이나 기업인 안철수가 나레이션을 한 <허블 3D>가 이걸 증명하는 좋은 예다.

 굳이 더빙에서 유행어 문제를 지적한 건 국내에 개봉하는 해외 다큐멘터리 영화들에서 고질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질 않기 때문이다. 2010년 <오션스>의 경우엔 정보석과 진지희의 "빵꾸똥꾸"식 더빙은 재미는커녕 짜증만 유발했다. 아이들은 좋아할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반문한다. 내가 갔던 다큐멘터리 시사회(언론-일반)에서 유행어가 나올 때 거기에 호응하는 아이들을 본 기억이 (적어도 내게는)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유행어 삽입인가 생각을 했으면 한다. 저런 유행어가 삽입된 어처구니 없는 더빙이 DVD에까지 한국어 버전으로 들어가 십 년,이십 년 후에도 사람들에게 들려질 거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리고, 제대로 된 인식을 하고 더빙 작업을 하길 촉구한다. 좋은 영화를 수입해서 스스로 영화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안했으면 한다.

*2011년8월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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