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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시2>2003년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2010년의 자화상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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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경계인이라 규정한 송두율

나에겐 <경계도시2>의 리뷰를 쓴다는 것이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영화를 본 지 시간이 좀 흘렀건만, 노트에 끄적거릴 뿐 어떠한 진행도 하질 못했다. <경계도시1>을 보질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영화의 내용을 이해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런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끄적거릴 정도로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거니와, 이 영화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인 스펙트럼의 씁쓸함이 묻어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념의 폭력과 그늘.

송두율 교수. 그는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규정한 학자다. 남과 북,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 경계에서 학자의 위치로 남과 북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사람이다. 경계인을 자처하던 송두율 교수가 37년 만에 고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만, 그는 열흘 만에 '해방 이후 최대간첩' 김철수가 되고, 그는 완벽하게 추락한다. 2003년의 간첩 김철수 였던 그, 2010년 바라본 그는 김철수가 아닌 송두율이다. 무엇이 그를 간첩으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가? <경계도시2>는 그 과정을 따라간 다큐멘터리다.


이념의 리트머스에 뿌려진 민감한 시약

<경계도시2>의 흐름은 송두율 사건의 진행의 흐름과 같다. 독일에서 37년 만의 입국을 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국정원 조사, 검찰조사, 구속과 재판, 그리고 석방. 이 과정들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에 속에 담긴 모습들이 사실의 진행과정이라면, 카메라 너머에 있는 것들, 보이지 않지만 실체가 있는 것들은 이념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여론이었다.

영화가 유심히 본 점은 바로 카메라 너머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송두율 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이념의 중심에 서며, 대한민국의 이념 리트머스에 시약으로 뿌려지는 과정. 그리고 이 시약이 어떻게 왜곡되고, 이용되는지, 이념의 논쟁과 진보-보수의 정치적 헤게모니의 문제로 발전하게 되는 모습을 다룬다. 2003년, 송두율은 경계인인가 아닌가의 논쟁이 아닌, 거물간첩인가 아닌가의 논쟁에 섰던 것이다. 그러나 2010년, 그를 더 이상 거물간첩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잊었다. 마치 이제는 필요 없는 시약이라는 듯.


함께 고민하길 원하는 영화

<경계도시2>는 이념적 논쟁이나 대결에서 어디가 옳고 그르다를 논하는 영화가 아니다. 송두율 사건의 일련의 진행을 들여다 보고, 바라보기를 원한 영화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 사건이 남긴 명암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왜 그는 2003년에는 거물간첩이었으나 2010년에는 거물간첩이 아닌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길 원하는 영화다.

경계인을 인정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 사회. 그 사회에 경계인임을 주장하며 들어온 사람, 송두율. 그를 지지했던 진보세력의 딜레마와 한국사회가 가졌던 레드 컴플렉스.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서 개인이 아닌 전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보다는 전술적이고 기술적인 대결의 전장에 던져진 송두율. 그의 생각에 대해 나 역시 궁금하다. 그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가 바란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경계도시2>는 영화를 보고 어떤 지식을 얻거나, 잘못을 따지길 바라는 영화가 아니다. 단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영화 속 사건을 바라보고 그것은 무슨 의미였나를 함께 고민해보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우리가 할만한 가치가 있는, 아니 꼭 해야 하는 고민일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계도시2>를 극장에서 보길 추천한다. 적어도 극장문을 나서며 마음 한 구석에 무엇인가 한 가지는 얻고 나갈 영화임은 확실하다.

*2010년3월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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