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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자오 7번지>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감이 있는 대만 멜로물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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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접하는 대만 영화

<하이자오 7번지>는 대만 영화다. 대만 영화가 뭐가 있지 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 하나 떠오른 게 <비정성시>. 그래서 내가 접한 대만 영화는 무엇이 있나 네이버 영화 검색 카테고리를 뒤져 보기로 했다. 찾은 영화들이 인형극 영화 <성석전설>, 요란한 코미디 <대소비도>, <헬로 강시>시리즈 나 <호소자>시리즈 등이 내가 접한 전부였다. 홍콩과 공동 제작한 영화들이 있을 테지만 내가 전부를 뒤지기는 힘든 상황이고, 아무튼 내가 접한 대만 영화는 저 정도이다.

이렇듯 드물게 한국에서 개봉하는 대만 영화인 <하이자오 7번지>. 중국이나 홍콩의 영화에는 익숙한 한국관객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대만 영화지만 장르가 멜로물인지라 조금은 친숙해질 요소도 보였다. 게다가 2008년 대만 개봉 당시 5개월 만에 폭발적인 흥행성적을 올리며 대만 영화사상 최고 높은 흥행성적을 거둔 중국어권 영화라고 하니(아마 통합 최고는 헐리우드 영화인 듯 하다) 무엇인가 기대감이 들었다. 최고 성적을 거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60여 년 전 사랑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사랑 이야기

<하이자오 7번지>는 두 가지 이야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60여 년 전 과거의 이야기로 일본인 남자와 대만 여자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담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현재 이야기로 음악에 대한 꿈을 접고 방황하는 대만 남자 아가와 일본 여자 토모코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는 60여 년 전, 일본인 남자가 부치지 못했던 7통의 편지를 통해 이어진다.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 그 마음은 60여 년 전 '토모코'에게 전해지지 못했지만, 현재의 '토모코'를 통해 다시 나타난다.

<하이자오 7번지>는 사랑과 그리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음악이라는 요소가 큰 비중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기력하게 살던 아가가 일본 유명가수와의 공연을 위해 급조된 아마추어 밴드에 참여하면서 토모코와의 사랑의 전개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을 위한 밴드의 구성과정 이나 구성된 멤버와의 연습과정에서의 갈등 등 일반적인 음악영화의 진행방식은 가볍게 양념으로 쳐지는 수준일 뿐이다. 아가와 토모코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한 매개체,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 그러나 역사관을 넣으면 조금은 민감해지는 사랑이야기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하이자오 7번지>는 산만하다. 밴드, 아가와 토모코의 사랑, 60여 년 전 러브레터, 이 세 가지 이야기의 중심축들이 굳게 자리잡았다기 보단, 기우뚱거리는 느낌이 크다. 어쩔 때는 밴드에 대한 영화인가 싶다가, 어쩔 때는 사랑에 대한 영화인가 구별이 힘들다. 그러다 보니 마무리는 그다지 연습 없던 밴드가 너무나 훌륭한 연주를 하면서 마무리를 하며, 사랑의 완성을 위한 징검다리 외의 역할을 못한다. 또한 아가와 토모코의 사랑이야기에 더해진 60여 년 전 일본남자와 대만여자의 사랑과 부치지 못한 러브레터 7통, 나에겐 이 표현방식도 그다지 애절하다거나 와 닿는 느낌이 없었다. 7통의 러브레터가 현재의 사랑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미가 보이기 보단 쌩뚱맞거나 억지로 연결을 시킨 듯한 느낌이 강했다.

다만 <하이자오 7번지>에서 흥미로운 점은 역사관을 끌어다가 영화에 넣으면 묘한 관점이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당한 대만, 60여 년 전 일본 남자가 대만 여자에게 쓴 러브레터에는 패전국의 국민으로서의 입장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현재의 대만 남자와 일본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도 그저 사랑이야기로만 보면 순수한 연애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역사관을 가져다 넣어보면 조금은 민감한 이야기로 발전이 되는 소재다. 대한민국에서 <하이자오 7번지>에 나온 코드대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연애물을 만든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보는 대만 영화, 그 외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하이자오 7번지>에 대한 내 기대는 만족으로 돌아오진 못한 수준이다. 멜로 영화로 보든, 음악 영화로 보든 둘 다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상황전개가 급 전개하는 양상에도 당황스럽기도 했으며, 중국어권 문화 특유의 시끌법적함까지 더해진 산만함에 정신도 조금 없었다.

정확히 어떤 느낌이나 정서를 전해 줄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하이자오 7번지>는 진부할 뿐이었다. 대만에서는 어떤 이유로 흥행에 성공했는지는 내가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조금 힘들어 보인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보는 대만 영화라는 것 말고는 큰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0년3월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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