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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B급 블록버스터의 향연- 차우(2009)

by 사과랑 2009. 7. 24.

감독: 신정원

주연: 엄태웅(김순경), 정유미(변수련), 장항선(천포수), 윤제문(백포수), 박혁권(신형사)

 

 2004년도에 '임창정'이 주연을 맡은 호러영화가 있다. 바로 <시실리2km>. 전체적 구성은 호러물이긴 하지만 자세히 헤집고 들어가면 호러물은 커녕 3류 영화같은 온동네 시끄럽고 정신산만한 코믹물이다. 이 정신산만한 코믹물은 제대로 웃겨주긴 했었다. 게다가 '권오중'의 살신성인하는 모습과 인간들의 탐욕 등이 이래저래 잘 배합되었던 영화였다.

 <시실리>는 공포영화의 틀을 쓰긴 했지만 우선 주연배우가 '임창정'인데다가 '권오중'의 등장이 자연스레 코믹할거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 <차우>는 어떻게보면 개봉하기 전까지 멧돼지라는 괴수물과 스릴러의 혼합이라는 영화로 착각할 정도로 홍보는 코미디라는 점을 쏙 빼고 시작했다. 한마디로 이 영화를 스릴러영화라고 생각하고 본 초반 관객들은 낚인 셈이다. 티져 영상이나 포스터, 심지어는 광고문구가 모두 스릴러 괴수물로 오인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순 없는건 괴수물도 맞고 스릴러도 맞다. 여기에 코미디가 빠졌다는게 가장 큰 점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장르를 떠나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외국기술에 맡겼던 멧돼지의 CG에 있었다. 이번에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를 자연스레 커버하고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코미디다.

 

 <차우>는 스릴러적 요소들을 충분히 잘 배합시켜 놓고 있다. 초반의 희생자와 중반까지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식인 멧돼지. 여기에 마지막으로 고립된 상황과 장소 설정은 스릴러적 요소들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장치들이 실질적으로는 긴장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데 있다. 즉, 장치들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초반에 존재를 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범인이 멧돼지임을 알고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모습이 제대로 어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소란스럽고 산만해서 긴장은 커녕 한 숨만 나올 뿐이다. 이러한 모든 스릴러적 요소들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다보고 나면 결국 감독이 원하는 것은 손에 땀이 나는 긴장감이 아니라 자지러지게 웃게할 코미디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결국 긴장따위는 필요없다는 말이다. 그냥 애초부터 웃자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등을 말해주는 듯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러한 이야기도 부질없는 짓이다. 겉보기에는 젊잖고 실력좋은 형사인 듯하나 결국엔 몰래 훔치기만 '신형사'처럼 이 영화는 멋들어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멧돼지 CG의 부자연 스러움은 이 영화를 더욱 나락으로 끌고가는데, 결국 많은 돈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돈만 많이 든 B급 영화가 되어버렸다.

 상황과 캐릭터가 과장스럽고, 그들의 연기마저도 과정이다. 이 B급 정신을 가진 이 영화가 블럭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는 못하지만 확실한 것은 컬트로서 오래도록 회자될 영향력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컬트가 되기엔 관객이 100만을 넘은 상태인지라 컬트물은 안될 듯 싶지만, 확실한 것은 이 B급 블럭버스터는 한편의 만화처럼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