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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국가대표 (2009, 김용화)_후반부 스펙터클에만 집중할 것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4.
국가대표 - 6점
김용화

제목부터 진하게 애국심을 자극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우생순>의 성공 이후 비인기 종목 스포츠 선수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휴먼 드라마는 일단은 긍정적인 관심을 모은다. 지난 달에 개봉했던 <킹콩을 들다>도 꽤 흥행에 성공한 것 같은데 <국가대표>도 나름대로 소구하는 관객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영화 전반을 통해 묘사되는 스키점프 장면은 정말 볼 만 했다. 눈쌓인 슬롯을 속도감있게 미끌어지다가 공중에 솟아오를 때, 환호하는 관중들을 저 발 아래 두고 번쩍거리는 카메라 플래쉬를 즈려밟는 기분으로 다시 착지할 때, 카메라는 각 인물의 시점샷을 비롯해 다양한 앵글로 경기의 박진감을 잡아내는 데 충실하다. 그리고 쿵쿵 가슴을 울리는 메탈풍의 배경음악도 관객의 심장을 들었다 놓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기까지 참아야 하는 영화의 전반부는 그야말로 '안습'이다. 저마다 사연없는 캐릭터는 없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고 멤버 간의 갈등 요소도 공감보다는 실소를 유발한다. 특히 영화의 시작 부분에 각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부분에서 극중 해외 입양아로서 엄마를 찾기 위해 방송에 나온 차헌태(하정우)의 대사에 따른 각 멤버들의 상황을 배치해 모자이크처럼 소개하는 씬은.. 너무 산만해서 집중하기가 힘들다. 남자들만 버글대는 스키점프 훈련소에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 감독의 딸(이은성)은 옥장판 피라미드를 하거나 소주 팩을 애음하는 등 엉뚱한 언행으로 시선을 끌기는 하지만 영화 속 설정처럼 매력적으로 보인다기보다는 현실성 떨어지는 캐릭터에 가깝다. 가장 가관은 하정우의 엄마(이혜숙)가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집 딸인데 그 딸은 집안에 버젓이 손님이 있는데도 일하는 아줌마한테 윽박지르거나 옷을 내던지는 아주 되먹지 못한 악역으로 그려진다. 이런 맥락도 없이 악하기만 한 초딩 만화 속 악역과 같은 캐릭터는 영화의 내러티브 전반에 대한 신뢰감을 흐리게 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킹콩을 들다>에서 경쟁고등학교의 뚱뚱한 역도코치가 그랬던 것처럼) 국가대표 역의 5명과 감독(성동일) 외의 다른 등장인물들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다. 정해진 성격을 재현하기만 하는 밋밋한 주변인물들에 불과하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한 컷 나오는 카메오 마저 톡톡 튀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건만..)



결국 이 영화는 드라마를 포기한 채 웃음과 호쾌한 스포츠장면을 통한 스릴을 이끄는 데 집중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느 (스포츠) 영화들처럼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하나 드라마와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한 만큼 감동 코드도 맥을 추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장점은 있는 영화다. 이만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영화는 사실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어느 부분에 힘을 주고자 했는지도 명확하게 다가온다.(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갑자기 영화 <주먹이 운다>의 엔딩에도 흘렀던 뉴질랜드 민요가 흐를 때 좀 속이 들여다 보이기도)  배우들이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스키점프 연기도 정말 훌륭하고 멋지지만, 또 눈에 띄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도 사실 없지만... 이야기부터 볼거리까지 탄탄한 영화로 기억되기에는 역부족인 것 또한 사실이다. 기교없이 우직한 코미디가 김용화 감독의 장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브라더스>의 이범수나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과 같은 캐릭터를 보는 재미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이 영화를 본 후 가장 좋았던 건 더운 여름 시원한 스키점프 장면을 보며 가슴을 졸이는 스릴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 하지만 이 영화의 산만하고 붕붕 떠다니는 전반부 때문에 후반부 경기 장면의 스펙터클이 그대로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