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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이발관 (2004, 오기나미 나오코)_바가지 머리들의 반항, 귀엽지만 엉성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0.
요시노 이발관 - 6점
오기가미 나오코
일생 불만을 모르던 바가지 머리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드디어 “왜?” 라고 묻기 시작했다!

모든 남자들이 바가지머리를 하고 살아가는 작은 시골마을. 바가지 머리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이 마을 유일무이한 이발관 주인 요시노 아줌마. 아무런 불만 없이 잘 살아가던 이들에게 일생일대 반란(?)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갈색의 찰랑이는 머리를 하고 당도한 전학생!!! 모든 여학생의 관심이 전학생에게 몰리자 촌스러운 바가지머리 때문이라고 생각한 남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헤어스타일에 의문을 품고 바가지머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아이들의 반란이 태동하면서 전학생에게 더욱 조여오는 바가지 머리의 압박.


영화의 도입부, 작은 시골 마을 산천에서 울려 퍼지는 어린 소년 합창단의 '할렐루야'. 그런데 이 아이들 무언가 이상하다. 하나같이 똑같은 헤어스타일, 바가지머리를 하고 있는 것. 그리고 곧이어 아이들의 머리를 검사하고 '통과!'를 외치는 요시노 아줌마가 등장한다. 똑같은 머리를 한 아이들이 똑같은 걸음걸이와 간격으로 길을 걸으며 똑같은 가방을 멘 채 마을을 오갈 때 그들은 마치 태엽감긴 로봇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아이들을 관장하는 이 마을 유일한 이발사 요시노 아줌마(모타이 마사코). 아들인 케이타의 친구들이 매일 이발관에 들러서 소란을 피우며 놀아도 씩 웃으며 과자를 내어주는 아줌마는 마을의 부드러운 권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주의 마을에 도시의 한 소년이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하고 전학을 옴으로써 마을이 술렁이게 된다.


'왜'라는 물음을 갖지 않는 한 사회는 충분히 평화롭다. 불만도 질문도 없이 지금 가진 게 최선이라고 믿고 살아가니까. 그것이 전통과 민속적 요소로 고착이 되고 나면 더욱 깨기가 어려워 진다. 그 아이들이 반드시 그 머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전통'으로 설명된다. 붉은 얼굴의 도깨비가 나타나서 아이들을 잡아가기 때문에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도록 아이들의 머리를 똑같은 스타일로 통일시켰다는 것. 하지만 도시의 소년은 천편일률적 헤어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이 당당히 '인권 침해'라 주장하고 헌법을 들먹이며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친구들을 선동한다. 소년은 당돌하게도 동네 어른들의 수군거림과 비난을 참아낸다.(소년의 어머니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바가지들은 바가지끼리 놀고

도시에서 온 소년은 여학생들에 둘러싸이는 비정한 사회



전통은 문명에 부딪치고 변화하게끔 되어있다. 언제고 고수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요시노 아줌마가 인정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주위 사람들의 설득이 필요했다. 어른임에도 바가지 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시노 아줌마의 남편은 아줌마의 커리어와 소신을 인정하면서도 그녀에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타이른다. 한 마을의 전통을 고집하는 요시노 아줌마와 그에 맞서는 꼬마 패거리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 일면 귀엽지만 한편 엉성하기도 하다. 요시노 아줌마의 남편이자 케이타의 아빠인 요시노씨는 직장에서 최근 잘린 것으로 보이는데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 아들에게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다소 영화의 주제와 상관없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또 동네 바보인 듯한 남자가 난데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 팝페라를 부른다거나 가끔 제정신인듯 등장인물들에게 멀쩡한 조언을 한다거나.. 그리고 요시노 아줌마가 자신의 소신을 굽히기까지 겪었을 고뇌와 갈등에 대한 묘사도 다소 부족해 보인다. 또 케이타의 누나가 벌이는 행동들도 다소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듯.

아줌마 내면의 묘사나 가치관이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감독의 최근작들을 보지 못해서 그 작품들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잘 와닿지는 않지만 아마도 데뷔작으로서 풋풋한 매력을 지닌 듯. 하지만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귀여운 소년들의 에피소드도 볼만 했지만 5명의 꼬마들이 한번에 좋아하는 퀸카 여학생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더 살렸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어린 날의 추억에 잠겨보고 싶은 남자 어른들과 개성을 잃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듯. 

같이 봅시다!

플레전트빌
감독 게리 로스 (1998 / 미국)
출연 제프 다니엘스, 조안 알렌, 리즈 위더스푼, 토비 맥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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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돼?!!" 냐고 물어라. 인생이 답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