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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영화 리뷰

<타이탄>훌륭하진 않지만, 무난한 수준의 오락물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31.


판타지 열풍에 동참한 리메이크 작품 <타이탄>

<타이탄>이 리메이크란 사실을 아는 분이라면, 이 작품에 관심이 많은 분이거나 영화 정보에 밝은 분 일거라 생각된다. 1981년 작품 <타이탄 족의 멸망>은 스톱모션의 대가 레이 해리아우젠이 창조해 낸 메두사, 크라켄 등의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유명한 작품.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조악하다 못해 유치하다고 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2010년 우리들 앞에 <타이탄>은 다시 등장했다. 이제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메두사와 크라켄을 앞세우면서 말이다.

이 시점에서 왜 <타이탄>의 리메이크일까? 분명 기술적인 부분으로는 10여 년 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구현이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신화적인 요소를 담은 판타지 영화가 시대적인 유행코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시리즈나 <해리포터>시리즈로 만들어진 판타지 열풍. 거기에 더욱 발달한 CG는 이제 완벽한 그리스신화의 재현이 가능한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려주었고, 퓨전스타일로 만들어진 <퍼시잭슨>에 이어 정통스타일인 <타이탄>의 제작 배경이 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 나온 <타이탄>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보니 원작과의 차별성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스톱모션 등의 효과는 좋았지만, 기본적인 연출이나 전개 등이 부실했던 <타이탄 족의 멸망>에서 <타이탄>은 어떤 점을 취하고 버리며 새롭게 추가를 했을까? 이 의문은 크리쳐 CG적 구현효과, 부족했던 페르세우스 등의 캐릭터 성격 강화, 대대적으로 광고한 3D가 그리스 신화를 만났을 때의 효과, 크리쳐 몇 마리를 만나는 것 외에 이야기적으로 부족했던 서사구조의 강화와 재해석 여부 등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상당히 달라진 서사 구조

<타이탄>의 이야기는 신과 인간들의 전쟁으로 시작된다. 분노한 제우스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들을 하데스를 통해 벌하고자 결정한다. 하데스는 해저괴물 크라켄을 동원하며, 크라켄에게 멸망 당하지 않으려면 안드로메다 공주를 제물로 바치라고 한다. 이에 인간들을 구하고자 나선 전사 페르세우스. 신과 인간 사이의 자식인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전사들을 모아 금지된 세계로 크라켄을 물리치는 방책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타이탄>은 <타이탄 족의 멸망>과 이야기 구조가 상당히 다르다. 신화적으로 구성한 화면과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타이탄> 오프닝. 시작부터 영화는 전체적인 테마가 '진지함'이란 게 느껴진다. 그리스 신화를 조금 산만하게 옮기며 크리쳐들에 집중했던 <타이탄 족의 멸망>에 비해,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에서 상당히 큰 변형을 가했지만, 그 변형은 진지함이란 테마 위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강화해서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우선적으로 보이는 변화는 이야기의 중심을 신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 옮긴 점. 신들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전사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아들, 즉 신의 아들이다. 그러나 그는 신보다는 인간을 선택한다. 영화는 여기에서 더욱 발전해 인간 사회에 대한 대사나 설정을 추가시켜 인간 사회에 대한 의미를 더욱 부여해 주었다. 올림푸스 신전에서의 결정에 상당히 끌려가는 이야기보단 인간들의 독자적인 면모들을 더욱 집어 넣어 인간은 부속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변화들은 크리쳐 중심의 이야기 구조 중간중간을 매끄럽게 이어 주었고, 발단의 당위성을 추가함으로 이야기 전체에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또한 검, 투구, 방패 등의 신의 선물 같은 자칫 유치한 코드가 될 지 모르는 요소들을 과감히 줄여냄으로 영화는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아마도 크리쳐들의 CG로 신화의 사실성을 확보하면서, 이야기의 서사구조를 강화해 거대한 판타지 모험물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타이탄>의 목표였던 듯 하다. 그리고 이 목표는 일정부분 달성을 해주었다. 물론 재미와 함께 말이다.


그럭저럭 볼만한 블록버스터지만 3D는 절대 비추다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은 자신의 필모에 <타이탄>을 실패로 남길 만한 연출은 하질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전작 <인크레더블 헐크>나 <트랜스포터2>에 비해선 뭔가 심심한 구석이 많다. <타이탄>은 시원한 팝콘 무비로는 무난한, 시원한 쾌감을 줄만한 영화이며, 그럭저럭 잘 뽑아낸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로서 무난하지만, 훌륭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블록버스터가 오락물이라고 해도, 오락물 역시 레벨은 존재하는 법. <타이탄>은 2루타 정도를 날릴 수준이지, 홈런은 아니다.

샘 워싱턴의 연기는 <터미네이터4>, <아바타>와 다를 바 하나 없는 표정연기로 일관하며 이야기의 메인 캐릭터로서 아쉬움을 남기고, 크리쳐들 역시 사실성보다 폭발력이 부족했다. 메두사는 무엇인가 밋밋하고, 크라켄은 엉성하다. 거기에 스콜피언의 움직임은 <스타쉽 트루퍼스>나 <트랜스포머>에 비하지 못할 수준이다. 8천원의 티켓 값은 충분히 해줄 영화로는 무난하지만, 기억에 남을 수준은 아니다. 조금 더 가다듬었다면 꽤나 멋진 판타지 걸작물로 남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2편이 만들어진다면(노골적으로 2편 떡밥을 던지고 끝냈으니 흥행만 한다면 바로 만들어 질 분위기다) 더욱 멋진 작품으로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타이탄>의 3D효과는 그야말로 최악으로, 감독이 다음 번에 3D를 이렇게 만들 거라면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영상의 입체감보다 자막의 입체감이 더 높으며, 심지어 중간에 안경을 벗고 보는데 쓰는 것과 뭐가 다른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부터 3D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 후반작업으로 변환한 3D영화는 앞으로 기대치를 상당히 낮추든가, 안 보든가 해야 할 거 같다.

*감독이 <타이탄 족의 멸망>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꽤나 재미있는 오마쥬가 하나 나온다. <타이탄 족의 멸망>을 보신 분이라면 바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일거라 생각된다.

*<타이탄>은 공식제작비가 7천만불로 알려져 있다. 솔직히 이 정도 수준이면 헐리우드 제작비로 볼 때, 조금 소박한 블록버스터 제작규모다. 사실 영화도 조금 소박한 면이 보이긴 하지만, 싼티난다는 말은 아니니 걱정 마시길.

★★★

*2010년4월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