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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영화 리뷰

그린존(2010) - 액션과 다큐가 만났을 때

by 사과랑 2010. 4. 1.


감독: 폴 그린그래스

주연: 멧 데이먼(로이 밀러), 그렉 키니어(클락 파운드스톤), 브렌든 글리스(마틴 브라운)

 

 영화 <그린존>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평화라는 목적으로 공격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린존>의 주인공 '밀러'는 거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에 활약하는 인물인데요. 이미 우리는 이라크에 무기 따위는 애시당초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점에 이 영화가 불쑥 나왔네요.


 

 감독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만든 '폴 그린그래스'입니다. 정확하게는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이죠. 1편격인 <본 아이덴티티>는 '폴 그린그래스'가 아닌 '더그 라이만'이니깐요.

 주인공인 '밀러'준위를 연기하는 배우는 바로 '맷 데이먼'입니다. '본'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둘의 궁합은 '본'시리즈로 충분히 입증을 했죠.

 

 그래서인지 이 영화도 '본'시리즈 특유의 향이 진하게 우려나옵니다. 긴장감 넘치는 추격과 헨드헬드 기법들, 여기에 '멧 데이먼'이 가세하면서 그냥 '본'시리즈 번외편을 한 편 본 기분이 들게 합니다. 단지 기분만 들게 하죠. 왜냐하면 지금껏 봐왔던 '본'의 영화와는 달리 긴장과 액션이 대폭 줄어들었거든요.

 

 여기서 영화는 '본'의 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됩니다.(뭐..처음부터 '본'시리즈도 아니었지만요.) 즉, 액션에 치중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폴 그린그래스'는 <블러디 선데이>를 통해 아주 묵직한 진실을 여과없이 보여줬던 감독입니다. 여기에 <플라이트 93>으로 911테러 때 당한 승객들의 모습들을 가감없이 보여줬기도 했고요. 결국 '폴'감독은 진실이라는, 사실에 목적을 두고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입니다. <그린존> 또한 다를 바 없습니다. 액션은 단지 포장이지 그 안의 속내는 진실에 대한 접근법이 있습니다.

 

 '밀러'가 열심히 무기창고를 뒤지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알고보니 모두 허위조작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죠. 이러한 사실은 현재의 우리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놀라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한 번 더 접근합니다. 비록 전쟁에 패한 이라크이지만 자기네들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밀러'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미국인 한 사람으로서의 행동이지 결코 이라크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이니깐요. 자기네 사정은 자기네들이 알지 옆동네 사는 사람이 알아 봤자 얼마나 알겠습니까. 이 영화의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결국 '밀러'와 함께 다녔던 이라크인 '프레디'가 마지막에 내뱉는 대사에 있죠.

 

 이 영화가 나온 시기로 보면 늦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늦어도 한 참 늦었죠. 이라크전이 이젠 가물가물해지는 마당이니...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전쟁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만든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명분이 어떻든 전쟁을 해서 남는 것은 없으니깐요.

 <디스트릭트9>을 보면서 다큐와 SF의 절묘한 결합을 보았는데, 이번엔 다큐와 액션이라는 절묘한 결합을 보게 되었습니다. 액션과 다큐의 만남을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