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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을 들다 (2009, 박건용)_재미와 감동을 곁들인 스포츠 신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2.

킹콩을 들다 - 8점
박건용

무쇠팔 무쇠다리, 내 인생의 코치 (킹콩을 들다) 그들은 도전했고, 마침내 세상을 들었다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였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후 시골여중 역도부 코치로 내려온 이지봉(이범수 분). 역도선수에게 남는 건 부상과 우락부락한 근육뿐이라며 역도에 이골 난 그가 가진 거라곤 힘 밖에 없는 시골소녀들을 만났다.

 낫질로 다져진 튼튼한 어깨와 통짜 허리라는 타고난 신체조건의 영자(조안 분), 학교 제일 킹카를 짝사랑하는 빵순이 현정(전보미 분),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FBI가 되겠다는 모범생 수옥(이슬비 분), 아픈 엄마를 위해 역도선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효녀 여순(최문경 분), 힘쓰는 일이 천성인 보영(김민영 분), 섹시한 역도복의 매력에 푹 빠진 S라인 사차원 꽃미녀 민희(이윤회 분).

 개성도 외모도 제각각 이지만 끈기와 힘만은 세계 최강인 순수한 시골소녀들의 열정에 감동한 이지봉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합숙소를 만들고, 본격 훈련에 돌입한다. 맨땅에서 대나무 봉으로 시작한 그들은 이지봉의 노력에 힘입어 어느새 역기 하나쯤은 가뿐히 들어올리는 역도선수로 커나가고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게 되는데….


'스포츠 감동실화', 진부한 카피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대되는 바는 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인간승리 드라마는 언제나 감동적이고 스포츠선수로 완벽하게 분한 배우의 땀을 볼 때의 희열도 있다. 이 영화 역시 실제 역도선수를 방불케 하는 두 배우 이범수, 조안의 연기가 가장 큰 볼거리다. 실제로 7kg의 살을 찌우며 훈련을 받았다는 조안의 여중생 분장은 그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하고 이범수 역시 딴딴한 체격과 근성있어 보이는 눈빛연기가 스포츠인 연기에 제격이다. 나머지 시골 여중생 역도 선수로 등장하는 여배우들 역시 실제 배우인지 스포츠선수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만큼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이범수 선수의 안정된 역도 연기 장면.



아... 사실 이렇게 '착한' 영화는 볼 땐 재밌게 보는데 리뷰를 쓰기엔 참 어렵다. 분명 평균 이상의 재미와 감동은 있건만 특이한 소감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영화 보면서 깔깔깔 웃기도 하고 후반부에는 엄청 울었지만 영화 본지 며칠이 지나 리뷰를 쓰려니 생각나는 건 그저 '재밌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구성이 너무 극적이라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점. <우생순>이 보여줬던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자연스러운 감동에는 살짝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나를 너무 많이 울린 것도 죄라면 죄고 그 울음의 끝이 그다지 개운하지만은 않았다는 것도 큰 영향을 준 듯. 코치선생님(이범수)이 '킹콩'으로 불리게 된 비밀, 소녀들이 저마다 역기를 들게 된 속사정, 말도 안 될 정도로 '악'하기만 한 이웃학교 역도 코치 등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열된 모든 요소들이 과잉되어 있다. 역도라는 소재를 부각하기 위해 무언가를 '들어올린다'는 모티브를 강조하는 여러 가지 장면들 중에서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소녀들이 코치를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에 그녀들 뒤로 석양이 비칠 때 문득 <마더>의 마지막 장면, 버스 안에서 석양빛 받으며 춤추는 김혜자 아줌마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어쩌면 이다지도 석양이 주는 느낌이 다른지. <킹콩>의 석양은 '신파'를 위해 동원된 것이었다. 물론 나같은 사람은 그런 코드에 잘 넘어가는 편이라 그 장면 보면서도 눈을 못 뜰 정도로 울긴 했지만.



게다가 우리나라 스포츠 영화 주인공들은 왜 그리도 유난한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으랏차차 스모부>나 <스윙 걸즈>와 같은 유쾌발랄한 오합지졸들의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영화는 꼭 눈물콧물 쏙 빼면서 숭고한 스포츠정신을 감동으로 직결시키려고 든단 말이다. '가난'과 '역경'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스포츠는 그 배경부터 너무 슬프고 처절하지 않은가. 라면먹고 달렸다는 임춘애 신화가 이 시대에도 이런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니.

하지만 나름대로의 볼거리는 여중생 시절의 추억을 한껏 되살려주는 장면들이다. 특히 휴지를 말아서 매듭을 만들고 그게 하나로 이어지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미신(?)이라든지, 멋진 교회오빠에 대한 첫사랑(!)의 감정, 잡지나 만화보는 재미에 파묻혀 지내던 날들, 쓰레기 태우던 소각장이라든지.. 보면서 '아, 저거~' 하면서 킥킥댈 수 있는 장면들이 꽤 등장한다. 그리고 완벽한 조안의 땟국물 분장도 인상적이다. (교장 선생님을 연기한 박준금 여사님의 과도한 보톡스는 에러였지만.)


왜 영화 재밌게 잘 보고 나서 트집잡고 있을까. 오해마시길. 사실 흥행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게 좀 과해서 문제지만.

여배우 조안의 재발견,

참 없어보이게 분장했는데도 예뻐 보인다



왠지 학교다닐 때 한번씩 봤을 법한 친근한 캐릭터들.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한 마디로 : 흥행예감 10점, 눈물코드 10점, 재미 10점, 참신성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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