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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에코(2009) - 미쩍지근한 영화

by 사과랑 2009. 6. 11.


감독: 얌 라라나스

주연: 제시 브래포드(바비), 아멜리아 워너(알리사), 캐빈 두런드(옆집 남자)

 

 <언데드>를 시작으로 공포영화가 하나 둘씩 개봉하고 있다. 아직 한국 공포영화는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헐리웃의 공포영화는 잊을만하면 한 편씩 개봉하고 있다. <할로윈> 다음으로 <에코>가 개봉하였는데, 앞에서 개봉한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사운드에 있다.

 

주인공 '바비'역의 '제시 브래포드'

<마이 쎄씨걸>에서의 모습과는 완전 반대의 모습이다.

 

 '바비'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가석방되어서 나오게 된다. 갈 곳이라고는 유일한 곳이 어머니가 살았던 집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바비'가 감옥에 있을 때 하늘나라로 떠난 뒤였고, '바비'가 어머니를 대신하여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문제는 옆집 소음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다. 게다가 옆집 사람은 허구헌날 싸움이 잦은데다가 '바비'와 계속 엮이게 된다. 그러던 중 이 소음들은 곧 '바비'에게 강하게 다가오고, 어머니의 죽음과 이 소리들은 일련의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공포영화에서 사운드는 그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비쥬얼이 어느정도 받쳐줘야 하겠지만, 사운드는 비쥬얼이 못다한 일을 대신하여 한 단계 UP시켜준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대개의 주인공이 여자인 점과 귀신들이 하나 같이 놀랄 면상의 녀석들인데다가 나타날 땐 어김없이 뜬금없는 사운드로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운드의 중요성은 절실하다.

 아무리 공포영화라고 해서 갑자기 나타나는 장면들에 사운드가 없다면 공포감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97년도에 개봉한 '에디 머피'의 <메트로>라는 영화는 이러한 점을 아주 질퍽하게 써먹은 영화 중에 하나다. 꼭 어떠한 일이 생길 것처럼 잔뜩 긴장되는 사운드를 깔아놓고선 정작 별 일 없는 장면들을 늘여놓았다. 한마디로 사운드로 낚시질한 셈이건다.

 

'바비'의 여자친구.

별 도움도 안되는 남친 잘 못 둔 덕분에

그래 니가 고생이 많다~

하지만 제일 억울하고 안타까운 이는 바로 정비소 사장님.

열심히 살려고 하신 분인데...

 

 위의 언급대로 따진다면 영화 <에코>는 상당히 무서운 영화인 셈이다. 적어도 사운드로 절반을 먹고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러한 소리를 좀 더 부각시킨 영화이니 말이다. 게다가 제목도 -에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전혀 무서움을 전달하지 못한다. 단지 소리라는 매개를 통해 주인공이 겪게 되는 사건들이 이야기될 뿐이지 소리라는 점을 이용해서 관객들에게 무섭게 다가오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듣게 되는 서라운드의 소리들은 약간 긴장감을 선사하긴 한다. 하지만 이들의 소리들이 중반 이후에는 어떻게해서 생겨난건지 알게 된 이후로는 긴장감은 커녕 지루해지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과감하게 중반 이후부터 열심히 귀신들을 들이댄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이 귀신들한테 있다. 기본적으로 밤에만 등장한다는 공식을 깨고 낮이든 밤이든, 심지어는 아침에도 부지런하게 등장하신다. 특히 불특정다수에게 별 이유없이 등장하는데, 마치 <주온>처럼 집에 한 발자국 들여놓았다고 저주를 받게 된다. 물론 일본영화가 우리나라와 미국에 아주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자칫 <주온>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불특정다수에 대한 저주를 가지고 <주온>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오산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귀신들이 보여주는 분장과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주온삘이 나서 문제라는 거다.

 만약 이 귀신들이 조금 더 각기춤을 췄더라면 정말이지 <주온>의 '가야코'와 '토시오'를 떠올렸을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두 가지 중에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귀신보고 죽은 '조셉'은 거의 <링>의 '사다코'를 만나서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너무나 많은 영화를 봐버린 탓도 있겠지만 뭔가 귀신에 대한 신선함은 확실이 없었다.

 

 전체적 내용은 한맺힌 원혼들의 전주곡이지만, 정작 마지막으로 가다보면 정체성없는 귀신들의 이야기다. 대체 주인공과 조연을 너무나 심하게 구분하는 이중잣대의 귀신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물론 주인공이니깐...이라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각 인물마다 판이하게 다른 사건을 보여주는 귀신들 덕분에 일관성없어 보이기만 한다.

 게다가 마지막은 감독의 급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 다분하고, 1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는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기만 한다.

 결국 무섭지도 않고 내용도 엉성한 미쩍지근한 영화다.

 

 소리에 대한 긴장이나 비쥬얼로 다가오는 공포도 없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보기만 하면 된다.

 

 이 영화를 보면 뜬금없이 나오는 소리나 저주나 내뿜는 지박령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정말 무서운 것은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할 때 문을 걸어잠그고 모른척하는, 그리고 누군가가 대신 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 내가 누군가에게 당하고 있을 때 바로 옆집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이 영화의 핵심이면서도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바로 이웃이라는 존재의 무관심과 안일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