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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여고괴담5-동반자살> 얼굴이 아니라 영화가 이뻐야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6.

      


'우리 학교에 놀러오세요'. 벌써 5번째 우리를 여고에 초대했다.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외면을 받은 한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극장에서 관람했는데, 형만한 아우 없다고 1편을 능가한 작품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10주년을 기념하여 야심하게 준비한 5편. 신인 감독, 신인 배우의 원칙은 그대로 지키고, 사회에서 이슈가 된 주제(이번편은 자살)를 통해 무서운 영화가 아닌 무섭고 슬픈 영화를 만들기 위해 또다시 뭉쳤다. 5545:1 이라는 경쟁률로 인해 기대감이 5,000배 상승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최장 시리즈라는 점에서 지겨움을 설토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올해 한국공포영화를 아직 못 만났기 때문에 <여고괴담5-동반자살>을 시작으로 어느 때보다 더울 것이라고 하는 2009년 더위를 식힐 수 있을지 기대 설렘 반, 걱정 반인 심정으로, 올해 개봉한 <13일의 금요일><할로윈>등 헐리우드 공포영화 시리즈의 좋은 평이 한국공포영화도 듣길 바라면서...


        


친구 따라 저승 간다

 

어느 늦은 밤 학교 성당. 여고생들이 태어날 때는 달라도 죽을 때는 함께 죽자며 도원서약이 아닌 성당서약을 한다. 한 명씩 돌아가며 피의 맹세를 나누고, 그 날 밤 언주(장경아)가 성당 옥상에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남겨진 친구들은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로부터 그 날 밤에 언주와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긍을 당한다. 임신과 왕따에 이르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입을 열지 않은 그들은 주위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과 질타로 점점 공포와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날 있었던 일을 비밀로 부친 그들의 거짓말이 하나씩 밝혀지고, 친구들 눈에서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은 언주의 동생 정언(유신애)이 언니 친구들을 캐고 교실에서 비명과 함께 시체들이 발견되면서 학교가 공포의 현장으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동반자살, 당연히 하지 말아야겠죠?!

 

어떤 일이 생겼든 자살은 마지막 선택이라 생각한다. 살려고 노력하고, 자기와 연관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한다면 그렇게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없을 테니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같은 소재가 나왔지만, 한 친구의 자살로 인해 남은 친구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동반자살을 약속했다가 먼저 친구 한 명이 목숨을 던지면서 남은 친구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다뤘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여고생들의 얽히고 얽힌 이해관계를 따지고 풀어가는 것은 <여고괴담5-동반자살>이 더 복잡하고, 현실감있게 다루었다. 그녀들의 관계를 넌지시 암시하고, 관객과 함께 사건의 실타래를 푸는 방법으로 거꾸로 추측을 해나가는 방법은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나온 영화들보다 더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언주가 죽은 이유에 관한 사실과 거짓의 줄다리기 속에 조금식 드러나는 진실은 극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흡족한 역할을 한다. 공부와 사랑 모두 차지하려는 친구의 살벌한 결정과 그녀의 노림수에 걸려든 가엾은 주인공들의 전체적인 대비는 영화가 끝나기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들며 큰 흐름을 잃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자살'에 관한 잘못된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른 사람을 심하게 미워했을 때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할지 경고를 받아 사리판단을 분명히 해야겠다고 느낀다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잘 수강하고 나온 학생 기분이 들 것이다.




슬픔은 없고, 공포만 남았다

 

<여고괴담>은 여고생들의 심리적인 공포와 슬픔을 같이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인 시리즈다. 1편 이후, 저울에 올린 공포와 슬픔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거나(2편), 그 무게가 가벼워(3,4편)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아쉽게도 <여고괴담5-동반자살> 또한 공포와 슬픔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이 역력했다. 귀신의 슬픈 정서가 전혀 없다는 가장 큰 흠이다. 남은 친구의 안타까운 심정은 전달됐지만, 친구로 인해 귀신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친구의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전편의 귀신이 무서웠던 이유는 그렇게 친구를 죽게한 귀신이 슬픔을 간직한 채 친구를 쫓아와 소름이 돋았기 때문인데, <여고괴담5>의 귀신은 그냥 그 존재를 시각적으로 무섭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 슬픔없는 공포를 내세우려다 보니 뭔가 허전했나 보다. 슬픔을 끼워넣으려고 이승에 있는 친구들을 두려움에 발발 떨게 하고, 목청껏 소리지르느라 힘이 빠져 슬픔을 느낄 시간도 없다. 친구의 책상 위에 앉아서 그리워해도 그 순간 과거를 떠올리며 아파하는 장면이 없어 눈물흘리는 주인공을 제3자 입장에서 멀뚱히 쳐다볼 뿐이고, <여고괴담>사상 가장 무섭다는 어디서 귀신이 나올지 그것만이 관심사가 됐다. 




애초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안 받아도 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자살)으로 이끄는 개연성은 떨어졌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여고생들의 아픈 속내와 극단적인 해결방법으로 인해 <여고괴담5>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도 했지만, 그 속을 보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안 받아도 됐었다. 바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함께하는 여고생들의 '동반심리'가 설득력있게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다가도 모를 복잡한 여고생들의 심리와 무섭고 소름돋기까지 한 야멸찬 여자들의 우정을 남자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까? 영화가 전개되면서 악역의 존재가 드러나고, 그녀가 일을 벌이는 과정에 '동반자살'을 들먹여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부분은 꽤 자세하게 밀도있게 이야기가 흘렀으나, 거기에 당하는 친구들이 친구가 죽는다고 그 꽃다운 나이에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던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여고생들의 '낭만적인' 죽음이란 말인가! 베르테르효과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긴 했었지만, 끈끈하고 자세한 설명이 없는 '동반자살'은 영화가 끝나도 실제로 행해지기엔 영화의 힘이 약하다 할 수 있겠다.





얼굴만 이쁜 것은 아니랍니다

 

역대 <여고괴담>시리즈 중 미모가 가장 탁월하다고 평을 받는 <여고괴담5>의 신인배우들의 연기는 얼굴만큼 괜찮았다. 신인배우라 하지만, 이미 눈에 익은 배우들도 두어명 있었고, 다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어느정도 인정받은 이들은 영화 흐름을 자르는 역은 하지 않았고, 자기 캐릭터를 발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유진의 악랄한 캐릭터에 비해 나머지 캐릭터는 얼핏 비슷해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개개인의 특징을 살리면서 빈약한 이야기를 겨우 지지해갈 수 있었다. 자기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유진의 오연서를 비롯해, 친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괴로워하는 여고생 역의 손은서와, 평상시에 발랄하지만 아버지께 학대당하며 쓸쓸한 아픔을 표현한 송민정이 눈에 띄는 배우들이었다. 시사회 전에 이춘연 대표님이 '이미 배우들의 외모가 이쁘다고 소문은 자자하더라고. 근데 그러면 뭘해? 영화가 이뻐야지' 라고 하는 말씀은 스스로 영화보다 배우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고백한 것일까? 드라마 [학교]처럼 스타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여고괴담>시리즈 5편의 주인공들도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를 기원하고, 10편까지 나온다는 시리즈의 6편은 5편보다 더 나은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여고괴담5-동반자살>에서 한줄기의 희망을 찾는다면, 5편만에 소폭이나마 반등에는 성공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겠다. 1편의 정점에서 줄곧 내리막 미끄럼틀만 탔던 <여고괴담>시리즈가 4편의 참패와 혹평을 만회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여고생들의 현실적인 고민으로 계속 이어온 <여고괴담>시리즈 10주년 기념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이번 영화는 '홀수번째 <여고괴담>시리즈는 성공한다'와 '그 해 한국공포영화 첫번째 주자는 흥행에 성공한다'는 요소를 동시에 만족하고 있어 일단 분위기는 좋은 상태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자살'이란 단어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고 시작하지만, 전편을 봤으면 알겠지만 자살하라고 부추기는 영화가 아니고, 설득력있게 스크린에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노력만큼은 수긍하게 되는 영화다. '자살'말고도 '임신'이란 소재가 끼어드는데, 앞서 '미혼모도 하고 싶은 거 많아요'라며 희망을 준 코미디에 반해, 살떨리는 우정으로 공포를 선사할 <여고괴담5>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이 영화를 시작점으로 <요가학원><4교시 추리영역><비명> 등 한국공포영화의 청신호가 켜지길 바란다.

 

 

작품성 : ★★★

오락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