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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펠헴123 (2009, 토니 스콧)_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12.
펠햄 123 - 8점
토니 스콧

PM1:23 뉴욕 지하철이 멈춰 섰다! 뉴욕 도심 한복판, 펠햄역에서 오후 1시23분에 출발하는 열차 ‘펠햄123호’가 납치당한다. 지하철 배차원 가버(덴젤 워싱턴)는 선로에 갑자기 멈춰선 펠햄123호와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테러조직의 우두머리 라이더(존 트라볼타)와 교신이 된다.

 PM2:13 제한시간 한 시간, 요구사항 천만 달러! 라이더는 가버를 협상자로 선택하고, 뉴욕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정확히 한 시간 안에 현금 천만달러를 요구한다. 그는 1분 늦을 때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PM3:13 사상 최악의 협상, 천만달러는 미끼에 불과 했다! 뉴욕의 교통이 마비된 가운데, 제한 시간 몇 분을 남겨두고 현금 수송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라이더는 약속 시간을 어겼다며 가차없이 인질을 사살해나간다. 이제 뉴욕 시민의 목숨을 구하려면 가버가 직접 지하철로 뛰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천만달러는 미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좁은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는 할리우드 범죄 영화의 단골 소재이지만 그만큼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어디까지나 감독의 능력에 달려 있기 마련이다. 토니 스콧 감독은 형님 리들리 스콧에 비해 언제나 한 발짝 쯤 뒤떨어지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언제나 평균 이상이었던걸로 기억된다.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의 역량과 더불어 선한 역과 악역을 연기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출중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존 트라볼타는 짙은 아이라인과 수염을 붙인 얼굴과 약간의 흥분 상태에서 많은 대사를 떠드는 범인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덴젤 워싱턴 역시 꽤 몸이 불은 모습으로 출연해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하지만 시나리오 속 캐릭터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느냐는 배우의 훌륭한 연기로 모두 커버되지 않는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지하철 한 량과 뉴욕시민 17명을 인질로 잡고서 현금 천 만 달러를 요구하는 악당 라이더(존 트라볼타)가 무슨 사연으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배경 설정이 순전히 라이더의 대사로만 전달되는데 그것으로는 그의 병적 행동과 뉴욕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이 모두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관객은 라이더의 대사를 듣고서 그의 과거와 동기, 성격장애와 같은 모든 징후들을 '추측'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추리 과정이 그다지 어렵거나 전문적이지 않다는 점은 다소 흥미를 떨어뜨리기도 한다.('고해성사'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카톨릭 신자! '현물', '현금' 등을 얘기하는 걸로 보아 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듯! 이런식의 추리라니...;) 결과적으로 라이더가 궁극적으로 노렸던 것이 돈인가, 자신을 엿먹인 뉴욕시에 대한 보복인가, 아니면 단순한 객기인가에 대한 물음은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부각이 되는 것은 일반 소시민으로서 용기있게 범죄자와 맞서 싸운  가버(덴젤 워싱턴)의 캐릭터일 수 밖에 없다.


지하철 관련 공사 잡부에서부터 시작해 지하철 총괄 책임자라는 지위에 오르는 동안 십수년 간 성실하게 일해온 가버는 자신이 라이더와 교신하게 된 것이 순전히 '운'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그것을 뉴욕 시민으로서의 신성한 의무이자 운명으로 환원시킨다. 자신의 성실에 대한 댓가로 되돌아 온 것은 뇌물 수수 혐의라는 굴레와 강등이라는 조치였을 뿐이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목숨을 걸고 일 수습에 나선 가버에게 라이더는 '넌 내 인생의 영웅'이라고 생뚱맞은 헌사를 바치고 탐욕스럽고 부패한 정치인의 대변자와도 같이 그려진 뉴욕 시장은 가버에게 '뉴욕 시민을 대표해 감사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한 가장이자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이었던 가버, 뇌물 제안에 흔들리고 아이들 학비와 집세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 한 명을 온 도시를 구한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마는 노골적인 미국'적' 시나리오는 역시 불편하다. 공무원을 꾸짖고 공권력의 무능력을 탓하고 애꿎은 상황에 내몰린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체제 비판을 하는 듯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에게 뉴욕시는 '목숨을 걸고 지킬 만한 아름다운 도시'이다. 결국 변한 것은 없다. 가끔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비뚤어진 똘아이가 나타나 시민들의 안보를 위협할 뿐.   

뉴욕을 구한 영웅의 퇴근길. 왠지 씁쓸~해 보이는 건 왜인지.



이제는 더이상 우리의 기대에서 별로 어긋나지 않도록 기존의 모든 관습을 매번 재생산시키는 게 할리우드의 고질적 약점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리우드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기대하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액션영화가 주는 긴장감과 쾌감은 볼만하다. 명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까지 (존 트라볼타의 카리스마는 다소 빛을 발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 확실히 챙겨주는 영화.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취향에 따라 선택하길 권장.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뻔씨네 다른 리뷰 보기 :
2009/06/11 - [최신영화리뷰] - 펄햄 123 - 올 여름 단 한편의 액션 영화! - 朱雀

 

같이 봅시다!
지하철 테러를 그린,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안타까웠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TUBE [dts] - 6점
백운학 감독, 배두나 외 출연/케이디미디어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장소. 긴장감의 최고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조엘 슈마허의 마술같은 연출.
폰부스 - 8점
조엘 슈마허 감독, 콜린 파렐 외 출연/20세기폭스

아직도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최고의 '협상전문가'는 역시 케빈 스페이시.
네고시에이터 - 8점
F.게리 그레이 감독, 사무엘 L. 잭슨 외 출연/에스엠픽쳐스(비트윈)

엘리트의 몰락. 범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