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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에어>당신은 인생의 배낭에서 무엇을 빼고 싶나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7.


당신의 지갑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당신의 지갑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아마도 신분증, 현금, 그리고 수 많은 카드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카드들 중에는 여러 가지 적립을 위한 카드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혜택을 위한, 할인을 위한, 그리고 마일리지 적립을 위한 카드.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각종 마일리지 적립이 자기 인생의 원칙이자, 목표이며, 해방이다. 영화는 남자에게 인생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인생은 괜찮은 인생이라 생각하는가? 당신의 인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신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정처 없이 떠도는 해고전문가 라이언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그는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베테랑 해고전문가이다. 비행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집보다 출장이 더 편한 그의 유일한 인생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 7번째로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 그런 라이언에게 천만 마일리지 달성 직전에 온라인 해고 시스템을 개발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는 위기감의 대상이다. 그는 나탈리에게 '품위 있는' 해고 노하우를 보여주기 위해 처음으로 동반 출장을 떠나게 되고, 그는 나탈리와 여행 중 알게 된 자신과 닮은 여자 알렉스(베라 파미가)를 통해 자신의 인생 철학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생의 무게 중 가장 무겁다고 여기며 미련 없이 버렸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결혼은 가치가 없는 행위일 뿐이며, 인간관계나 정착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던 라이언에게 알렉스는 자신의 진짜 삶을 찾고 싶게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러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나 정착 없이 천만 마일을 떠돌던 그에게 이런 관계는 어렵기만 하다.


무엇을 위한 마일리지인가?

인생을 배낭에 비유하면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던 한 남자의 삶. 계속 모으기는 하나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마일리지는 그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그에게 삶이란 단지 마일리지라는 목표를 위한 삶이었다. 그는 타인의 상실을 통해 자신의 성취를 얻는 역설적인 직업을 통해 살아왔으며, 자신을 철저히 보호하고 가두고 살아왔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남은 것은 마일리지 뿐.

마일리지는 자신의 인생이 정착지 없이 떠돌았음의 결과물이다. 자신의 원칙에 철저히 따르고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삶은 단지 자신을 가두어 두었던 방어벽일 뿐이고, 자기 합리화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 자신은 쿨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의미를 잃었을 때, 비로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리며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


해답을 주는 게 아닌, 각자의 해답을 찾으라고 하는 영화

미국의 대량해고와 실업의 경제위기. 그 속에서 역설적으로 해고전문가라는 생소한 직업의 남자를 등장시켜 인생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묻는 영화 <인 디 에어>. 영화는 라이언의 인생이 고립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삶인지 일방적으로 판단하거나 손을 들어주진 않는다. 라이언이 좋은 사람인가, 성실한 사람인가 라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라이언의 삶의 배낭에는 무엇이 들어있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여행 도중 동생을 위해 찍어준 사진과 자신의 마일리지는 삶의 배낭을 바라보는 아주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자신의 고독함의 증거인 마일리지와 타인과 소통의 증거인 사진.

<인 디 에어>는 어떤 해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라이언의 삶이 잘못된 인생이라고 섣부르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다만 다른 시각에서 본 삶의 배낭 속 짐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해고전문가라는 직업을 통해 타인의 삶을 사회와 단절시켜 왔던 라이언이 정작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단절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그 의미에 대해서 관객 각자가 해답을 찾기를 영화는 바란다.


강력 추천하고 싶은 영화 <인 디 에어>

<인 디 에어>는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과 배우 조지 클루니가 만들어낸 화음이 너무나 근사하다. 원작소설을 충분히 살리면서 더욱 살을 붙여 근사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은 <주노>에 이어 이번 <인 디 에어>까지 연속 홈런을 처버렸다. 다음 영화를 기대 무조건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홈런을. 또 조지 클루니는 이제 그의 필모에 무슨 작품이 채워질지 행복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존재이다. 어떤 영화에 나와도 그만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란, 그리고 우리가 못 본 그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배우다.

<인 디 에어>를 극장에서 만날 기회를 놓친다는 건 영화팬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극장에서 보아야 할 작품이다. 당신의 영화 마일리지에 이 영화를 꼭 채우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영화의 원제는 <UP IN THE AIR>인데 <아직 미정 상태>를 의미하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이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게 아쉽다. 물론 수입사에서 처음 제목으로 정했던 걸로 알려진 <마일리지>보다야 훨씬 좋다.

*2010년3월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