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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디제이>아날로그 속에 담긴 공유와 공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6.


내가 기억하는 DJ

학창시절에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즐겨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 나에게 <정은임의 영화음악>이란 프로그램은 영화음악을 들려주는 수준을 넘어서, 영화보기에 대해, 그리고 영화사랑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라디오 DJ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은임씨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향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리틀 디제이>가 라디오와 DJ를 다룬 영화였기 때문이다. 받지 못한 사연, 전하지 못한 마음. <리틀 디제이>는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를 라디오와 DJ를 통해 담아내어,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전하는 영화다.


공유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

신청곡이나 사연이 담긴 엽서 한 장 오지 않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PD 타마키. 그녀는 청취율 문제로 한 달간 휴가를 가지게 되면서 자신에게 라디오 PD의 꿈을, 라디오의 재미를 알게 해준 소년을 떠올리게 된다. 어릴 적 병원에 입원했을 적에 알게 되었던 소년 타로를. 야구를 좋아하던 소년 타로는 건강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 타로에게 병원에서의 활력소는 병원 내 점심 방송의 DJ를 보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뮤직익스프레스를 흉내 내어 이름 지은 사운드익스프레스란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소년은 타마키를 알게 된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은 길게 허락된 시간이 아니었다.

<리틀 디제이>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공유와 공감이었다. 라디오란 DJ와 청취자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행위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영화는 공유와 공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모두 함께 같은 시각,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이 서로 알고 지냈던, 모르고 지냈던 간에 추억이란 부분을 공유하며 공감한다. 어디선가 들을 사람을 위해, 말없이 지켜보는 사람을 위해, 지금은 전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전해질 사랑의 마음을 위해 엽서에 사연과 신청곡을 적는다. 그리고 그 음악은 비록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에 있을지라도 같은 추억으로 서로의 마음에 다가간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닌, 마음과 마음을 오가는 소통이란 이름으로.


너무나 단조로운 구성은 보는 사람을 다소 지치게 만든다

전체적인 감성이 마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다른 버전으로 만든듯한 느낌을 전해주던 <리틀 디제이>.영화는 진부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뻔한 느낌의 전개도 보인다. 또 베스트셀러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서인지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을 보다 명확히 하지 못한 점도 보였다. 소설에서는 충분히 설명하면서 넘어갈만한, 흥미롭게 볼만한 어릴 적 첫 사랑의 풋풋한 모습들. 하지만 영화로서는 조금 약한 감이 들었다. 원작을 안 읽어서 비교는 힘들겠지만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조금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전개도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해진 수순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니 지루한 감도 든다. 게다가 러닝타임도 128분으로 적은 편도 아니었으나, 막상 영화는 다소 긴 러닝타임을 효과적인 이야기 전개에 사용하기 보다는, 질질 끈다는 느낌이 들 만큼 필요 없는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거의 전부이니, 아역들에게 대부분의 이야기의 힘을 의존하는데 그 의존도가 너무 무거워 보였다.

차라리 성인 부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추가해서 각색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어땠을까? 과거와 현재를 조금 교차적으로 섞어서 성인 배우들이 그 공간을 같이 메워주었다면 영화가 다소 달라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첫 사랑의 풋풋한 느낌을 강조하기 보다는, 흘러간 추억의 아련함을 기억하는 장면들을 같이 넣었다면 이야기가 너무 일방적이란 생각은 적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OST는 정말 좋다

깔끔함이 부족해 아쉬웠던 영화 <리틀 디제이>. 아마도 내가 기대했던 깔끔함이란 <클래식>같은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관객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그러면서도 첫 사랑에 대한 느낌과 추억에 대한 향수를 같이 전해주는 그런 영화를 바랬던 것 같다. 분명 <리틀 디제이>는 일정 부분 감동도 주고, 배우들의 연기 등도 좋지만, 이런 깔끔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 영화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정말 칭찬 해주고 싶은 것은 OST. 일본음악과 팝에서 선곡된 주옥 같은 곡들.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악들은 영화 보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였다. 이 부분은 일본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아마 느낌이 몇 배는 더욱 충만했을 부분이라 여겨진다.

아날로그 적인 모습과 디지털 적인 모습을 함께 가진 라디오는 참으로 재미있는 녀석이다. LP 는 CD로,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인터넷 방송으로, 엽서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등으로 모습이 바뀌어가지만 같은 시간대와 감성을 호흡한다는 시간적, 공간적 공유와 공감은 여전히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도 음악의 힘은 여전하다. <리틀 디제이>는 그 힘을 믿는 영화다. 음악을 통해 아날로그의 향수를 추억하고, 첫 사람을 추억한다. 다만 음악에 비해 이야기가 약해 좋은 작품으로 남기 힘들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물론 OST의 아름다움은 잊혀지기 힘들 테지만.

*2010년3월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