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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인생의 모험은 이제 시작 - 업(2009)

by 사과랑 2009. 8. 24.

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

주연: 에드워드 애스너(칼 프레드릭슨), 조단 나가이(러셀), 밥 피터슨(더그, 알파)

 

 어리숙하지만 모험에 대한 동경에 가득찬 여덜살 꼬마 '칼'. 그는 모험가인 '찰스'를 동경하며 미지의 남아메리카를 탐험해보려는 의지를 다진다. 그 때 그에게 나타난 '엘리'라는 소녀. 한 눈에도 말괄량이처럼 보이지만 그 못지 않은 모험의 의지를 불태우는 소녀가 그에게 나타난다. '칼'은 '엘리'와 함께 삶이라는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러셀'의 캐릭터는 스토리보드를 맡고 있는

한국계인 '피터 손'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엄청 뚱뚱한가 보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감독인 '피트 닥터'와 <라따뚜이>, <니모를 찾아서>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밥 피터슨'이 가져온 이번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다. 그렇다고 이전의 작품들이 매력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월E>가 보여주었던 매력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집념(?)이라면 이번엔 인생에 대한 고찰이다.

 

 초반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칼'과 '엘리'의 만남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인생이 4분여 정도에 걸쳐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재즈선율에 맞추어서 보여주는 이 장면은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면들이 들어가 있다.

 사랑과 행복과 불행, 그리고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인생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되는 점이 있다. 바로 '칼'과 '엘리'의 사랑이 아름다우면서도 그만큼 둘이서 추구했던 목표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다. 인생을 살아보는 연장자들은 알겠지만 살아가면서 자기가 꿈을 꾸면서 목표로 삼았던 것들이 실제로는 이루어내기가 힘들다.

 '칼'과 '엘리'도 남아메리카에 가기 위해 돈을 모으지만 항상 그 돈은 다른 곳에 쓰인다. 그리고 인생의 시간이 짧다고 느낄 만큼 그들의 시간도 빨리 지나간다.

 '피트'와 '밥'이 보여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 시킨다. 바로 시각적 예술인 영화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부분이다. 대사도 필요없다. 오직 음악과 컷,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장면의 편집만 있으면 모든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정점은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대사없이도 음악에 맞추어서 모든 것들을 보여주는데,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이러한 효과는 상당히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도 <구름 조금>이라는 단편이 나온다. 이 단편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재미는 '채플린'을 연상케하는 슬랩스틱과 상황에 있다.

 <업>에서는 '엘리'가 떠나가고 홀로 살아가는 '칼'의 모습을 음악에 맞추어서 보여주는데, 딱 맞아 떨어지는 씬들과 음악의 효과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면서도 훌륭히 소화해낸다. 앞에서 말한 단편 애니들의 노하우에서 점점 내공이 쌓이는 듯하다.

부분적으로는 매우 괜찮은 소재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나 진부한 소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단순하면서도

전작들과는 달리 아기자기함도 없다.

약간 의외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엘리'가 떠나고 홀로 여행을 떠나려는 '칼'에게 다가온 아시아계 소년 '러셀'은 남아메리카까지 얼떨결에 같이 가버린다. (그것도 집에 풍선을 달고 횡단한다) 이 두 캐릭터는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합심하여 이상한 조류를 구해내는데, 초반부에 비하면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익숙한 흐름이다. 천진난만한 '러셀'과 말하는 개 '더그' 시종일관 웃음 선사하지만 쫒고 쫓기는 추격전이나 상황들은 낯설지가 않다.

 그래도 이 익숙한 장면들에서 '칼'이 보여주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데, 바로 '엘리'가 목적지로 삼았던 남아메리카의 어느 폭포수가 흐르는 곳에 집을 짓고 사는 꿈을 이루는 한 편, '칼'은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어느 영화에서도 나오는 장면이지만 항상 중반부에 깨닫고 새롭게 모험을 시작하는 주인공들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이제 곧 80세를 바라보며, 오직 사랑하는 '엘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단 하나의 목표만 이루면 된다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모험을 강요하고 그러한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초반부터 심금을 울리게 했던 두 부부의 애틋함을 보여주었기에 '칼'의 결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가 있다. 적어도 30대의 팔팔함을 가지고 매끈한 근육과 다른 뭇 여성들을 녹일 미소를 가진 주인공이 아니다. 한 여인만 가슴에 품고 있는 노인의 선택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인생의 모험은 끝이 없다.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삶의 마지막까지 다가서기 전엔 또 다른 인생의 모험이 펼쳐져 있다. 그 때 나이가 30대이든 80대이든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해야할 일들은 남아있다라는 것이다.

 

 글쎄 인생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이지만 시작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굳은 마음을 가지고.

 취업을 아직 못한 친구와 나에게 그렇게 소리치고 싶다.


내용은 둘 째치고

이 영화가 정말 놀라운 것은

그래픽의 수준이 정말 놀라울 정도라는 것이다.

나날이 진보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캐릭터의 동선이나 그림자가 들어가는 부분 등은

이 영화를 디지털로 봤을 때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엔 픽사 최초로 3D라는 것이다.

아직 그래픽쪽으로는 초보지만

이 영화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알 수가 있다.

한 컷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인원과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서 들어가는 인원들이

30명 가까이 하나에 투입된다고 한다.

게다가 작품을 만들 때 자기네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냥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