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를 보았을 때 이 영화 한 편만으론 이야기한다는 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2010년 12월의 추웠던 어느 날, 유준석 감독의 영화 <귀신 소리 찾기>를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기 전에 한 가지 정보, '소리의 실험, 그리고 연작'이 머릿속에 입력되었기 때문이다.
유준석 감독은 <귀신 소리 찾기>와 전작<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이 소리를 소재로 한 3부작 옴니버스 영화의 과정이라 밝혔다(여기서 케이블 영화였던 <코마>의 3편<목소리>는 제외했다. 그 영화는 <코마>시리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 역시 연작으로서의 의미를 찾고 구성에 대한 의문을 풀려면 먼저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을 볼 필요성이 있었다. <귀신 소리 찾기>를 만난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른 2011년 2월에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를 만나게 되었고, 비로소 글을 쓰게 되었다.
하나의 상황을 제시하겠다. 화면만이 나오는 공포 영화와 소리만이 나오는 공포 영화,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무서움을 자극한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난 소리라고 생각한다. 화면은 시각에 정보를 제공하기에 통제력이 강하고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암전의 상태에서 소리만을 듣는다면 인간을 능동적으로 스스로 상상하게 만든다. 유준석 감독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물론 암전상태에서 소리만 들려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예를 든 것이다).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와 <귀신 소리 찾기>는 제목에서부터 말해주듯 '소리'를 찾는 영화다. 시각의 영화가 아닌 청각을 중심으로 놓은 실험. 본연의 공포에 대한 회귀는 소리라고 판단했고, 소리에서 이야기를 출발한다. 여기서 유준석 감독은 취사선택의 과정을 함으로써 '소리'에 대한 연작이지만 다른 차이점을 만들어냈다.
먼저 장르적으로 다르다.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은 추리물이다.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녹음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살인현장을 재연하는 일종의 추리 영화다. 그러나 <귀신 소리 찾기>는 귀신의 소리가 들린다는 집에 방송국의 취재팀이 찾아가는 페이크다큐 형식의 공포 영화다.
장르적 차이, 다시 말해서 이야기 스타일의 차이로 말미암아 '소리'가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에서는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가설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관객에게 지켜보게 함으로 소극적 관찰자의 시점을 유지하게 한다. 다르게 보면 가설이 맞는가, 안 맞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게임이다. 그에 비해 <귀신 소리 찾기>는 영화에서 현재 소리가 들리는지 적극적으로 찾게 하고, 찾아낸 소리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기대하게 한다. 관객을 적극적으로 영화 속 게임에 참여하게 하는 구조다.
추리 영화와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차이에서 조금 더 발전시켜 보면 감독이 집중한 포인트가 하나는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형식'임을 발견하게 된다.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은 택시와 집이란 두 개의 다른 공간 속 이야기를 다르게 진행하다 하나로 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소리'가 어떻게 왜곡되어 해프닝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잠재의식 속에 기억된 소리에 대한 이야기, 결국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선 꿈이란 필터를 사용했지만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면 내가 기억하는 상황에서의 소리가 정확히 그 상황에서 나온 소리가 맞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반대로 형식에 집중한 <귀신 소리 찾기>는 이야기에서 굳이 언급할 만한 부분은 없다. <기묘한 이야기>에 나올만한 진부한 엔딩의 이야기에선 새로움이 없다. 형식으로 보아도 <블레어 윗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등에서 제시한 페이크 다큐의 형식에서 발전한 무엇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페이크 다큐에서 중요한 요소인 기다림의 과정도 부재하다.
마치 연극적인 무대 같았던 상황을 통합해버리고 소리로 장식한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에 비해 <귀신 소리 찾기>는 일반적인 공포물의 성향이 강해진 평범한 영화다. 6년의 시간 동안 유준석 감독의 소리 실험은 20분에서 40분으로 시간은 늘어난 데 비해 날카로움은 무뎌졌다. 발전한 것은 그저 반복적으로 작품을 만들 때 가지게 되는 만듦새의 세련미 정도다.
종합적 판단으로 후퇴란 결론에도 난 유준석 감독에 대한 관심을 접지는 않을 생각이다. 현재 보통의 한국 영화(또는 외국 영화)들이 보이는 영상으로 공포를 주려 하는데 반해, 청각에 이야기의 방점을 찍은 선택. 바로 이 점이 유준석 감독을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만큼 그가 시도하는 실험은 예외적이다. 그렇기에 중요하다.
세 번째 소리 영화는 어떤 장르와 이야기, 형식일까? 혹시 100% 암전 상태에서 진행되는 소리만의 영화를 들고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이런 파격적인 실험을 기대한다. 감독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돌아올지, 단순히 세련되어지기만 할지, 놀라운 시도를 할지. 어떤 모습의 3부작의 마지막일 것인가 궁금하다.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
<귀신 소리 찾기>★☆
*<인비져블 1:숨은 소리 찾기> 단편영화 / 21분
*<귀신 소리 찾기> 단편영화 / 40분 / 2011년1월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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