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은 과거(그래 보아야 불과 십여 년 전이지만)의 흔적이 있다. 감독 도미닉 세나와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그들의 추억 <식스티 세컨즈>.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니콜라스 케이지를 회상해 보면 그가 다방면으로 얼마나 대단한 파워를 보여주었던 배우인지 기억하게 된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더 록>으로 최고의 블록버스터 배우로 거듭 태어났던 니콜라스 케이지. 그의 1995년부터 2005년의 10년은 마이클 베이, 브라이언 드팔마, 조엘 슈마허, 마틴 스콜세지, 고어 버빈스키, 존 터틀타웁, 리들리 스콧 등 최고의(당시에, 아니면 지금의) 감독들과의 작업이었다. 그 중간에는 2000년 작 <식스티 세컨즈>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식스티 세컨즈>에선 이듬해 여름 대작인 <스워드피쉬>까지 연속적인 블록버스터 감독을 했던 도미닉 세나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이 다시 손잡은 2010년 작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은 B급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이것은 영화가 외형적으로 보여주는 느낌(규모가 크겠지만) 때문만은 아니다. 2000년과는 상당히 달라진 도미닉 세나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적인 위상이 전해 주는 느낌이 크다. 배우의 색깔을 논하기도 어려워질 만큼(개인파산으로 아무 영화나 마구 찍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듣는) 정체성이 모호해진 니콜라스 케이지와 <스워드 피쉬>의 실패 후 조용히 지내다 <화이트 아웃>으로 또다시 절망적인 실패를 경험한 도니믹 세나가 그들의 현주소다.
그들의 절망적인 위상만큼이나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의 영화적 배경 역시 절망적 상황을 담고 있다. 영화가 선택한 시간적 배경은 1344년. 영화는 이 당시에 유럽 세계를 지배했던 코드들인 마녀 사냥, 십자군 전쟁, 흑사병, 종교 재판, 개인의 종교적 갈등과 신념 등을 판타지로 재현한다. 흑사병이 생겨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시대에, 흑사병을 마녀의 저주 탓으로 본 종교세력은 마녀를 신성한 수도원으로 옮겨 저주를 풀게 하려 하고, 호송은 종교적 신념에 의해 십자군에서 이탈한 기사들에게 맡긴다는 것이 기본적인 이야기 흐름.
다소 전형적인 플롯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덧칠하고, 요소에 포인트를 넣어서 흥미로운 판타지 액션물로 갈 수 있었던 영화는 적어도 초반부엔 그런 욕심이 보였다. 세 명의 마녀를 공개처형하지만 실패하고 마녀는 도망간다는 설정, 십자군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결국 종교적 갈등 속에서 환멸을 느낀 기사들이란 인물, 중세 유럽이란 배경. 하지만, 영화는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살려가질 못 했다. 도리어 첫 장면이 이후 이야기 전반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불러오고 만다. 수도원으로 호송되는 소녀가 마녀인지, 아니면 종교적 희생양인지를 모호하게 진행을 하면서 개인의 갈등과 연결하는 방향이 있었지만, 영화는 그것을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 이후 호송되는 이유와 마녀가 노린 목적을 연결한 구성을 후반부에 보여주지만, 이것은 영화가 처음 보여준 장면과 모순이 되어 돌아온다. 보는 이는 마녀는 처음부터 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느냐는, 쉬운 길을 두고 왜 어려운 길을 돌아서 오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지적 능력을 유보한 상태에서 칼싸움 등이 주는 쾌감에 몸을 맡깉 채 9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몰입하는 접근이라면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은 몹시 나쁜 선택은 아니다. 저렴한 CG와 함께 액션물로 마구 칼질을 해대는 액션이 있고, 마치 <이블데드>와 <드래그 미 투 헬>을 벤치마킹한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귀여운(?) 악마가 있다. 그러나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영화의 엉성함이 놀랍도록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때의 감독-배우 조합이 만든 영화가 겨우 이 정도인가로 생각이 발전하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도미닉 세나는 그저 그런 B급 영화라는 틀에 놓기엔 아쉬움이 있는 이름들이다. 특히 도미닉 세나는 적어도 <식스티 세컨즈>나 <스워드피쉬>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랬다. 그렇지만 <화이트 아웃>이란 추락에 이은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이라는 완전한 확인까지 보고 난 후 아쉬움은 크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듯싶다. 시간은 십여 년이 흘렀고, 그들은 이제 그 시절의 그들이 아니다. 그들의 차이점이라면 니콜라스 케이지는 배우이기에 아직 남은 것이 있겠지만, 도미닉 세나는 감독으로 완전한 하향세라는(이미 바닥으로 간 것인지도 모른다) 점이다. 도미닉 세나는 추억의 감독으로 묻어야겠다.
★★
*2011년1월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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