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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블랙스완(2010)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by 사과랑 2011. 2. 28.


스포일러 약간있음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나탈리 포트만(니나), 밀라 쿠니스(릴리), 뱅상 카셀(토마스), 바바라 허쉬(에리카), 위노나 라이더(베스)

 

 '니나'는 이번 발레공연에서 꼭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던 와중에 '토마스'가 그녀를 주인공을 발탁한다. '니나'는 기쁨에 벅차오르지만 그러한 기쁨도 잠시 끊임없는 불안과 동료들의 시기, 질투를 감내해야하는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원하는 흑조연기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감독의 영화를 보면 상당히 불편합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차가 있겠지만, 그가 보여주는 영상은 불안 그 자체이죠. <레슬러>에서 '랜디'는 고통과 죽음을 수반하면서까지도 링에 뛰어 오르고, 딸과의 관계도 힘듭니다. 홀로 사는 그에게서 링은 조그마한 링 말고도 살고 있는 현실 자체가 링입니다.

 '니나'역시 무대는 그녀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도 변함없습니다. 그녀의 무대는 확장된 공간의 변주일 뿐 여왕백조가 되기 위한 갈망이 그녀를 위태롭게 만들죠. 스스로 흑조가 되기 위한 욕구는 질투와 시기로 변질되고, 그러한 그녀의 감정상태는 극도의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욕망의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그녀의 욕구는 욕망이 되고 그녀의 불안은 그녀를 잠식하게 이르게 되는데, 관객 또한 끊임없는 '니나'의 불안한 표정과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니나'의 불안을 고스란히 껴안게 됩니다.

 

 '랜디'는 오직 몸뚱아리 하나로 링 위에서 관객을 위해, 자신을 위해 싸웠죠. '니나'는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로 자신을 위해, 관객을 위해 춤을 춥니다. 그녀에게 '토마스'는 욕구를 밖으로 표출하라고 합니다. 그러한 욕구 분출은 메여있던 자신의 삶에서 힘든 싸움이죠.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으로 '랜디'와 다른 점은 그녀는 관객이 아닌 오직 그녀 자신만을 위한 발레를 한다는 점입니다. 분명 그녀에게선 보여주기 위한 발레를 하고 있었지만, 점점 그녀의 욕망과 불안은 그녀를 흑조로 변화시키고 표출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녀가 흑조로 변하는 모습은 그녀 스스로가 억압하고 통제했던 욕망을 표출함과 동시에 불안의 요소를 제거함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그녀는 고통을 수반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죠.

 






 소녀의 성장통

 

 어머니에게선 한 없이 귀엽고 사랑스런 착한 딸이며, 무용단에서는 혼자 묵묵히 자신의 맡은 역을 충실히 해내는 모범생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성과 주인공에 대한 욕심이 끝임없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녀가 어머니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욕구도 여전히 잠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그녀가 백조가 되어 흑조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두려움은 또 다른 자아로 대변되고, 그를 서서히 옥죄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고 피를 흘립니다. 물론 그녀의 착각이지만 그녀가 흘리는 피는 그녀만의 상징성입니다. 특히 거울은 '니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성의 총체물입니다. 거울은 빈번히 쓰여지는데, '이상'이 "나와는 반대지만 꽤 닮은 나"라고 말했듯이 그녀에게서도 존재하지 않되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의 욕망의 모습입니다. 그녀가 반항하고 저항하며 자신의 내면 속 흑조와 백조가 싸울 때 더 많은 환상과 피를 보게 됩니다. 거울속 자아마저도 거울 밖으로 나오려고 하죠.

 

 소녀의 사춘기적 성장통은 불안을 안고 있지만, 그 순간에서 벗어나면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니나'가 마지막에 몸을 던지기 전 붉게 번지던 그녀의 피는 그녀를 더 이상 억압과 통제의 불안에서 벗어나게 되는 상징이됩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최고였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대런'감독은 자신만의 언어로 이러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적 방식을 통해 풀어냅니다. 보고 있노라면, 공포 스릴러 드라마라는 장르일 것 같은데요. 자아분열과 혼동은 스릴러와 맞닿아 있고, 서서히 흑조로 변해가며 피가 넘쳐나는 모습은 공포를, 소녀의 성장통을 통해 그녀가 진정한 발레리노가 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이죠.

 

 여전히 감독은 롱테이크와 클로즈업으로 주인공을 따라가고 말없이 따라가는 관객은 그녀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에 충격과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는 자신의 실제모습과 '랜디'의 모습을 싱크로 100%에 맞췄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등장하는 은퇴 발레리노를 '위노나 라이더'가 맡았죠. 여기에 '니나'역은 하버드대 모범생 '나탈리 포트만'이 맡았습니다. 뭔가 재미있지 않나요?

 '니나'가 흑조로서 무한 스펙트럼을 넓힘과 동시에 '나탈리 포트만'역시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블랙스완>을 통해 진정 연기자로 발맞추고 이어 로맨틱 코미디와 히어로물등 다양한 곳에서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죠.

 

 제작비가 의외로 많이 들지 않았다는데, '대런'감독은 이래저래 능력과 재주가 많은 감독인가 봅니다. 앞으로 <울버린>(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과 <로보캅>을 제작한다는데...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에게 보여줄지 기대할 수 밖에 없겠네요.

 

#여담이지만 '뱅상 카셀'....너무 늙었어요. 대신 '나탈리 포트만'은 너무 잘 자라주었고요. '위노나 라이더'는 안습 그자체... 좀 더 얼굴을 많이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