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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 우드>해머 필름의 본격적인 시동을 위한 훌륭한 예열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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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나긴 침체기 끝에 부활한 해머 필름. 그들의 첫 번째 선택은 스웨덴의 뱀파이어 영화 <렛 미 인>의 리메이크 작업이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전성기 시절에 선보였던 '몬스터'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나온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두 번째 영화로 <웨이크 우드>를 만들었다.

 개에게 물리는 사고 때문에 아이를 잃은 부부는 상실감에 빠진 채 살아간다. 그들이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자 정착한 곳은 '웨이크 우드'라는 마을.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 우연히 마을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의식을 엿보게 된 부부에게 마을 사람들은 죽은 자를 (단지 3일뿐이지만) 부활시키는 의식을 통해 딸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해머 필름이 <렛 미 인>을 통해서 <드라큐라>,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늑대인간의 저주> 등 과거 자신들의 장기였던 '몬스터 무비'의 향수를 향유했었다면, <웨이크 우드>에선 과거 그들의 스타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리는데 치중했다. <웨이크 우드>는 '심리'와 '암시'가 중요하다. 영화의 전반부는 마을 자체의 공기와 마을 사람들에게서 불안을 느끼는 부부의 심리 상태를 따라간다. 반면에 후반부는 돌아온 딸의 이상한 행동에 주목한다. 불안은 동시에 암시를 수반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은 부부의 행동은 공동체의 균열을 암시하고, 되살아난 딸은 과연 진짜 부부의 딸이 맞는가, 라는 정체성의 혼란은 피의 도륙을 예고한다.

 <웨이크 우드>를 액면 그대로만 보면 심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느린 속도감은 요즘의 호러 영화와 대척된다. 또한 스티븐 킹의 <공포의 묘지>의 구조를 상당히 차용했기에 유사함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웨이크 우드>의 지역적인 배경인 아일랜드와 연결시킨다면 영화가 어느 지점에 방점을 찍었는지 능히 짐작이 간다. <웨이크 우드>가 영국 호러 영화의 걸작 <위커맨>의 자장 아래, 아일랜드의 드루이교 전설에 천착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대목이다. 종교와 신화를 통해 섬에 사는 사람들의 고립감과 그들만의 유대감을 끄집어내는 방식은 근래에 등장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영국 호러 영화 <킬 리스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28일 후>, <디센트> 이후에 나타난 영국 호러의 새로운 피들은 종교와 신화를 밑바탕으로 하여 고립된 공간, 이교도와 광신자들, 집착과 광기로 얼룩진 정신세계, 신체의 훼손, 공동체의 비밀 등을 불안스럽게 만지작거리고, 불규칙한 리듬 안에서 변주를 실험한다.

 해머 필름이 요즘의 뻔한 호러 영화들의 형태를 흉내내는, 이를테면 개성 없는 인물의 무차별한 살육과 싸구려 섹스로 포장되어 돌아왔다면 나는 해머 필름의 미래에 기대를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머 필름은 거물급의 스타답게 서서히 몸을 풀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들은 요란한 공포가 아닌, 조심스럽게 만들어가는 공포를 <렛 미 인>과 <웨이크 우드>, 그리고 <우먼 인 블랙>까지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해머 필름의 다음 영화가 무척이나 기다려 진다.

*2011년 11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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