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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센츄리온(2010) - 피빛만 가득한 장점 빠진 영화

by 사과랑 2010. 9. 1.



감독: 닐 마샬

주연: 마이클 패스벤더(퀀투스), 올가 쿠릴렌코(에테인), 도미닉 웨스트(비릴루스), 이모젠 푸츠(마녀)

 

 로마의 제 9군단은 픽트족의 기습으로 모두 전멸하고 7명만 살아남는다. 9군단의 장군 '비릴루스'가 인질로 붙잡히자 그를 구하러 살아남은 7명이 간다. 하지만 구하지 못하고 애꿎은 말썽만 일으키게 되는데, 그로인해 '퀸투스'는 고향으로 데려가라는 '비릴루스'의 명령에 차질이 생기고 만다. 바로 픽트족의 '에테인'이 그들을 목숨 걸고 쫒기 때문이다.

 




 '닐 마샬'감독의 장기는 호러물에 있습니다. 코믹한 공포물 <독솔져>나 고립된 상황에서의 지독한 공포를 보여주었던 <디센트>를 보면 감독의 재능은 언제 빛이 나는지 알 수가 있죠. 그만큼의 공포만큼 피칠갑도 화끈하게 보여줍니다. 앞의 두 영화만 봐도 피는 항상 사방으로 퍼져버렸죠.

 

 그런 그가 의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공포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사물입니다. 그것도 실제 있었던 일에 기초한 로마군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로마군사들이 악귀들과 싸운다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전쟁영화입니다. '닐 마샬' = 서사영화. 성립이 잘 안되죠.

 

 하지만 의외로 '닐 마샬'은 자신의 장기인 공포를 최소한으로 빌어온 후 서사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애시당초 전장 자체가 공포이며, 살아남은 포로와 적으로 부터 도망치는(고향으로 돌아가려는)이들은 최고의 공포를 맞이하는 셈이죠. 여기에 아주 무섭고 역겨운 정치적인 횡포까지 추가됩니다.

 이는 곧 한편의 공포영화인 셈입니다. 기본적인 소재들은 말이죠.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소재만 놓고 봤을 때 이야기입니다.

 




 분명 '닐 마샬'이 보여주는 전장은 사지가 찢어지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고어성을 최대한 살려 보여줍니다. 하지만 나머지 소재들은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합니다. 살아남은 포로는 영웅이 되고, 도망치는 주인공들은 지루해지고, 쫓아가는 적들은 심심해집니다. 쫓고 쫓기는 자의 긴장 간극을 제대로 이어 붙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섭고 역겨운 정치적 횡포는 드러내보여준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결말은 다소 아쉬운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서사극에 사실을 이야기 하는 영화치고는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있죠. 대체 뜬금없는 사랑이야기는 대체 뭘까요. 촌각을 다투는 시점에서 말이죠.

 

 게다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다른 종족이라도 사랑으로 화합하자는게 분명 아닙니다. '퀸투스'의 나래이션은 전달하려는게 무엇인지 뻔히 보이죠. 진실의 역사라는 것은 분명 승자에 의해 정치적 실세자에 의해 바뀌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늘어만 놓고 제대로 수습하지를 못합니다.

 

 <독솔져>에서 보여줬던 위트도 사라지고, <디센트>에서의 심리적 압박감과 그에 따른 연출도 사라진 오직 피빛만 남은 영화가 된 것이 바로 <센츄리온>입니다. '닐 마샬'감독의 장르 변경에 대해선 문제없습니다. 게다가 그 일에 이의를 제기할게 아니라 환영할 일입니다.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은 만큼 감독의 다양한 모습도 보고 싶으니깐요. 하지만 자신의 특기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는 변화는 그다지 유쾌하진 않습니다.

 

 시종일관 달리고 또 달리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 영화. 달리는 캐릭터들도 힘들겠지만 보는 관객도 힘들죠. 특히 저는 '닐 마샬'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한 눈에 보고 너무 기대한 것도 한 몫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