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i 익스트림 1 CinDi Extreme 1
가면 MASKA
퀘이 형제 The Brothers QUAY | Poland, UK | 2010 | 24min | color | 35mm
먼저 나는 <가면>을 보기 전에 퀘이 형제의 어떤 작품도 접하질 못 했다는 걸 밝힌다. 몇 명으로 구성된 형제인지도 몰랐다. 일단 이름과 몇 분이란 사실 정도는 알고서 글을 쓰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의 영화 정보를 통해 검색을 해보았다.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 두 분의 형제. 네이버에서 그들의 작품에 유저들이 평점을 준 작품은 <지진 속의 피아노 조율사> 정도뿐인 것을 보면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분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톱 모션 방식으로 만들어진 <가면>은 <솔라리스>로 유명한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소설 <가면>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외피가 몽환적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쌓여있다면. 내피는 '그것'이 '그녀'가 되는 과정을 슬픈 독백으로 읊조린다. '그것'(그녀)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것'(그녀)이 가졌던 목적성과 정체성의 의문. 자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생성되고, 소멸되는 존재인지를 묻던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를 죽임으로써 얻는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색이 묻어난 탓에 <가면>은 <솔라리스>와 흡사한 면이 많다. 물론 다르게 변주는 했지만 말이다. <솔라리스>에서 보여준 존재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가면>의 '그것'이 겪는 것과 유사하다. '그것'은 자신을 만들어낸 창조자의 필요를 위해 '그것', 또는 '그녀', 또는 '그'로 모습을 바꾼다. 목적의 달성 후 '그것'이 만나는 것은 어둠. '그것'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필요가 충족되면 어둠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둠 속에서 슬픈 기억을 지닌 채 방황하는 삶. 목적을 위해 가면을 쓰고, 가면의 정체를 알고 난 후 괴로워해야 하는 슬픈 운명을 짊어진 존재다.
자신은 누구인지, 또 삶은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가는 것인가라는 사색의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가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가면이 존재하는지. 누구의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살아가는 현재의 세상은 가면이 너무나 많다. TV 뉴스를 통해 보여지는 웃음을 보내는 가면들. 웃음 뒤에 가려진 '그것'들의 목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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