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신영화리뷰

브로큰 임브레이스 (2009, 페드로 알모도바르)_천박과 숭고 사이에 페넬로페 크루즈가 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23.

브로큰 임브레이스 - 10점
페드로 알모도바르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재벌 어니스토의 정부로 살고 있지만 여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는 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실력 있는 감독 마테오를 만나 오디션을 본다. 레나의 신선한 매력을 눈여겨 본 마테오는 그녀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레나는 뛸 듯이 기뻐하지만 그녀의 연인인 어니스토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것이 신경 쓰인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만난 레나와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 마테오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어니스토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눈다. 레나의 변화를 직감한 어니스토는 그녀를 감시하지만, 어니스토의 집착이 심해질수록 레나와 마테오의 격정적인 사랑은 더욱 더 깊어진다. 서로에게 운명 같은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 레나는 어니스토에게 결별을 통보하고 마테오와 몰래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어니스토는 그녀를 쉽게 놔주지 않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주인공에게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주고 그 상처가 곪아서 터진 후 진정이 될 때까지 관객이 주인공의 슬픔을 100% 흡수하게 만들기 때문. 사실 어찌 보면 그의 작품세계가 신성하거나 선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없다. 단지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을 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자기가 스스로를 학대하며 멍드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어느 한 순간만큼은)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그 욕망은 아무도 비난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반영한다. 내가 감추어 왔을, 누군가는 터트렸을 법한 찰나의 욕망들, 그리고 그것들이 이어져 만들어내는 사랑. 사랑은 결국 욕망이 모여 만들어내는 감정의 폭풍인 것이다.  

 이 영화의 헤로인은 단연 페넬로페 크루즈다. 그녀의 깡마른 몸매에서는 연민이 느껴지는가 하면 짙은 머리와 눈동자에서는 왠지 척박한 삶 때문에 성격에 날이 선 듯한 강한 이미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억척스러워 보인다. (이상한 표현들의 조합이군.;;) 하지만 가시 돋힌 장미와도 같은 그녀를 그 어떤 남자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찔려서 눈이 멀어버린다고 해도.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페넬로페 크루즈의 치명적인 매력은 붉은 드레스와 붉은 입술만으로 잘 드러난다. (하긴 이 영화 자체가 '붉디 붉다'.) 사랑할 때의 표정과 그렇지 않을 때의 표정,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날 때의 눈빛과 감정을 표현하기에 페넬로페 크루즈의 굵직한 이목구비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카메라가 정사 이후의 그녀의 표정만 비추고 있어도 관객이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사랑하는 감정의 정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숨겨진 '억척스러움'을 <귀향>에서 먼저 가장 잘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이번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에서 역시 그녀가 연기한 '레나'는 헌신적이지만 너무 순수해서 지혜롭지 못한 여성으로 스페인판 치정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가난한 미녀'의 인생은 왜 그리도 고달플 수 밖에 없는 건지... 그녀에게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했는지...
(역시 이성을 잃은 리뷰다. 그냥 영화에 완전 몰입했다고 인정하는 게..)

예의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들에서처럼 영화의 온 이미지가 집약된 한 편의 뮤직 비디오를 영화 속에서 또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명장면으로 기록될 만한 몇 가지 설정들이 있는데 이것은 영화라는 매체적 특성을 온 몸으로 체화하고 경배하는 필름메이커나 영화 매니아들에게 경이로운 체험을 안겨줄 만 하다. 이후 영화를 볼 이들이 있다면 '더빙'과 '프레임'을 이용한 씬 두 군데에서 전율을 느끼는 경험을 해보시길.



그래, 미장센이건 색감이건 스토리건 사실 (내가 감히) 흠잡을 곳은 없다. 내셔널 시네마 스럽지도 않지만 그의 영화는 스페인에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도 발휘하곤 한다. 그 바람불던 바닷가도, 동화 속 세트 같던 스튜디오도, 둘만의 도피장소였던 모텔도, 긴장감 폭발 직전의 분장실 정사 장면까지 왠지 그 모든 게 스페인을 떠올리게 하는 건 정말 순전히 그 안에 페넬로페 크루즈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은근한 스릴러적 요소가 있어 두 번 보아도 좋을 만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대중친화적이지는 않은 듯.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그토록 가슴 아플 정도로 몰입하면서 봤는지... ;;

거의 모든 스틸에 '붉은색'이 있다



어쨌든 묘한 매력의 영화다. 천박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모습이 그러하다는 걸 알려주는 그의 화법이 아마도 관객을 뜨끔하게 만들 듯.

함께 봅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귀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2006 / 스페인)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 롤라 두에냐스, 블랑카 포르틸로
상세보기
나쁜 교육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2004 / 스페인)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펠레 마르테네즈, 하비에르 카마라, 다니엘 기메네즈 차초
상세보기

2009/01/18 - [신씨의 culture 리뷰/영화] - [영화] 귀향 (2006, 페드로 알모도바르)_여성들의 유대, 그리고 음악
2008/06/09 - [신씨의 culture 리뷰/영화] - 영화 '나쁜 교육'_좋은 영화의 표본

페넬로페 크루즈의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감독 우디 앨런 (2009 / 스페인, 미국)
출연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레베카 홀
상세보기

2009/04/19 - [신씨의 culture 리뷰/영화] -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2008, 우디 앨런)_한여름 밤의 꿈, 스페인 로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