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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헌터>너무 소모되는 듯한 두 배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13.


비슷비슷한 캐릭터

얼마 전에 우연히 <게이머>와 <모범시민>의 DVD케이스를 같이 보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비슷하구나"라는 생각. <모범시민>표지의 제라드 버틀러는 <게이머>의 표지와 오버랩 되며 같은 사진이 소스인 건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작품의 표지 이야기를 한 것은 표절을 이야기하려고 꺼낸 게 아니다. 제라드 버틀러란 배우가 최근 너무나 많은 작품에 나온 게 아닌가 싶어 꺼낸 이야기다. <300>에서 원초적인 짐승의 이미지를 풍기며 스타 대열에 올라선 후, 그가 나온 일련의 작품들은 짐승남의 이미지를 조금씩 변형한 스타일이었으며, 거기에 작품도 많았던 편이다. 근래 2년 동안 극장가에서 유독 많이 접한 것 같아 2008년~2009년의 작품리스트를 보니 <게이머>, <어글리 트루스>, <모범시민>, <님스 아일랜드>, <락큰롤라>, <P.S 아이 러브 유> 등에 출연했다. 이 작품들을 간단히 보아도 제라드 버틀러의 캐릭터는 유사성이 상당히 짙다.

이런 흐름은 <바운티 헌터>에서도 이어졌다. 로맨틱 코미디로 뭉친 제라드 버틀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름값으론 분명 최고 수준의 배우들이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면서 난 어디선가 보았던 이미지를 다시 볼 것만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하고 말았다.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바운티 헌터>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를 기본으로 한 이야기다. 쫓는 자는 현상금 사냥꾼 마일로(제라드 버틀러)고, 쫓기는 자는 기자 니콜(제니퍼 애니스톤)이며, 이들은 한때 부부였다는 설정. 이쯤 되면 영화 전체 구도가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인데, 바로 한때 사랑했으나 이제는 원수같이 지낸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 써먹는 이야기다. 한 사람은 사냥꾼으로, 한 사람은 수배자로 쫓고 쫓기던 두 남녀는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예전 사랑에 대한 감정이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함께 음모에 빠지게 되며, 이후 그 음모를 밝히기 위해 함께 도와준다는 이야기 전개다.

원수같이 지내던 두 남녀가 다시 만나 갈등하고, 화해한 후 사랑에 빠지는 이런 이야기 구조는 우리나라 영화나 외국영화, 어디서든 자주 보던 포맷의 이야기다. 다시 만나서 티격태격 거리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를 넣은 후, 위기상황에 집어 넣어 다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만들고, 화해하고, 해피엔딩이 되는 전형적인 전개. 여기에 당연히 조미료로 첨가되는 것은 웃음을 주는 주변인물들이다.


너무 소모되는 듯한 두 배우에 대한 아쉬움

<바운티 헌터>는 이런 전형적인 전개를 그대로 따르는 영화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게 아닌, 헤어진 이후 과정만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헤어진 두 남녀가 수배자와 사냥꾼으로 다시 만났다는 설정이 약간 새롭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뻔한 웃음과 볼거리 등이 적당히 포장된 수준이다. 매우 요란스럽게 떠들고, 추격하고, 치고 받는 등 흥미를 줄 만한 요소를 상당히 끌어들이지만 진부함을 지우긴 힘들며, 이야기에 첩보, 스릴러적인 분위기를 넣어 흥미로움을 주려 노력했지만 밋밋하다. 두 주연배우 제라드 버틀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은 언젠가 했던 배역을 비슷하게 다시 만들었을 뿐이며, 이들에게 <바운티 헌터>는 필모에 작품 하나가 추가된 것 외 의미는 없어 보인다. 다만 영화의 장점은 엔딩이 그나마 진부함을 덜어냈다는 점인데, 이 장점이 영화 전체적인 진부함을 덜어낼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매니아라 무조건 본다는 분이거나 두 주연배우의 팬들이라 필히 본다는 분들에겐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지만, 그 외 분들에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논외로 치더라도, 제라드 버틀러는 이제 연기 고민의 시간이 온게 아닌가 싶다. 너무나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캐릭터가 이제 식상할 지경이다.

★★

*2010년4월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