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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잘 만든 여성 성장 코미디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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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헐리우드 박스오피스 최고의 슬리퍼 히트작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다. 2011년 8월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 전체 순위에서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1억 6천만 불의 흥행 수익으로 8위에 올라 있다. 대형 영화들인 9위 <퍼스트 어벤저>,10위 <쿵푸 팬더 2>, 11위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보다 앞선 순위이고,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제작비가 3천2백만 불인 점을 고려한다면(10위권 내의 영화들은 보통의 제작비가 1억5천만 불이다)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어떤 면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걸까? 대단한 스타나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되지 않은 슬리퍼 히트 영화는 항상 이런 의문을 품게 만든다. 

 코미디 보다는 SF 영화가 강세인 요즘의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한 다른 코미디 영화를 찾는다면 <행오버 2>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예고편만 보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여성판 <행오버>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과 <행오버 2>는 어느 정도의 비슷한 (화장실류의) 코드를 공유하지만, 시각 자체는 상당히 상반되어 있다. 두 편은 근래 헐리우드 코미디 장르의 대표적인 경향으로, <행오버 2>가 관객을 이야기로 공감시키기보다는 말초적인 웃음을 제공하는 상황에 충실한 일명 화장실 코미디류라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이야기와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쪽에 가까운 정통적인 코미디다. 그렇다고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 수준 높은 장면만을 우아하게 보여준다고 오해하진 마시길.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도 <행오버 2>에 버금가는 욕설이 난무하고, 더러운 장면 역시 적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이런 점들이 강조되어 표현된 장면인, 신부와 들러리들이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가 집단 식중독 증상 때문에 벌어지는 (더러운) 상황을 다룬 장면은 올해 코미디 장르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적지 않은 욕설과 더러움에도 불구하고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을 '섬세한 코미디'로 평가한 이유는 웃음을 주는 상황에서도 이야기의 전개와 인물의 묘사가 기본적으로 진지했기 때문이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주인공 애니가 가장 친한 친구 릴리안의 결혼식의 들러리 대표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중심은 애니가 겪는 감정들이다. 들러리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주는 질투심과 친구의 결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주는 소외감. 이런 감정들은 영원한 우정은 존재하는가,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느냐는 영화 속 이야기의 질문이 된다.

 이런 질문에 영화는 <캐스트 어웨이>의 한 장면으로 대답한다. 무인도에 갇힌 한 남자가 삶과 관계에 대해 돌아보는 <캐스트 어웨이>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영화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주인공 애니가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삽입한 건 누군가에게 변화를 바라기보단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마지막도 애니의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녀는 변화함으로 우정을 되찾고,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다. 영화는 '누군가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 당당히 맞서라'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과정를 웃음을 위해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놀라우리만치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건 애니의 웃기면서도 진지한 성장 관찰기에 공감했음이다. <행오버 2>처럼 일반적인 행동 규범을 벗어나 거의 바닥까지 몰고 가는 과장된 상황으로 만들어 내는 웃음과는 다른, 여성들의 정서를 잘 녹여낸 성숙한 웃음의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헐리우드는 또 하나의 괜찮은 코미디를 만들어 냈다.

*2011년8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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