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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FTM (2008, 김일란)_행복한 인간이 되기 위한 용기를 낸 그들, FTM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30.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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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 남자의 행복한 비상이 시작된다!

‘여자’라는 몸보다 ‘남자’라는 영혼의 모습을 따라나선 세 성전환남성(FTM) 종우, 무지, 명진. 다큐멘터리 <3xFTM>은 “엄마 뱃속부터 남자였고, 남자로 보여야 했고, 남자가 되어야 했던” 세 사람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퍼올린다.

난 남자야, 그냥 조금 다른 남자!

태어날 때부터 남자였다는 ‘종우’는 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얼음조끼를 사러 시장에 간다. 뙤약볕 아래 오토바이일을 해야 하는 그에게 가슴 압박붕대로 인한 더위를 식혀줄 얼음조끼는 여름의 필수품이다.
남자들끼리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터프가이 ‘무지’는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가슴 절제수술을 마치고 벅찬 기쁨을 감추기 힘들다. 그는 평생 처음으로 웃통을 벗어 던지고 남성으로서의 가슴을 당당히 공개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보다 나다운 모습으로 살기 위해 성별변경을 감행한 ‘명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에서 ‘1’로 바뀌어 ‘男子’로 인정받게 되었건만, 대한민국 남성으로서의 삶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중 여고라는 딱지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 짤리고 군대 신검에서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일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힘들어 투덜댈 그가 아니다.

사회의 편견 속에 고단함도 있지만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세 청년은 이제 다큐멘터리를 통해 친구와 가족,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설레임 가득한 손을 내밀기로 한다.

6월 4일, 세 성전환남성의 유쾌한 커밍아웃 프로젝트가 옵니다!

하, 지금 포스터를 새삼스레 유심히 보니 여성의 상징은 분홍색 풍선을 멀리 날려보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마치 영화 속에서 가슴이 없어지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고 회고하던 등장인물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하다. 태어날 때부터 내게 들러붙어 있던 여성성을 떼어버리는 순간의 쾌감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로서는 절대 가늠조차 해 볼 수 없겠지만 정말 일생을 통해 간절히 원해왔던 무언가를 성취할 때의 기쁨이라고 쉽게 생각해 보면 상상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영화 제목에 나와 있는 FTM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큐를 보았다. 트랜스젠더라고 한다면 영화 <헤드윅>이나 하리수의 경우처럼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을 한 경우만 으레 떠올리기 쉽지만(이래서 미디어의 영향이 대단한 거다) FTM은 Female Toward Male의 약자로, 말 뜻 그대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성적 소수자를 일컫는 용어다. 화면 안에 처음 주인공 3명의 인터뷰 장면이 나란히 나올 때 정말 남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호르몬 치료나 가슴 절제술 등의 과정을 거친 결과다. 다만 그들의 정신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남성'(지향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성성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평소에 많이 감사하며 살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물론 등장인물들의 경우처럼 한 달에 한번 거치는 행사는 좀 마다하고 싶다만) 그들이 그토록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심정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다. 어찌 보면 그들은 '남성이 되고 싶다'라는 갈망보다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육체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굳이 호적상의 절차와 주위의 시선,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과 같은 복잡하고 외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평범한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 은연중에 비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터뷰 중 가장 공감이 가고 와닿았던 말은 (FTM이든 MTF이든 간에) 모든 트렌스젠더는 자신다움을 찾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일생이 걸린 모험을 각오한 '용기있는 자들'이라는 말이었다. 굳이 성전환과 같은 자연스러움을 거부하는 행위가 아니다 하더더라도 우리는 그들만큼 나 자신을 향한 사랑과 관심, 애정을 가졌거나 주위의 온갖 편견과 싸울 용기를 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이 다큐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만큼 등장인물 3명의 용기는 더욱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알기에 자신의 사생활을 걸고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또한 아직도 완전한 남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 여성과 남성의 경계에 묘하게 걸쳐진 상태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취업을 위해, 여권 발급을 위해, 한 명의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그들이 거쳐야 하는 사회적 관문은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그들은 무언가 삶의 과업을 하나 이미 이뤄낸 듯한 표정이었다. 그만한 각오나 다짐 없이는 시작도 안 했을 거라는, 그간 꿈꿔왔던 것들 중 하나를 이미 이루었으니 앞으로 남은 과정은 그에 비하면 쉬울 거라는 자신감. 글쎄, 이건 제3자로서 조금 낭만적인 시각이 개입된 탓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스스로 '나'를 찾아가는 방법을 찾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정말 이 세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바로 세워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취향에 따라 선택하길 권장.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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