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마라>를 이야기 하기 전에,이걸 영화로 보아야하나 말아야하나에 대한 가벼운 의문이 들었다.
완성도의 문제때문에 의문을 가진것이 아니라,이 작품의 기획배경이 타작품들과 다른 선상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원작(?)이라고 할 작품은 KBS<인간극장>에서 방영한 '웃겨야 산다'편(2008년11월10일~11월14일 방송)편인데,'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시대적 트렌드에 맞게 제작된 작품이다.쉽게 표현하면 <인간극장>의 확장판으로 만들어진 극장판이다.
<기죽지 마라>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인간극장>방송분에서 다루어진 김진 과 임윤택 이라는 두 명의 개그맨을 한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SOS라는 무명 3인조 여성 트로트 그룹을 다른 한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개그맨을 축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한 시절 인기절정을 달리다 지금은 한 물간 김진과 개그맨공채시험 4수중인 임윤택을 통해 개그맨으로서의 삶의 애환을 다루었으며,전국민이 우리를 돕는다는 그룹명의 SOS를 통해서는 가수로서의 과정의 애환을 다룬다.물론 이 두 가지 축은 어느 정도 지점에서 함께 만나서 공연등으로 함께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인간극장>의 극장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보니 100%밀착형 리얼다큐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면 그런것도 아니다.이 작품은 연기도 있고,설정도 있다.어떻게 보면 주말예능프로그램에서 하는 정도의 가이드를 주고 진행을 한다는 점이다.페이크다큐라고 보기는 좀 애매한 면도 있지만 성격상으로 보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죽지 마라>에서 다루는 연예계의 모습을 통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온 부분은 '저들은 실력이 없는건가,아니면 기회가 안 오는 건가'라는 의문이었다.재능과 운이란 부분에서 어디에 더욱 무게를 실어서 판단을 해야하는가 라는 점.그 무게에 따라 저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보아야하는건가,아니면 무모한 도전이라고 보아야하는건가 판단 자체가 달라보인다.
'웃기는 것 보다 사는게 더 힘들다'는 임윤택의 극 중 대사처럼 웃기는 개그맨이 되기 위한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다.쉽게 말하면 꿈을 쫓는 아름다운 젊은이로 보기엔 현실은 너무나 시궁창이다.월세와 공과금도 못 내고,3천원과 식권 한 장 받기위해 몇 시간 동안 대학로를 헤매며 개그콘서트 공연의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용기를 가져라 라고 해야할까,아니면 어서 정신차려라라고 해야할까?
그들은 계속해서 개그콘서트라는 꿈과 음반을 통해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무한도전중이고,그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기죽지 마라>는 어떤 주제의식을 우리에게 던지지 않으며 그냥 지켜보고 알아서 판단하길 바란다.꿈을 향해 달려가는것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그 책임 또한 각자의 몫이다.
솔직히 <기죽지 마라>는 영화적으로 보아서 재미를 찾기도 힘들며(솔직히 웃길려고 넣은 장면이 웃기다기 보다 황당함이 더 든다),아주 특이함이 보이는 영화도 아니다.다만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식했느냐의 관점으로 판단한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정도의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이번 극장판은 욕심이 과했다.김진-임윤택 과 SOS등을 다루면서 조금 폭넓게 시각을 조명해볼려고했는데 도리어 분산되고 산만한 느낌만 들었다.시각을 나누기 보다는 한 면만 잡고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면,조금 더 깊이있게 여러가지를 보여주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문득 얼마전에 본 <좋아서 만든 영화>가 연상이 되었다.그 영화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들에 대한 경쾌한 면을 보여주었다면,<기죽지 마라>는 조금 더 어두운 면들을 보여주었는데 결국 두 영화는 같은 선상에 있긴 하다.꿈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 있고,세상은 노력한다고 전부 이루어 지는게 아니다라는 선 상에 있으니.다만 그 가능성과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이고,그 숙제를 각자 풀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무슨 점이 좋아서 보라고 추천하기는 상당히 애매한 영화인데,굳이 찾아본다면 '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다.<기죽지 마라>와 <좋아서 만든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서 '꿈'에 대해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 해보시는 것도 멋질 거라는 생각도 든다.다만 재미를 위해 보신다면 실망하실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다.영화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건 개그콘서트에서 교훈을 찾는 것 만큼 힘틀테니까.
*2009년12월17일 개봉
<기죽지 마라>언론시사회 에서 감독과 배우 무대인사 장면.
감독과 배우 무대인사 말고도 참석했던 동료개그맨들,김인식 감독,그리고 주제곡 즉석 라이브 등 엄청나게 긴 무대인사 시간이었다.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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