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세상>은 남자들이 흥미롭게 볼 만한 영화이다.
김태희나 송혜교같은 미모의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라서?
아니다.<여자 없는 세상>은 우리 자신(남자)의 모습일지도 모르는,그래서 더욱 슬프게 보게 되는 마초남들의 우울한 로맨스다.그 우울함에 때로는 동감하게 되고,때로는 함께 좌절하며 보게되는 영화다.
스무 살의 미스코리아를 아내로 맞을 상상을 하면서 성공적인 인생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신념의 소유자 '창현'.
요리 솜씨는 뛰어나지만 여자 꼬시는 솜씨는 제로인 '한철'.
강남에서 댄스강사로 일하는 꽃미남 '승민'.
부모 덕분에 1가구3주택 소유자이지만 만년백수로 지내는 '준'.
<여자 없는 세상>속 네 명의 남자들은 서로 여자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실속은 없는 남자들이다.결국 그들이 찾는 여자란 북창동 업소 여자이거나,노래방 도우미.
짝사랑에 목매는 모습,여자에게 돈으로 사랑을 구걸하는 모습,자신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여자를 만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르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그냥 그렇게 여자에게 언제나 따라가는 모습.
입으로는 여자에 대해 점수를 매기며 조언하지만,자신 앞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해답을 찾지 못하는,아니 찾을 생각조차 없는 그들의 모습은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면서 신체적,사회적 위치를 부여받았지만 여전히 미숙한 우리의 모습이다.그리고 미숙함은 30대의 길목앞에서 더욱 불안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자 없는 세상>은 조금은 솔직하고,조금은 과격하고,조금은 진부하다.
마초남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솔직하며,그 솔직함을 직설적이며 오버스러운 화법으로 그려서 과격하다.그리고 영화는 뚜렷한 방향성과 마침표 없이 방황하다 끝나서 진부하다.
영화속 남자들은 "진심을 전하는게 왜 이렇게 힘드냐?도대체 진심이 뭐냐?"라고 외치며 방황한다.그러나 정작 진심을 모른다.어쩌면 이것이 남자들의 세상이고,여자 없는 세상 속 남자의 본 모습이 아닐까?
송재윤 감독은 <여자 없는 세상>을 통해 자신의 나이에 맞는 솔직한 이야기를,그 이야기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 하는게 아닌,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할지라도,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남자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분명 <여자 없는 세상>는 다수의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의 남자를 그린 영화는 아니다.현실세계에서의 실패와 찌질스러움을 영화속에서 만난다는건 그다지 반가운 만남도 아니다.하지만 이 영화는 흥미롭고 재미있다.독립영화만의 솔직함이 보이며,독립영화만의 어설픔도 보인다.
영화 속 여자 주연은 창현에게 이런 말은 한다.
"꺼져,그냥 너한테 맞는 여자 만나"
문득 이 대사를 리뷰에 인용해 보고 싶다.
"꺼져,그냥 너한테 맞는 영화 만나"
마음에 들면 보는거고,안 들면 안 보면 된다.하지만 이 영화 왠지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그리고 이 영화를 여자 없는 극장에서 남자들끼리 보면 더욱 슬픈 웃음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09년12월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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