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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맨>아날로그를 추억하게 만드는 늑대인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11.


아날로그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들던 영화 <울프맨>

<울프맨>을 보고 나서 잠시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머리 속에 한 분이 떠올랐다.故 정영일 영화평론가.왜 이 분이 머리에 떠올랐는가 하면 <울프맨>이 전해준 고전적 느낌과 그 속에서 어릴 적  추억의 한 자락인 명화극장이 보았기 때문이다.<울프맨>은 왠지 예전 느낌이 떠오르는 영화로,故 정영일 영화평론가께서 그 분 특유의 톤으로 "이번 주 명화극장의 영화는 울프맨 입니다"란 해설을 해주고 명화극장을 통해 일요일 밤 온 가족이 공포에 떨면서 보면 더 어울릴 듯한 영화다.아날로그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울프맨>은 1941년 <울프맨>의 리메이크 버전이다.물론 원작을 보고 이번 리메이크 버전을 본다면 영화를 보는 깊이나 그 재미는 더할 것이지만,나는 그걸 보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도 원작을 안 본 상태일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늑대인간에 대한 어떤 이미지는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나 TV드라마 등을 통해 구현된 캐릭터를 통해서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한다.그렇다면 내가 앞서 말한 고전적 분위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그것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전체적인 코드가 어릴 적 명화극장 등 TV에서 방영해주는 영화를 보고 자란 70~80년대 방송시청 세대가 추억할 만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명화극장을 통해 보았던 수 많은 고전들이나 예상하지 못 한 작품을 만나게 해준 AFKN의 금요일 밤 공포영화 시간의 추억들.<울프맨>은 디지털로 만들어지고 CG의 기술이 사용되었지만 본연의 색깔은 바로 아날로그인 영화며,예전에 만난 추억의 공포물 느낌이 나는 영화다.그래서 더욱 반가운 영화다.


단순한 스토리 속에 담긴 흥미로운 질문들

<울프맨>의 스토리는 단순하다.의문의 죽음을 당한 형의 사인을 규명하고자 돌아온 동생 로렌스(베네치오 델 토로)가 그 사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괴물로부터 공격을 당하게 되고,점차 늑대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전체적인 스토리의 단순함에 비해 영화의 시각은 간결함 속에 깊이가 있다.늑대인간이라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에 비중을 두며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자들을 탐구한다.그런 시각 중 하나는 늑대인간을 늑대로 볼 것인가,인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살려두어야 하는 존재인가,아니면 죽여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은 그 운명의 가혹함을 묻게 만든다.

운명의 가혹함을 묻는 질문은 더욱 확장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한다.그것은 바로 갈등에 대한 질문이다.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의 혼란.자신 속의 짐승을 가지고 있는 늑대인간의 원초적인 욕망발현은 그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하게 만드는 부분이다.자신 스스로를 인간으로 보아야 하는지,아니면 늑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갈등.평소에는 인간으로 지내나 보름달이 뜨는 하룻밤을 늑대로 보내야 하는 자,그 하룻밤 동안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자,그리고 그 하룻밤의 결과에 대해 후회와 참회를 하는 운명을 지닌 자 늑대인간.참으로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근사한 클래식 영화라 생각 된다

블록버스터인듯 하지만 장르물이며,최첨단 CG와 디지털로 무장한 영화 같지만 도리어 아날로그와 클래식 무비의 향수를 가진 <울프맨>.<울프맨>은 사실 요즘의 영화 기준으로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영화다.도리어 재미있다는 표현보다는 흥미롭다는 표현이 맞는 영화다.영화가 재미는 없으나 흥미롭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그럴지도 모른다.하지만 <울프맨>은 단순한 스토리와 뻔한 전개로 인해 재미가 없을 가능성도 크며,요즘의 젊은 영화팬들이 보기에는 투박한 면도 보인다.그러나 <울프맨>은 흥미롭다.영화 속에는 어릴 적 보았던 헐리우드 클래식 공포물들의 향수가 묻어있으며,이것은 영화를 만든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자신들 스스로 성장하면서 보았던 영화의 추억을 묻어서 만들어 낸 감성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이 점이 너무나 흥미롭다.

솔직히 이 영화는 국내흥행이 힘들어 보인다.장르매니아들이 더 좋아할 영화이며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세대 분들이 더 좋아할 만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티켓파워의 절대적인 힘을 가진 20대 연령층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는 사실 없어 보인다.그래도 <울프맨>은 근사한 영화다.영화의 이야기나 연결고리는 미흡하지만 보면서 달빛의 몽환스러움 만큼이나 관객을 몽환 하게 만드는 영화다.그 근사한 달빛이 마음에 든다.그리고 그 달빛을 받아 짐승으로 날뛰는 늑대인간의 모습에서 나오는 음산한 분위기가 좋다.

주말 심야에 보면 어울릴 영화 <울프맨>.왠지 TV명화극장으로,20인치 브라운관 TV로 보면 더욱 근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어쩌면 흑백으로 보면 더 맛이 날 지도 모르겠다.그리고 영화 소개를 이제는 들을 수 없는 故 정영일 영화평론가의 음성으로 들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2월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