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를 보고 나면 영화가 재미있다,재미없다는 느낌보다 더 강한 느낌이 한 가지 든다.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왠지 반복되는 듯한 대사,데자부 현상?왠지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영화가 머리 속을 맴돌며 몇 가지 소재가 지나간다.난세,영웅,그리고 국가.분명 다른 시간대와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토록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은 왜 일까?
예로서 나라를 다스리려 한 공자
<공자-춘추전국시대>는 제목처럼 공자에 주목한 영화다.하지만 그 시각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데 공자가 우리에게 사상가나 학자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면,영화는 지략가나 정치가로서의 면모에 초점을 맞추었다.그러면서 영화 전체적으로 질문을 던진다."예(禮)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가능한가?"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노나라에 등용된 공자가 자신의 사상과 이상을 국가운영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영화의 핵심이다.개혁을 하여 국가운영을 바로 세우려고 하고,외교적 능력과 군사적 전술 능력을 보여주며 뜻을 펼치려 하나 좌절한다.이후 전개는 떠돌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은둔의 세월이다.
공자를 단편적으로 접근한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의 전개는 너무나 단편적이며,인물을 보는 시각도 단순한다.분명 공자는 큰 인물이다.하지만 <공자-춘추전국시대>는 그런 인물을 너무나 대충 훝어가며 조명한다.그 모습은 마치 한편의 요약본 위인전을 보는 듯 하다.그러면서 행동에 대한 의미 부여는 너무 크다.이런 행동은 이런 의미,저런 행동은 저런 의미.거기에 그 전개의 톤도 교육적인 톤이다.
<공자-춘추전국시대>이 왜 단편적이었냐고 지적했냐 면 영화는 공자의 너무나 많은 면과 많은 이야기를 다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정치가로서의 정책적인 접근도 보여주려 하고,군사전술가로서의 전술전개능력도 보여주려 하고,거기에 사상가로 유명하니 여러 가지 사상 이야기도 말해야 하고,학자로서 제자를 대하는 태도도 보여준다.그 와중에 자견남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추가한다.이쯤 되면 영화가 공자 내면을 다룬 자체가 춘추전국시대 급의 혼란함이다.2시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뭘 얼마나 보여주려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영화는 지나친 과욕을 부렸다.
<공자-춘추전국시대>에서 공자를 심오하게 파헤쳐야 했다는 말이 아니다.욕심이 지나쳤다는 말이다.차라리 몇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상에 접근하는 <영웅>식의 전개나 <마지막 황제>같은 차분한 관찰이 필요했다.하지만 <공자-춘추전국시대>는 이도 저도 아닌 영화다.<영웅>에서 본 듯한 화살장면이나 <적벽대전>에서 본 듯한 전쟁장면 같은 스케일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면서도 그 크기가 대단하지도 않다.별거 없는 CG장면 이후에는 뜬구름 잡는 사상을 논한다.그 전개가 너무나 단편적이다 보니 관객은 집중을 하기 힘들다.솔직히 노나라의 같은 군인끼리 죽이는 장면에서 공자가 고뇌하는 장면은 그 괴로움이 우리에게 전달되기 보다는 설렁설렁 전개한다는 느낌이 더 든다.그런데 무엇을 바라겠는가?
재미도 없고,순수하지도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공자-춘추전국시대>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영화다.중국영화계가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주목하는 '난세'와 그 속의 '영웅'의 캐릭터 중 하나로 공자가 이렇게 소비된 것이 아쉽다.죽은 공자가 애국하는 길은 이렇게라도 부활해서 국가를 강조하는 진부한 중화사상 영화에 나와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본다.<공자-춘추전국시대>는 2시간 동안의 러닝타임 동안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한 영화인가?영화는 공자의 무엇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나에게 이 영화의 무엇을 보았냐고 묻는다면 주윤발의 미소를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공자의 미소가 아닌 주윤발의 미소.그 미소는 예전 홍콩영화를 그립게 하는 미소다.
난 80-90년대 홍콩영화가 그립다.비록 때깔은 지금보다 안 좋을지 모르지만,그 당시 공장처럼 마구 나오던 홍콩영화가 차라리 영화 같았다는 생각이다.비록 그 시절 작품들이 저질스럽다고 평가받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순수했다는게 내 생각이다.지금의 중국영화는 전혀 순수해 보이지도 않고,전혀 영화스럽지도 않다.마치 간첩 잡는 똘이장군 같은 목적으로 부활한 공자의 모습은 측은해 보인다.거기에 그 배역을 주윤발이 했다는 사실은 더욱 슬프다.나의 <영웅본색>의 주인공 마크는 영원하지만,주윤발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 왠지 슬프다.
*2010년2월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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