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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식객2:김치전쟁(2009) -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by 사과랑 2010. 2. 7.

감독: 백동훈

주연: 진구(성찬), 김정은(장은), 왕지혜(진수)

 

 

 대령숙수를 얻은 후에도 여전히 야채를 팔러다니는 '성찬'. 그에게는 친어머니 같은 '수향'이 운영하는 춘양각은 옛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러던 중 '수향'의 딸 '장은'이 일본에서 귀국하고 최고의 요리사가 되어 돌아온 그녀가 춘양각을 없앨려고 한다. 이에 '성찬'은 춘양각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장은'의 의견에 반대하며 김치전쟁을 시작한다.

 

 '허영만'선생님의 만화 <식객>을 모티브로 전편과 드라마가 나온 후 이번엔 극장판 속편이 나왔습니다. '성찬'역의 배우는 '진구'로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요. <마더>와 <기담>등 주연은 아니라도 자신이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서 좋아하죠. 악역이든 착한 역이든 어떤 역에도 잘 어울리는 배우라 더욱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의 상대배역은 '김정은'. 뭐 두 말할 필요가 없죠.

 

 <식객2>는 전편의 인물들이 모두 바뀌어서 나옵니다. 게다가 원작에도 없는 내용이죠. 즉, 인물만 빌어왔을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는 셈이죠. 굳이 원작을 또 써먹을 필요는 없으니 인물만 가지고 색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상당히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인물들의 성격이 바뀌지만 않는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거죠.

 


 이번엔 부제로 <김치전쟁>이 붙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주요 골자가 될 소재를 미리 얘기 해준 셈이기도 한데요. 김치라는 우리와 밀접한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갈 이 영화. 정말 좋았습니다.

 

 좋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김치라는 소재와 원작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말하는겁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앞의 두 가지를 제외하면 딱히 좋다라고 말하기 힘드네요.

 

 감독인 '백동훈'감독님은 <로맨틱러브>라는 단편영화를 만든 필모를 가지고 계시네요. 제가 보지도 못해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욕심이 많으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서로의 의견에 부합되지 않아 싸우는 치밀한 요리싸움과 코믹한 인물들, 그리고 눈물 콧물 쏙 빼게 만들 모성애, 여기에 전국에 있는 음식재료와 전통의 맛을 지니고 있는 주변 인물들에 전국에서 모인 요리사들과의 경합 등. 다양한 요소들이 널려 있습니다. 여기에 과거의 비밀과 진짜 맛의 비밀 등도 포함되어 있는데, 많은 소재를 가지고 다양하게 풀어놓질 못하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아 한 그릇에 다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고나 할까?

 우선 '성찬'과 '정은'은 싸워야할 당위성 자체가 매우 미흡합니다. 물론 춘양각이라는 각자의 추억을 가지고 싸우기는 하지만 이게 좀 애매하죠. '성찬'에게의 춘양각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미흡합니다. 단지 '수향'과 춘양각을 기억하고 오시는 손님 덕분에 싸우는거니깐요. '성찬'은 다른 기억으로 더 머리 아파합니다.

 

 그래서 '성찬'은 중반에 포기를 해버리고 '정은'은 시합을 끝까지 마치라고 힘을 북돋을 수 있게 뺨을 때리죠. 한마디로 웃깁니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가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니 말이죠. '성찬'도 알긴 아는가 봅니다.


 


 그리고 조폭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간간이 나오는 3인조나 '김국장'역의 '박길수'도 그렇고 웃길려고 나름 노력은 해보이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냥 지금까지 봐온 조연 인물들의 향연입니다.

 

 그나마 '성지루'와 '김영옥' 덕분에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로 명연기를 보여주셨죠.

 

 캐릭터도 개성이 강한데도 후반부로 갈 수록 빛을 내지 못합니다.

 여기에 요리가 화두에 올라야 하는데 계속 중심에서 벗어납니다.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거죠. 요리대결씬은 음악도 그렇고 잘 맞아떨어집니다. 좋았어요. 하지만 역시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옆으로 새버립니다. 음식이 있음에도 관객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은 충동 따위는 만들어 놓지도 않죠.

 서사도 길고, 말도 많고 그러면서 보여주고 싶은건 많은 영화입니다.

 

 '자운'역의 '최종원'이 '성찬'에게 말합니다. 말이 많아서 음식이 그 맛이라고... 이 영화도 말이 너무 많아서 그다지 맛을 못냅니다.

 

# <식객2>를 보고 나니 <식신>이 보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바로 오프닝 타이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