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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맨틱 가이드 (2009, 로널드 페트리)_사랑이야기를 얹은 그리스 간접관광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5.
나의 로맨틱 가이드
감독 도날드 페트리 (2009 / 미국, 스페인)
출연 니아 바달로스, 리차드 드레이퍼스, 알렉시스 조굴리스, 할랜드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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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고는 담을 쌓은 삭막한 삶을 살아온 조지아.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와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지만, 여행 가이드 첫날부터 제멋대로의 여행객들을 상대하느라 녹초가 되어버린다.

 한 성격하는 조지아는 사사건건 고집불통 여행객들과 부딪히게 되고, 심지어 ‘hello’조차 모르는 줄 알았던 관광버스 운전기사 ‘포르코피’에게 자신의 연애 치부마저 들키게 되고,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이하게 되는데… 뭐만 할라치면 꼬여버리는 조지아에게 과연 ‘연애운’은 돌아올 것인가?

정말 예정에 없이 보게 됐다. 어지간하면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하지 않지만 어찌어찌하다 보게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럭저럭 (울며) 재밌게 본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맘마미아>에 이은그리스 영화 3부작의 완결편이라나... 앞의 두 편을 보지 못했음에도 신혼여행지로는 산토리니를 (무작정) 꿈꾸고 있는 나에게도 여러모로 유익한 관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2년 전 유럽 몇 개국을 점찍듯 다녀왔던 패키지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 볼 때 더욱 그랬다. 버스를 타고 대규모 인원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특이한 형태의 여행(여행이라기보다는 '관광'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크고작은 사건들이 영화 안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 수도 없고 그렇지만 알고 보면 모두 재밌는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도 그렇고, 고생하는 가이드 언니의 높아질 대로 높아진 목소리와 마르지 않는 땀이 다시 떠올리게 되었으니까.

영화는 묘하게 시니컬한 부분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리스인들의 '댄스 본능(영화를 보거나, 혹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면 알 수 있을)'을 비웃기도 하고 섹스를 밝히는 남자들의 응큼한 면모를 묘사하는가 하면 유적보다는 야사에 관심을 갖는 천박한 관광객 심리를 꼬집기도 한다. (극중 가이드인 조지아의 원래 직업이 역사학 교수라는 설정은 관광객의 성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리는 것은 역시 여행길에서 만난 동지 간에 싹트는 인간애와, 메마른 가슴에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이다. 한 치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순을 밟아가지만 그래도 은근히 보는 재미가 있는 귀여운 영화. 여주인공인 니아 발다로스는 <그리스식 웨딩>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는데 이번 영화에서 처음 보았지만 드류 베리모어를 닮은 깜찍한 외모에 호감을 갖게 되었으나... 자그마치 62년생이라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 아침을 열기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던 영화. 이 영화 보고 울었다면 코웃음 칠 사람 많겠지만 뭐...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만큼 코끝 찡한 스토리가 있던가.(아무리 진부할지언정 역시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거기에 '코미디'라는 양념까지.)

남자주인공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니아 발다로스는 놀랍도록 귀엽다



아,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영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고대 그리스의 웅장한 유적이다. 물론 포커스는 인물에 맞추어져 있고 그리스 유적은 러브스토리의 배경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효과적으로 영화의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리스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 같은 건 별로 없지만 (영화를 통해 다 본 듯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