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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곰 테드>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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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소년 존(마크 윌버그)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곰인형 테드(세스 맥파레인). 테드가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존의 소원을 하늘이 들어준 탓인지 어느 날 테드는 살아 움직이게 된다.


두 친구는 앞으로도 영원히 '무적의 동지'가 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7년 후, 여전히 둘은 '무적의 동지'로 남아있다. 다만 기적 같은 일이라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테드는 지금은 완전히 한물간 스타 신세고, 존은 어른의 삶보다는 테드와 노닥거리는 아이 같은 삶에 무게를 두며 지내고 있다.


대마초나 함께 피우거나, 음담패설과 욕설을 주고받고, 추억의 TV 드라마나 보며 킥킥대는 존과 테드. 둘의 관계가 못마땅한 존의 여자친구 로리(밀라 쿠니스)는 존에게 테드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통보한다.


많은 사람이 어릴 적에 "내 인형이 살아 있다면?"이란 상상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19곰 테드>에서 곰인형을 동심의 세계에서 (영화 속) 현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졌던 소재이기에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19곰 테드>의 아이디어는 곰인형도 함께 성장하면서 '성인'곰인형이 된다는 시간의 상상이 보태지면서 특별해진다. 대마초와 술, 파티에 쩔어지내는 '성인'곰인형이란 설정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유쾌한 장난질이다.


작년에 선보인 영화 <황당한 외계인 폴>이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을 즐기는 외계인으로 <E.T>에 장난을 쳤다면, <19곰 테드>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대마초까지 하는 '성인'곰으로 <곰돌이 푸>에 농담을 던진다.


그러나 <19곰 테드>는 단순히 농담 나열만 하진 않는다.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패밀리 가이>를 통해 상당한 내공을 쌓은 세스 맥파레인 감독은 <19곰 테드>가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영화는 어릴 적 동경하던 TV 드라마 속의 인물을 지금도 함께 흠모하며 즐거워할 친구, 우격다짐하더라도 울면서 화해할 수 있는 친구가 지금 주위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 미성숙한 어른이라 질책받을 수 있는 존과 테드를 다른 시각에서 보길 원한다. 그들이 27년 동안 한결 같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소중한 친구가 없는 삶의 고통은 조디 포스터가 감독한 <비버>에서도 세심하게 다루어졌던 주제다. <비버>에서 주인공은 부인과 자식, 직장에서 소외된 채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가상의 존재 '비버'를 만들어 소통을 시도한다. 그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나은 결과를 얻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다. 단지 자신과 (또 다른 자신인) 비버만이 있을 뿐이다.


요즘은 우정의 생성과 유지마저 디지털에 의존하고 있는 세상이다. 인터넷과 SNS 등에서 쉽게 친구를 만들고, 버린다. 테드와 존은 이런 모습들과는 다른 우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철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우정의 가치를 믿고 있다. 어느 때고 만나 진실한 대화를 나눌 친구조차 사라져 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30~40대(또는 그 이상의) 남자들에겐 '테드'가 필요하다. 물론 자신이 먼저 '테드'로 다가설 용기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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