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익스트림 NO.13>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7. 18:36

본문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이라 불린다. 공장을 운영하는데 미국의 인력만을 활용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인력을 중심으로 했지만, 거대한 공장을 그들의 힘만으로 끊임없이 가동하기엔 출력이 부족했다. 모자란 힘을 보충하기 위해 할리우드는 새로운 동력원을 유럽에서 상당수 받아들였고, 근래엔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비영어권 감독들의 역사에서 영화광들 정도가 기억하는 먼 역사엔 프리츠 랑과 오토 플레밍거 등이 위치했고, 대중들이 기억하는 가까운 역사에선 오우삼과 서극을 발견할 수 있다. 근래에 헐리우드에서 인기를 끈 영화에서 찾는다면 <원티드>의 티무어 베크맘베토크(러시아)나,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든 이안(대만)이 있다.


할리우드는 각국에서 인기를 끈 영화의 판권을 사들여 적당한 시기에 자신들의 생산 라인으로 재가공한다. 한국에서 찾아본다면 <엽기적인 그녀>나 <장화, 홍련>이 헐리우드에서 <마이 쎄시 걸>과 <안나와 알렉스:두 자매 이야기>로 만들어진 예가 있다.


그런데 비영어권 국가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과 그 작품의 감독을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작품에서 그대로 기용하는 예는 희귀하다. <그루지>를 만든 시미즈 다카시(일본), <콘트라밴드>를 만든 발타자르 코루마쿠르(아이슬란드) 등이 바로 그 경우다. 이외에도 최근 개봉한 <미스터 스타벅>의 켄 스콧(캐나다)도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작품에 그대로 기용될 예정이다.


3일 국내 개봉한 영화 <익스트림 No. 13>도 희귀한 예에 속한다. <익스트림 No. 13>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던 <13 자메티>를 할리우드애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루지아 출신의 겔라 바브루아니 감독은 <13 자메티>와 <익스트림 No. 13>에 모두 기용되었다.


영화 속 '러시안 룰렛' 게임이 보여주는 지옥도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전기 기술자 빈스(샘 라일리 분)가 어느 집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큰돈을 얻을 기회를 엿듣게 되고, 그 집에서 우편물을 몰래 빼돌려 대신 그 기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그 기회는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 게임. 빈스는 마지막 한 사람이 살아 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게임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에 판돈이 걸리는 죽음의 도박장에서 그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영화 속 러시안 룰렛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를 은유한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타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든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우리네 삶에서의 (강요되는) '게임의 규칙'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해 타인의 죽음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란 도덕성을 극단적으로 묻는다.


이런 질문은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버튼 버튼'을 영화로 만든 <더 박스>에서도 던져졌었다. <더 박스>는 상자 속 버튼을 누르면 백만 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대신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죽게 된다는 걸 받아들이겠는가를 물음으로써 인간의 도덕성을 다루었다.


<13 자메티>와 <익스트림 No. 13>은 흑백과 컬러라는 차이점 외에 크게 다른 부분은 없다. <익스트림 No. 13>이 할리우드 생산품답게 딱딱했던 원작에 살을 붙여 부드럽게 만들고, 회상 구조를 가짐으로 이야기의 이해가 빨라졌다는 차이 정도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프랑스 판본과 할리우드 판본이 그다지 다를 바 없음은 게으름의 방증이 아니다. 겔라 바브루아니 감독은 지금 이 시점에서 어디에서 판본을 만들더라도 영화 속의 러시안 룰렛을 통해 구현된 '지옥도'는 크게 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러시안 룰렛이 자행되는 불법도박장은 살아남고 싶은 눈빛과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눈빛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활활 타오르는 지옥도에선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다. 그저 죽는자와 죽이는 자만이 있을 뿐이다. 


관객은 지옥도를 관찰하면서 죽음의 순간을 관음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도덕적인 부채를 느껴야 한다. 수입사에서 임의로 갖다 붙인 '익스트림'이란 제목(영화의 원제는 <13>)과 포스터 중앙에 위치했지만 주인공이 아닌 제이슨 스타뎀에 신경쓰지 말고, 지옥도에 빠져 몸부림치던 '13'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최신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닥터>  (5) 2013.04.07
<내가 고백을 하면>  (12) 2013.04.07
<파라노말 액티비티 4>  (6) 2013.04.07
<바비>  (11) 2013.04.07
<루퍼>  (9) 2013.04.07
<19곰 테드>  (5) 2013.04.04
<테이큰 2>  (12) 2013.04.04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단평  (166) 2012.04.04
<웨이크 우드>해머 필름의 본격적인 시동을 위한 훌륭한 예열  (142) 2012.02.15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잘 만든 여성 성장 코미디  (217) 2011.08.2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