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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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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는 동부지검 검사실에서 피의자가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받은 데 이어, 유사 성행위까지 이루어졌다는 '검사의 성(性) 스캔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사건은 검사가 직무상의 위력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행사했느냐가 핵심적인 논점이다. 


그런데 검사는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유사성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검사가 사법 기관 내에서 자신의 성욕을 분출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혹여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사성행위를 한 적도 있으니 이 정도는 약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검사는 어릴 적부터 촉망을 받는 인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윤리에 대한 교육은 부족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을 해보아도 검사실에서 유사하든, 유사하지 않든 간에 성행위를 나누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윤리관에 문제가 있는 자들이 강한 권력을 가졌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썩어빠진 윤리관을 지닌 검사가 신체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기관에서 인간의 자유를 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렇다면 윤리관의 문제가 있는 의사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의료 행위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굿닥터>는 이것에 관한 이야기다.


존경받는 의사의 삶을 꿈꿔온 레지던트 마틴(올랜드 불룸 분). 하지만 현실은 과도한 업무에 치이고, 간호사들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신세다. 마틴은 신장병으로 입원한 18세 소녀 다이앤(라일리 코프 분)을 정성껏 치료하면서 '좋은 의사'로서 온 힘을 기울인다. 그의 치료 덕분에 다이앤의 병은 호전되고 결국 그녀는 퇴원하게 된다. 그녀가 퇴원한 후에 알 수 없는 허전함에 휩싸이게 된 마틴. 그는 자신의 허전함을 달래고자 다이앤을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레지던트 마틴이 다이앤을 치료하면서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는 <굿닥터>의 감정의 설정은 롭 라이너 감독의 <미져리>라든가, 제니퍼 챔버스 린치 감독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에서 보인 '집착'과 유사하다. 마틴은 다이앤의 병을 악화시키기 위해 약을 바꿔치기하고,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 그런 마틴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하게 되는' 욕망을 잘 보여준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마틴이 범하는 금기를 향한 욕망은 <프랑켄슈타인>의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보여주었던 생명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과 겹쳐진다. 죽은 자를 살리려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산 자를 죽이려는 마틴. 어떻게든 생명을 소유하고 싶었던 두 사람의 모습은 결과만 다를 뿐이지 결국은 같은 얼굴이다.


하지만 다이앤의 돌연한 죽음 이후, 다이앤을 향한 마틴의 욕망이 끝나면서부터 영화는 더는 흥미롭지 않다. 마틴이 자신의 욕망을 은폐하려는 노력은 평범한 스릴러 영화의 완성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굿닥터>에서 나왔던 대사를 빌어보자면 "좋은 의사가 되는 법? 그런 척하면 돼"라는 식이다. 특별한 무엇이 전혀 없는데 영화는 그런 척하면서 마무리한다.


<굿닥터>의 마틴은 정상적인 사회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의사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수익을 위해 '우유주사'라 불리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남용하는 병원이라든가, 응급환자를 거부하는 종합병원의 태도를 뉴스로서 접하는 대한민국에서 <굿닥터>의 광기는 낯설지가 않다. 공개적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가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는 현실에 비한다면 그나마 숨어서 진료 조작이나 증거 조작을 하는 영화 속의 마틴은 양심적인 범죄자란 생각이 들 정도다. 현실 세계의 공포가 영화 속 세계의 공포를 압도하고 있는 무서운 상황. 이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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