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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히어로>

최신영화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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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던 뮤지컬 감독이었지만 연출했던 작품이 망해버린 뒤에 아동뮤지컬을 전전하며 재기를 꿈꾸던 유일한(김래원). 그에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진출할 수 있는 '조선의 왕, 정조'의 주연배우를 선발하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아역배우와 팀을 이뤄 참가하는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일한은 노래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영광(지대한)과 짝을 이룬다.  


그런데 다른 배우에 비해 영광은 비주얼과 춤이 부족하다. 게다가 조선의 왕에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색이 다른 다문화가정의 소년이다. 우승을 위해 영광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유일한. 오로지 화려한 재기만을 생각하던 유일한은 영광과 소통하면서 잊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간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선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살벌한 생존 게임이 수없이 벌어진다. 정체를 속이며 술래잡기를 하는가 하면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겠다고 오지로 가기도 한다. 기성 가수의 무대를 청중이 채점하더니만, 결국엔 인기가 떨어진 가수를 불러서 '생애 마지막'이란 얼토당토않은 경쟁까지 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가수나 배우를 뽑는 오디션만이 아니라 아나운서까지도 오디션으로 선발할 정도로 영역은 확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디션 왕국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방송으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는 데 비해서 한국 영화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또는 오디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를 찾긴 어렵다. < Mr. 아이돌 >이나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같은 아이돌의 경쟁 풍토를 다루었던 영화는 더러 있어도 오디션 문화를 다룬 영화는 중년 부부의 연예계와 정치로의 '일탈'을 유쾌한 해프닝으로 그려낸 <댄싱퀸> 말고는 쉽사리 연상되는 사례가 없다. 



재능을 아직 꽃피우지 못한 자가 우연한 기회에 능력을 드러나게 해줄 사람을 만난다는 내용은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 음악학원 선생이 절대음감을 소유한 천재 소년을 만나다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마이 리틀 히어로>와 가장 유사한 내용의 영화다.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글러브> 등의 스포츠 영화에선 보이는 꼴찌의 반란도 비슷한 예다.


제자는 차별의 시선을 극복하면서 숨겨진 능력을 보여주고, 그런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스승은 자신이 잃어버렸던 기억과 순수성을 회복한다. 끝에 가서는 스승과 제자의 꿈이 하나가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는 발전한다. 이것은 발견되지 못한 천재나 꼴찌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이야기 구조다.  


노래에 재능을 가진 소년이 등장하는 <마이 리틀 히어로>는 앞서 언급한 이야기 구조를 성실히 따르면서,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영화의 주요한 소재로 활용한다. 아울러 다문화가정까지 조심스레 연결한다.



2003년 작 <선생 김봉두>는 교육에는 관심 없고 오직 돈 봉투에만 눈길을 돌리던 김봉두(차승원) 선생이 벽지 마을의 학생을 통해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를 깨닫는 내용을 보여주었다. 당시 <집으로...>가 유발했던 '시골'의 정서는 <선생 김봉두>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 이후 <꽃피는 봄이 오면>에도 이런 정서는 이어졌다.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사회적인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다문화가정 같은 새로운 문제로 사회는 좀 더 복잡하게 되었다. 영화는 예민하게 이런 문제에 반응했다.


<완득이>에서 동주(김윤석) 선생이 마주한 문제아는 다문화가정의 아이 도완득(유아인)이다. 동주 선생은 도완득이 희망을 품도록 만들어 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힘차게 달리는 도완득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마이 리틀 히어로>의 유일한 감독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영광이를 만난다. 그는 영광이가 큰 무대에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 돌아서는 그 역시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유일한의 행복한 웃음은 <선생 김봉두>의 마지막과 겹쳐진다. 제자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떠나는 김봉두 선생과 유일한 감독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들은 제자들에게 영웅이었고, 제자들은 스승에게 영웅이었다. 


<선생 김봉두>와 <마이 리틀 히어로>는 서로가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각자의 자리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길 원한다. 타인을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도록 경쟁심을 부추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허한 말장난이란 생각이 드는 힐링 장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먼저 손을 건넬 줄 아는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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