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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가장 슬픈 감옥에 갇힌 여자의 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7.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그 여인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운다.그녀의 모습은 우울하고 슬퍼 보인다.
다른 여인이 다가온다.다가온 여인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여인의 동생 레아.무표정한 여인은 지금 막 15년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줄리엣이다.자매는 15년 만에 만났고,레아는 줄리엣을 데리러 왔다.
줄리엣은 지금 막 감옥을 나왔다.하지만 아직 감옥을 나온 게 아니다.
그녀는 가장 지독하고 슬픈 감옥에 아직 갇혀 있다.그 감옥에는 석방이란 없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감옥에서 나갈 생각도 없다.


15년 만에 만난 자매의 재회장면으로 시작하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고독과 상실감을 그린 영화다.15년간 수형생활을 마치고 나온 줄리엣,오랫동안 사회와 떨어져 지낸 그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너무나 낯설다.그런 줄리엣이 세상과 다시 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주요한 스토리.물론 이런 스토리 정도라면 일반적인 한 인간의 사회성 회복이란 평범한 내용이다.하지만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영화 초반부터 흐르던 하나의 의문으로 관객을 집중시킨다.
"그녀는 왜 감옥에 갔는가?"

줄리엣이 6살짜리 아들을 죽이고 감옥에 갔으며,그녀가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될때 관객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더욱 의문스럽게 된다.
"그녀는 왜 아들을 죽였는가?"

그리고 영화는 쉽사리 그 대답을 주지 않는다.줄리엣은 관객과의 소통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라는 듯.


줄리엣이 아들을 죽인 이유를 밝혀주지 않으면서 진행되는 영화는 상당한 절제로 진행된다.
자식의 죽음이라는 가장 슬픈 감옥에 갇힌 줄리엣.그러나 아들을 죽인 범인은 엄마인 줄리엣이다.그러나 줄리엣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그녀는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거부하며,자신 스스로 나서질 않는다.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묻는다.왜 감옥에 들어갔냐고.줄리엣은 대답한다.아들이 없는 세상은 어차피 감옥이라고.

이런 줄리엣을 다시 세상과 소통시켜 나가도록 노력하는 동생 레아.레아를 통해 다시 세상과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과정을 겪는 줄리엣의 모습을 다룸에 있어 영화는 인위적인 장치나 기교를 배제한다.음악 또한 굉장히 자제한다.그리고 상당한 감정선 들을 배우들의 깊이에 의존해 전개한다.그렇게 줄리엣이 세상과의 관계를 서서히 회복해가는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즈음에 영화 내내 흐르는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준다.

기억에서도 지워지고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 사람.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중한 가족이며 친구이다.그리고 그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나누어주며 다시 그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레아가 언니에게 말한다."내게는 다 말해도 돼"
줄리엣은 그녀의 말할 수 없는 슬픈 비밀을 말하며 슬픈 감옥을 벗어난다.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아픔을 레아가,가족이,친구들이,그리고 관객들이 서로 나누어 가지게 되고,다시 줄리엣은 돌아온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절제된 연출에 의해 진행된 영화라 그런지,상당한 힘을 배우에게서 뽑아내는데 그 힘의 근원은 줄리엣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와 레아역의 엘자 질버스테인을 통해 나온다.관계회복을 거부하고 갇힌 상태 이길 원하는 언니와 그런 언니에게 다시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생.이 자매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결코 간단치 않은 연기였는데,두 배우는 너무나도 멋지게 이 배역들을 소화해주었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영화지만,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상당한 깊이의 시각과 내용을 보여준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울림이 느껴지던 영화였다.비록 한국극장가에서 많은 상영관에 걸릴 영화는 아니겠지만,영화가 가진 깊이를 느껴보고 싶은 분에게는 힘든 발걸음을 해서 보길 한번쯤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불어 원제를 웹 검색을 통해 좀 알아보니 "너를 좋아한 지 오래 되었어"라는 반말 형식의 제목이라고 한다.아마도 줄리엣이 동생에게 하는 말,줄리엣이 아들에게 하는 말,줄리엣이 사회에게 하는 말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만한 중의적 표현의 제목이 아닌가 싶다.

*2010년1월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