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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저렴한 예산이 주는 저렴한 공포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1.


무엇인가 우릴 보는게 느껴져

평소에 방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든가,혼자 있는 집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는가?아니라면 문이 저절로 닫히거나 어떤 물건이 자기가 놓은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한 듯한 느낌은 든 적이 있는가?<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그런 일상적인 공포감을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연결시킨 공포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다

앞서 말한 대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연결시킨 영화다.소재 자체가 아무도 손 댄 적 없는 너무나도 신선한 소재도 아니며 게다가 2007년에 제작비 1만5천불로 만들어진 저예산 공포물이다.어떻게 이런 영화가 제작비 대비 7000배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으며,공포물이 극장에 걸리기 힘든 국내영화시장에서 적지 않은 홍보와 배급이 이루어 졌을까?그 해답은 다름아닌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스필버그는 자신의 책상에 배달된 <파라노말 액티비티>dvd를 본 후,영화에 대한 강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바로 판권을 구입해서 엔딩부분을 손질을 가한 후 다시 배급이 했다.여기에 새로운 방식의 홍보전략이 맞물리면서 무언가 있어 보이는 공포물로 변신을 하게 된다.


높았던 기대감,적지않은 실망감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다른 영화로 설명하자면 <블레어 윗치>,<목두기 비디오>,<클로버필드>가 이런 형식의 영화.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케이티와 미카가 자신들의 24시간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 영화이며,관객은 그 녹화된 영상을 지켜보게 된다.마치 CCTV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 영상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화면 속 인물들의 공포감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인물들의 행동,그리고 어떤 음악이나 효과음도 없는 오로지 사실적인 소리만 존재한다.

영화의 구성적 요소들만 보면 꽤 흥미가 가며,거기에 스필버그 표가 붙어 버린 영화,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공포물이니 모든 면에서 긍정적이니 당연히 영화도 긍정적 이었을까?아니,재미없었고 지루했다.그리고 무섭지도 않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답게 정말 있었던 일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게 영화의 핵심이었다.그럴려면 영화 속 일이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야 했고,화면 속 인물들의 행동이 비록 영화지만 영화가 아닌 일상적 행동처럼 보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그러나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화면 속 인물들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의 연속이었다.

먼저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들면서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가해질 지도 모르는 상황 직전에 갔는데도 인물들이 집에서 나오질 않는다.죽기 직전에서야 나오겠다는 배짱인가?아니면 무식인 건가?
이 점은 영화의 전체적인 설정을 위해서니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다.(사실 여타 영화처럼 인물들이 집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는 어떤 요소들을 넣어야 하는 게 당연한 설정이었다.그런데 단지 호기심으로 버틴다는 너무 심했다)그런데 더욱 이해가 안 간 건 점점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위협을 당하면서 공포를 느끼던 부부가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지낸다는 점이다.무서우면 당연히 온 집안에 있는 전열기구를 다 켜서 공포감을 없애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그런데 그런 행동을 안 한다.심지어 영화 속 주요 무대인 침대방의 불도 거의 안 킨다.
그러면 등장인물의 행동에서라도 무엇인가 영화적인 몰입을 위한 요소를 집어넣어야 했는데,내가 본 화면 속 인물은 정상이 아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여자는 정상이었고,남자가 비정상이었다.호기심으로 행동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자존심으로,어느 순간에는 광기 등의 감정적 대응만 하던 남자는 어쩌면 정체불명의 존재보다 더 정체가 불명스러웠다.여자가 계속 외치는 건 "가지마","하지마","제발".그러나 남자의 행동은 언제나 여자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의 연속.

이런 요소들이 이어지다 보니 영화는 갈수록 산만해지고,나중에는 어서 끝나라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내가 본 건 과학이나 논리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남자의 행동들이었던 건가?


사람을 낚는 어부 스티븐 스필버그

도대체 언제 무서워지나 기다리다가 러닝타임이 다 가고만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물론 메이저 제작의 영화도 아닌 저예산 독립영화이고,감독이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신의 능력 치를 발휘해 본 영화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적지 않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기도 하다.그러나 현재 포장되어서 나온 영화는 너무 심하게 거품이 더해진 느낌이고 그 홍보가 좀 민망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그리고 스필버그란 이름을 너무 전면에 내세운 점도 아무리 상업영화라곤 하지만 너무 과대포장이 아닌가 싶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저렴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정도의 저렴한 공포감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가시길 바라며,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졌다면 대폭 낮추길 권장한다.무엇보다 오렌 필리 감독은 샘 레이미 감독과 같은 능력을 가진 분이 아니다.<이블데드>같은 전설 같은 독립영화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영화였다.

어쩌면 이 영화의 진정한 수혜자는 스티븐 스필버그일것이고 우리는 제대로 낚인 건지도 모른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3개의 엔딩버전이 존재한다고 한다.극장에 상영되는 버전이 스필버그가 판권 구입 후 새로 만든 엔딩이고,원래 오렌 필리 감독이 만든 오리지널 엔딩,그리고 dvd와 블루레이에 삽입되는 제3의 엔딩이 있다고 한다.각각의 엔딩이 궁금하시다면 구글링이나 네이버 지식 검색을 이용하면 알 수 있으니 하시길 바란다.

*2010년1월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