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좀 쉽게 표현하면 뭘까 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났다.
기타노 다케시의 <그 남자,흉폭하다>.
<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변형해서 대입해 본다면 <그 남자,비겁하다> 나 <그 남자,찌질스럽다> 정도?느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곤경에 처했다!>는 비겁하면서도 찌질스럽지만,마냥 미워할수는 없는 한 남자의 연애담이자 막장인생담이다.
주인공 선우는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적 있는 자칭 시인이나 정확히 표현하면 현재 돈을 벌지 않는 백수다.거기에 술 좋아하며 술 먹고 사고도 자주 친다.쉽게 표현하면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잉여인간'이다.
순수한 듯 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는 주인공 선우를 통해 보여지는 연애인생담 <나는 곤경에 처했다!>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사랑하는 여자 유나와의 다툼과 이별도 들어있고,절친한 선배 승규가 좋아하는 여인 순애와의 육체적 관계도 들어있다.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거짓말,헤어지자고 말하고도 못내 남자를 지켜보는 여자의 모습,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모습등 등장인물도 몇명 없는 영화가 참 많은 이야기와 군상들이 다루어진다.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소상민 감독은 때로는 솔직하며서도 때로는 막장스러운 연애담을 통해 미숙함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연애를 통해 우리들의 미숙한 모습과 조금 더 성숙해 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흥미로운 접근을 하고,또 욕망을 통해 말과 행동이 다른 우리들의 모습도 재미있게 그려준다.
어찌보면 조금은 과장된 화법으로 진행한 이야기 속 주인공을 마냥 미워할수는 없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조금은 과장된 표현일 지라도 충분히 우리 주위에 일어나거나,생각하거나 들을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뻔한 거짓말로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며,분명히 뒷감당이 안 되는 육체관계를 맺으면서 책임질거 없이 감정에 충실하자는 변명.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던 건 잊어버리고 얼마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망각하는 모습들을 우리의 모습이라 하면 무리일까?곤경에 빠지는 걸 자책하면서도 또 다시 곤경에 알아서 처박는 선우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아봄직하다.곤경에 처해야 인간은 그걸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테니...
이렇게 곤경에 처한 결과보다는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과정을 더 유심히 지켜보는 영화 <나는 곤경에 처했다!>.
대사들과 상황설정이 꽤 재미있었다고 평가하지만,마무리로 가는 설정은 상당히 아쉬웠다.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을 해서 그런지 이전까지 보여준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가 일순간 무너지는 느낌도 살짝 들 정도.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야기 자체를 무리스럽게 마무리의 점을 찍는 결론보다는 하나의 과정을 넘어선다는 시각을 유지했던 점이다.물론 시각을 어느 정도 유지해준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지,한단계 더 성장하는 이야기 전개가 충분히 감정이입이 될만큼 성공적으로 한 수준은 아니고 어느 정도 선방한 수준 정도다.
때로는 홍상수 스타일의 분위기가 느껴지는(※홍상수급의 대사와 상황전개를 바라는건 절대 과욕이다,분위기만 조금 느껴졌다는 거다) <나는 곤경에 처했다!>.
여자친구 앞에서 적당히 약속도 하고,적당히 약속을 깨며,때로는 무릎도 꿇어 용서도 구하고,때로는 울기도 하며 매달리는 선우를 만나고픈 분들게는 추천하고 싶다.어떤 분들은 그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지 모른다.단 저런 연애상대에게 데인 아픈 경험이 있는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보는 내내 분노로 주먹을 불끈 쥘 가능성이 분명 높을테니.
마지막으로 제목을 하나 더 붙여본다면 <그남자,미워할 수 없다>는 어떨까 싶다.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깐죽거리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을 하는 선우의 대사.
지구를 지키는 직장인이 되고픈 선우의 깐죽거리는 말장난도 상당히 흥미로우니 꼭 빠져보시갈 추천한다.
*2009년12월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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