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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8인 최후의 결사단(2009) - 화려한 배우들에 비해 평이한 영화

by 사과랑 2010. 1. 27.

감독: 진덕삼

주연: 왕학기(이옥당), 견자단(심중양), 사정봉(아사), 양가휘(진소백), 여명(유욱백), 판빙빙(월여), 왕백걸(이중광), 이우춘(방홍), 바특(왕복명)

 

 1906년 10월 15일 일본에 있던 쑨원이 암암리에 혁명가들과 모임을 가지기 위해 홍콩으로 입국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청의 조정은 눈의 가시같은 쑨원을 암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홍콩에 있던 혁명가 '진소백'은 그날 하루 한 시간 동안 쑨원 한 명을 지키기 위한 위장술을 이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1시간 동안 살아남을 확률은 없다.

 

 이번에도 중국에선 역사를 다룬 영화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정치적 색깔이 강하게 묻어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중국 특유의 무협액션과 드라마가 잘 녹아있다고는 하지만 정치적 색깔은 지울 수가 없겠죠.

 2009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이 건국된지 60주년이었습니다. 그에 발맞춰 다양한 중국 시대극이 개봉했었는데요. 이 영화도 그런 편승에 가담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들이 지극히 현재 중국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의 국부라고 칭송하는 '쑨원'은 청을 무너뜨리고 중국 근대사를 이룩한 인물이기에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이 '쑨원'을 지키기 위해 8명의 결사단이 활약하는 영화인데요. 정확하게는 8명이 넘죠. 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한 명을 지키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습니다. 중요한건 이들은 '쑨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얼굴도 보지 못한 일반인들이라는 사실인거죠.

 이 점이 이 영화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국민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쑨원'을 지킨 또 다른 영웅들은 정작 누구를 지키는건지 알지 못한체 생명의 내놓습니다. 게다가 하루 한 시간, 한 명을 지킨다는 설정은 어느 영화든 만화든지 간에 감동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 시간을 위해 설명해야 할게 너무 많은 앞부분은 영 아니올시다입니다. 일단 너무 많은 인물이 나오는 데다가 짧은 시간에 관객에게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모든걸 풀어놓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들의 모임이 개연성도 부족하고 캐릭터도 밋밋합니다. 특히 '양가휘'가 열연하는 '진소백'이라는 인물은 거의 가관입니다. 친구인 '이옥당'과 관객에게 '쑨원'의 방문에 대한 절실함을 호소하는데, 호소라기 보다는 단순히 일방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지식 없이 본다면 이 영화에서 '진소백'이라는 인물은 그다지 탐탁치 않은 인물이 되죠.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들이는 물 귀신 작전에 정작 영웅들을 모으고 거사를 치를 준비는 '진소백'이 아닌 '이옥당'이 모든걸 합니다.

 

 '진소백'이라는 인물을 그렇게 욕할 인물은 아니지만 일단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인거죠.

 

 그나마 이 영화에서 빛나는 인물은 역시나 '이옥당'입니다. 가장 입체적이며, 초중반의 성격 변화가 극명한 인물이죠. 그가 오직 아들 하나를 위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초지일관이지만 아들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시시각각 변화됩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고 제대로 살아있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설정과 소재는 매우 재미있을 영화입니다. 다만 설명과 인물과의 개연성이 부족한 점과 초반부가 다소 느리게 끄는 듯한 느낌이 드는게 아쉽지만 나쁘지는 않는 영화입니다. 여기에 '견자단'식의 리얼액션과 '여명'이 보여주는 무협액션. 그리고 중국 흑사회가 보여주는 난도질 액션까지 이래저래 많은 액션도 보여줍니다. 역시 마지막을 제외하면 좀 실망이 크죠.

 


 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중국, 홍콩, 대만의 신구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겁니다. '견자단'과 '여명', '사정봉'은 말할 필요가 없죠. 여기에 홍콩 경찰로 나오는 '증지위' 아저씨. 요즘엔 진지한 역만 하는데 오래 전 <오복성>에서의 코믹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기가 영 힘드네요.

 '판빙빙'과 중국에서 노래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이우춘'. 그리고 '이우춘'의 아버지로 나왔던 '임달화' 아저씨. 여기에 초반에 '양구운'역을 맡은 '장학우'와 '여명'의 기억 속에 나오는 '이가흔'.

 NBA농구선수 출신인 '바특'(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네요. 중국식 이름과 한국식 영어식 이름이 워낙 다양해서...) 키가 무지커서 영화 초반부터 눈에 확 띄죠.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나름 중국에서 활약하시는 '왕학기'는 '이옥당'역을 맡았고, 그의 아들 '이중광'역을 맡은 잘생긴 배우는 '왕백걸'로 대만에서 활동하는 배우라고 합니다. 이 둘은 잘 모르긴 해도 유명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드라마 <천룡팔부>와 <적벽대전>에 나온 '호군'은 청조정의 암살자 역을 맡았고요. 그를 호위하는 한 명은 <팬도럼>에 출연했던 '청레'라는 배우인데요. 태국출신으로 배우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킥복싱과 격투기 선수라고 하네요. 그래서 '견자단'과 멋들어지게 싸웠나 봅니다.

 그리고 깜짝 놀랄만한 인물이 또 있으니 바로 '잠건훈'입니다. 오래 전 <오복성>과 <쾌찬차>등에서 파마머리하고 어리숙하게 코믹연기를 하신 분입니다. 그는 '아사'가 좋아하는 여인이 있는 사진관의 주인으로 잠깐 등장하죠. 머리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더군요. '아사'가 좋아한 여인인 '조원'은 신인인지 딱히 알지는 못하겠네요.

 그리고 '이우춘'과 싸우다 죽은 새끼 손가락 잘린 배우는 분명 많이 본 배우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주조연과 까메오까지 해도 상당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거기에다 국내에서 아는 배우들도 대거 출연하니 이 영화에서 이거 하나만큼 단연 최고라고 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A급 스타의 빛에 기대는 영화가 아닙니다. '여명'은 거지로 나와서 얼굴도 잘 안보여 줄 뿐더러 '견자단'은 도박꾼에 엉성한 나쁜 아버지로 나오죠.(나쁜이유는 역시나 도박 때문이죠.)

 

 감독은 액션영화 감독인 '진덕삼'이고, '진가신'이 제작을 맡았더군요. 한마디로 현재 중국의 걸죽한 인물들이 모두 모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죽어간 인물들과 그 죽음을 목격하는 아버지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혁명과 아버지라는 다소 생각할 꺼리는 주는 영화이지만 전체적으로 평이한 영화입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06년으로 청조말엽이죠. '이옥당' 부자와 '진소백'은 실존인물입니다. 실제로 '이옥당'은 '진소백'에게 자금을 대주고 '진소백'은 혁명의 불씨를 신문으로 열심히 퍼뜨렸죠. '쑨원'은 그 당시 영화와 같이 홍콩에 들어갈 수는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화는 반은 거짓 반은 진실입니다.

 

 여담으로 이 영화의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복장을 보면 중국 근대라기보다는 청말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1906년보다 10년 정도 앞에서는 외세의 침입과 백련교의 활동으로 어지러울 때 불산에서 보지림을 운영하는 '황비홍'이 활약했죠. <황비홍2>를 보면 '황비홍'과 '쑨원'이 같이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그 때는 '쑨원'이 진정한 혁명가로 돌아서는 시점이고 이 영화는 이미 돌아선 시점이겠죠. 그리고 훗날 신해혁명이 성공하고 무창기의가 1911년 11월에 성공함으로서 청나라는 끝납니다. 그리하여 <마지막황제>의 '푸이'는 힘겹고 고단한 삶의 여정을 살아가게 되죠.

 

 솔직히 우리나라 근대사도 힘든데 중국 근대사까지는 머리아픕니다. 그나마 영화 덕분에 지식을 얻어간다는게 좋네요.

 

 <8인: 최후의 결사단>의 원제는 <시월위성十月圍城> 영어명은 <Bodyguards And Assassins>입니다. 영화의 내용과 가장 부합되는 제목은 국내명보다 중국과 영어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