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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8인:최후의 결사단>비장미와 무협으로 요리한 중국근대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8.


단 하루,단 한 시간,영웅을 위해 표적이 된 8명의 숨겨진 영웅들

1906년10월15일,쑨원 박사가 비밀리에 모임을 갖기 위해 홍콩에 온다.청나라에선 그를 죽이기 위해 수백 명의 자객을 홍콩으로 잠입시키고,혁명세력은 자객들로부터 쑨원 박사를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쑨원이 비밀모임을 가지는 시간 동안,이들은 쑨원 박사로 가장한 인물을 태우고 암살자들이 둘러싼 시내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함정을 계획한다.단 한 시간,그들은 한 사람의 영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표적이 된다.


2010년1월의 최고 기대작이었던 영화.그러나...

<8인:최후의 결사단>은 시놉시스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1시간 동안 표적이 된다는 설정에서 느껴지는 비장함.게다가 중국영화의 장기인 무술영화다.그리고 출연배우들도 견자단,여명,사정봉,양가휘,판빙빙 등 호화캐스팅으로 포진됐다.이 정도라면 중국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는 기대를 안 한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나 역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으며,극장에서 예고편을 접하면서 그 기대치는 점점 상승했다.1월의 최고 기대작으로 꼽으며 기다린 영화 <8인:최후의 결사단>.정말 빨리 만나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결과로 나와버렸다.아쉽게도 <8인:최후의 결사단>은 수많은 장점들이 과욕으로 인해서 단점으로 연결이 되어버렸다.장르적인 혼합을 통한 멋진 스토링텔링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론 스릴러,무협물,역사물에 약간씩 발만 걸친 작품이다.

화려한 캐스팅 역시 화려함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주었으나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많은 캐릭터들에 너무나도 골고루 시간을 배분해 주면서 이야기는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는 느낌마저 든다.원래 138분이라 일반 상업영화들 보다 조금 긴 영화였는데,전개의 늘어짐은 영화가 꽤 길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가벼운 하품마저 나오게 하는 수준이다.


게임캐릭터 같이 소비되는 인물들

분명 <8인:최후의 결사단>은 기본 시놉시스가 매력적인 영화였고,그 시놉시스를 구성하는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였다.하지만 영화는 욕심이 좀 과했다.중국근대사의 핵심인물인 쑨원을 통해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중국현대화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했으며,그것을 중국영화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무협과 와이어액션 등으로 포장해 내놓았다.하지만 영화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풍족한 느낌은 줄지언정,한 가지를 제대로 전해 줄 수 있는 진한 느낌은 안 든다.

내가 엉뚱한 방향에 기대를 한 결과인 걸까?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영화에서 기대한 것은 <8인:최후의 결사단>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비장한 느낌과 그 비장한 상황을 연출하는 무술장면들이었다.하지만 영화는 그다지 비장하지도 않았으며,도리어 게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조로운 상황 연출이었다.무술장면들 역시 기존의 유명 영화들에 비해 화려하거나 새롭지 않았다.그리고 영화는 인물들이 결사단에 참여하는 동기가 빈약한 상태에서 무게감만을 강조한다.

배우들의 면을 본다면 영화 속 견자단은 기존 작품에 비해 그럭저럭 평균 수준이구나 싶은 정도였고,도리어 여명이 출연 분량에 비해 더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였다.하지만 여명은 그다지 영화 속 캐릭터와 어울린다는 느낌을 안 들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다만 무술의 고수라는 캐릭터엔 조금 거리감이 들던 여명을 꽤 멋진 무술장면으로 포장해 뽑아낸 중국영화의 노하우는 역시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영화의 무술장면 중 하이라이트가 견자단의 무술장면과 여명의 무술장면 두 가지인데,견자단 같은 전문적 액션배우가 아닌 여명을 견자단의 장면에 견주어도 손색없이 만들어낸 솜씨는 역시 중국의 무술연출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 연출이었다.


홍콩영화 르네상스를 추억하게 되던 최후의 결사단

중국근대사의 중요 인물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상업영화로 연결해 본 영화 <8인:최후의 결사단>.정치적인 면에 집중해서 볼 수도 있고,아니면 무술영화에 집중해서 볼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의미로 연결이 되어지는 영화다.다만 영화가 준 호화만찬의 화려함이 내가 기대했던 면이 아니었음에 아쉬울 뿐이다.내가 바랬던 건 호화요리가 아닌 제대로 된 자장면 한 그릇 이었을 뿐인데.

다만,내 나름대로 <8인:최후의 결사단>을 보고 느꼈던 의미를 찾아본다면 19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홍콩영화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가지는 세월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임달화나 증지위.세월의 흔적이 더욱 느껴지던 양가휘의 모습.그리고 이후 세대인 여명과 견자단.가장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는 판빙빙 등.특히 임달화를 스크린으로 보면서 20년 전 <첩혈가두>의 모습이 떠오르는 아련함이란.<8인:최후의 결사단>은 마치 나에겐 홍콩영화 르네상스의 최후의 결사단 같았던 영화다.이제는 사라져가는 르네상스를 지키고자 하는 최후의 결사단.

*2010년1월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