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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2.


이 녀석은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거야!

미모의 포토그래퍼 손지현은 영화 스틸 촬영을 하며 개인전 준비도 하고,애인 준서와의 로맨스가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다.그런데 어느 날,왠 꼬마 녀석이 나타났다.그리고는 지현을 "아빠"라 부른다.모든 것이 완벽했던 지현에게 엄청난 위기가 찾아 오고야 말았다.


아빠가 된 이나영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제목이 조금 부담스러운 영화다.아빠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엄마 외 여자를 말한다면 불륜이고,여장을 좋아한다면 변태니까.그러나 스크린으로 만난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한국영화로서는 쉽지 않은 소재영역에 대한 도전이었고,그 쉽지 않은 소재를 코믹물로 풀어간 중심에 선 배우는 이나영이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는 여배우로서는 쉽게 선택하기 힘든 배역일 것이다.괜한 어설픈 남장으로 인해서 이미지와 연기력 논란을 불러오기 십상인 배역.그런 배역을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이나영이 도전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란 생각도 들지만,다른 한 편으로는 동급의 여배우들 중 독특한 분위기를 구축중인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이나영이란 배우가 CF라면 몰라도 영화나 드라마 등에선 상당히 컬트적인 면을 보여준 점도 사실이니까.


어색한 남장의 의외성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아빠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다.물론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의 우려도 있으니(이 영화는 사실 어디까지를 스포일러로 생각할 지가 애매했는데 전부 안 적으며 리뷰를 쓰기로 했다) 적지 않는다.말 못할 사정에 의해서 남자가 되어야 하는 내용의 영화이다 보니,관심은 자연스럽게 이나영의 남장이 자연스러울 것 인가에 눈길이 갔다.그리고 이 점이 이 영화를 얼마나 잘 살려주는가의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의외의 수를 들고 나와 버렸다.CG등의 특수분장으로 인해 더욱 그럴듯해 보이는 남장을 보여줄 것이란 생각과는 정반대로 어색함을 들고 나온다.어색한 남장 그대로.


정공법에서 나온 뻔뻔함이 주는 웃음

왜 이런 어색함이란 방법을 선택했을까?어쩌면 이 의문은 스토리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좋은 영화가 아니다.소재가 조금 무리한 선택이다 보니,상황에 인물들을 넣는 방법들 역시 무리수가 따랐다.당연히 스토리의 부족함을 기술적인 부분에서 채워갈 거란 게 일반적인 사고인데,영화는 의외로 정공법을 택했다.그것은 이나영이라는 배우의 힘을 믿고 맡겼다는 점.남장보다는 남장을 한 이나영의 연기를 믿었고,영화는 남장에 힘을 집중하기 보다는 7년 만에 처음 만난 '아빠와 아들'이란 관계에 힘을 집중한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영화는 스토리가 좋은 편이 아니다.그런데 이 영화에 그럭저럭 집중하면서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색함에서 나오는 뻔뻔함이었다.이나영이 어색한 분장으로 분한 남장 역을 너무나도 뻔뻔하게 연기하는 모습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몰입도가 생겼고,여기에 김지석과 김흥수등이 더해준 감칠맛 나는 양념연기들이 꽤 그럴싸한 코믹 영화를 만들어 주었다.


그럭저럭 볼 만한 코믹물

연출을 한 이광재 감독은 그녀인지 그인지 혼란스러운 정체가 주는 예측불허의 상황,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그런 목표를 가지고 나온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장단점이 아주 뚜렷한 영화인데,조금은 부족한 시나리오와 그에 필연되어버린 억지스러운 봉합,마무리등은 아쉬운 점이었다.그러나 그런 부족함을 메워준 건 예쁜 화면 과 새로운 소재를 그럭저럭 이끈 연출력,거기에 더해진 남장을 해도 빛나던 이나영의 뻔뻔한 연기등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전개이니 염두에 두고 영화를 선택했으면 한다.개인적인 평가는 영화가 완성도 높은 작품이란 면에는 부족함이 보이지만,나름대로의 재미를 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충실했다고 본다.

물론 이나영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여서 가지는 말기 바란다.도전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는 것이지,이 영화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내가 나름대로 점수를 준 요인은 도전정신에서 나온 뻔뻔한 연기라는 점이다.

*2010년1월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