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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사사건건>4색 만찬의 향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6.


4편의 옴니버스 영화

2010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처음 극장 개봉을 하는 단편/독립영화가 아닌가 싶다.그런데 하나의 작품이 아닌 엄선된 단편영화의 모음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온 작품이다.그래서 붙여진 제목이 <사사건건>.4편의 개성 넘치는 영화들이 전해주는 서로 다른 4가지 이야기.4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4가지의 맛도 서로 달랐는데,관객의 입장에서는 4색 만찬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산책가>감독:김영근,김예영
시각장애인 영광이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누나를 위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책길을 촉지도로 만든다.그리고 누나와 영광이는 그 지도를 짚어가면서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가상의 산책을 떠난다.

시각장애인이 세상을 보고 느끼는 법을 표현한 영화다.형형색색의 색과 함께 관객에게 그 느낌마저 전달될 것만 같았던 질감.거기에 애니메이션,실사와의 합성,클레이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표현법을 통해 보여진 산책로는 그 동안 감독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무엇보다 멋졌던 건 시간장애인이 시각 외의 다른 감각으로도 아름다운 것을 느끼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의 표현이다.말로는 쉽지만 표현하기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을 실험정신과 독창성으로 멋지게 풀어냈다.


<아들의 여자>감독:홍성훈
갑자기 찾아온 아들의 여자친구.그녀로 인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와의 하루 동안의 동행이 시작된다.


상업영화에서는 조금은 다루기 힘들며,다루더라도 상업적 타협으로 인해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다룬 영화다.그것을 독립/단편 영화라는 영역에 걸맞도록 치열하게 접근했다.냉소적이라 느껴질 정도의 차가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그 대화를 통해 2010년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들추어내고 그 현실에 놓인 자들의 고민과 갈등을 다룬다.영화 속 현실은 정말로 쉽지 않은 결정의 연속이다.그리고 관객은 이들과 함께 동행하면서 그들의 공간을 함께 공유하며 고민하게 된다.


<남매의 집>감독:조성희
가난한 반 지하 집에 사는 부모 없이 스스로 갇혀 지내는 어린 남매.어느 날 찾아온 초대받지 않은 낯선 손님들,그들이 남매를 위협하기 시작한다.그들은 누구이며,밖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인가?


개인적으로 <사사건건>의 에피소드 4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웬만한 공포영화를 넘어서는 스릴을 관객에게 선사해주는데,내용의 논리적인 면이나 장르적인 정체성 같은 것은 애초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영화는 설명을 안 한다.그저 지금 눈 앞에 보여지는 일들의 느낌에 충실 하려 한다.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두려움과 공포는 관객을 불안함으로 몰아넣으며,화면은 현실과 비현실이 마구 혼재한다.관객은 하룻밤의 악몽을 꾸듯 지켜보면 된다.


<잠복근무>감독:이정욱
범인을 잡기 위해 번데기장수로 잠복근무 중인 신참형사.긴박한 잠복근무의 순간 추억 속 에나 존재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나타나서 방해를 한다.


두 가지의 영역을 적절히 섞어낸 영화다.하나가 범인을 잡기 위한 추격장면의 박진감이라면,다른 하나는 왠수같은 친구들의 존재로 인한 코믹적 상황 이다.영화는 이 두 가지를 짧은 시간 내에 잘 조화를 시켰으며 장르적인 완성도 역시 부족함이 없다.후반부의 추격장면은 <추격자>등 추격장면이 유명한 상업영화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테지만,단편영화로서는 상당한 완성도이다.게다가 여타 상업영화의 추격장면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높은 연출이었다.그리고 대사나 상황들이 상당히 웃겨서 흥미진진하다.


감동,리얼리티,스릴,코미디

재미로만 본다면 <사사건건>은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부족할지 모른다.완성도 역시 자본이 결합되어진 여건이 아니므로 부실할지 모른다.하지만 <사사건건>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에서 실력을 높여가는 사람들의 멋진 습작을 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영화였다.거기에 각각의 에피소드가 감동,리얼리티,스릴,코미디 등 다양한 성격을 띄어서 더욱 흥미로웠다.물론 재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추천하기는 힘든 영화지만,메이저를 향해 달리는 마이너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극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영화라고 생각한다.게다가 4색 만찬의 맛이 꽤 좋은 영화다.

*2010년1월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