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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기본은 그래도 이야기인데 말이지... - <박쥐>에 대하여

영화와 스토리텔링

by 마담앨리스 2009. 5. 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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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를 보았습니다.

박찬욱 브랜드의 힘을 떠나서,
네이버, 다음 영화평점이 5점대로, 관객 평점이 터무니 없이 낮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묘하게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더랬어요.
주변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구요.



영화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박쥐>의 마케팅 큰 흐름은 이러했습니다.

- 처음에는 박찬욱, 송강호, 그리고 뱀파이어라는 소재만을 가지고 적절히 노출을 조절하더니
- 개봉시기 약 두달 전부터 아껴둔 스틸컷이 몇장이 공개되고
- 티져포스터&예고편부터 본격 화제가 되었는데, 이때부터 김옥빈이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 본포스터 & 예고편 몇종을 제외하고는 다른 정보는 철저히 통제하며 궁금증을 자아내었고,
- 이와 함께 깐느영화제 경쟁부분 진출 소식이 들리고,
- 송강호의 올누드는 시사회 전까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가 이때 노출되면서 더 자극이 되더니
- 시사회 이후 오히려 일반관객 평점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였습니다.
- 칸 영화제 소식이 들리는 대로 뒷심을 더 발휘하겠죠. 개봉시기 굿입니다.

즉, <박쥐>는 그 영화가 가진 홍보아이템들과 개봉시기상의 호재 등을 적절히 잘 구사한
썩 잘 만들어낸  성공작인 것 같아요.



연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저도 한때 감독 지망생이었답니다. ㅡㅡ;;)

최초로 진정한 의미에서 헐리웃 메이저 자본을 끌어들였고
좋은 제작환경 속에서 마음껏 이미지 욕심을 부릴 수 있었으니,
감독으로써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영화는 우선 독특한 비주얼을 연출해 내기 위해서 용쓴 티가 역력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콘티를 상당히 세밀히 그리기로 유명해요.
<박쥐>와 느낌이 비슷한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의 콘티를 실제 영화와 비교해보며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세밀하더군요.
하여간, <박쥐> 콘티북을 어디서 구할 수 있으면, 어떤 장면과 의도를 위해 그가 실험했을 다양한 연출 기법들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연출 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미술, 의상, 소품, 분장에 이르기까지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묘하게 강렬한 인상을 연출한 부분 등이
공을 많이 들인 영화 티가 납니다.

그러한 비주얼이 음악과 함께 조화롭게 매치된 것 또한 일품이더군요.
영화 또는 영상을 편집해 본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음악은 드라마의 리듬과 감정을 고양시키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따로 OST도 들어봤는데, OST 자체로만도 완성도가 높고 감각있는 앨범으로 평가하고 싶네요.



다 좋은데!!! 그러나!!!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평가를 달리 하고 싶네요.

이 영화. 한마디로 치정극이죠.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끌여들여서 독특한 상황을 부여했을 뿐
이야기의 큰 뿌리는 치정극이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이라는 책에서 정의한 식으로 말하자면'금지된 사랑' 플롯입니다.

<박쥐>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좋게 보신 분이라 할지라도 이야기가 약한 것은 다 느끼셨을 거에요.

독특한 세계(영화적 배경)와 상황을 창조했으되
그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들지 못하고(반대의 예로 <괴물>은 배경-상황 설정에 성공했죠)
'그냥 이런 상황이야. 너네가 이 상황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야 이 이야기를 볼 수 있어' 라는 식으로
불친절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것을 굳이 꼬집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러하긴 하지만)

단지 제 질문은 한가지에요.
왜 둘의 사랑 이야기에 동화가 안될까?

안타깝지 않잖아요. 둘의 사랑이.

영화 메인카피처럼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 줄게요.'
이 부분이 이야기의 후킹포인트이며
그것이 설득이 되서 뒤에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가슴을 저며야 하는 것인데
젠장, 김옥빈이 후반에 너무 날아다녔던 것이죠. 붕붕 하늘을.. ㅡㅡ;;;

치정극이야 말로 어느 이야기보다 흡인력 강한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안방극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겠지요.

최고의 완벽한 상황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낸 박찬욱 감독.
아마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받는 감독으로서
중압감이 너무 컸을까요?

전 <박쥐>를 보며 이명세 감독의 경우가 떠올랐더랬어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이명세 감독 정말 굿!이었잖아요?

그런데 <M> <형사 : Duelist> 같은 작품들 보면,
너무 해외에서 띄워줬던 거죠 이명세 감독을.
그래서 너무 예술하고 싶은 티를 팍팍 내서 결국 관객의 외면을 받았잖아요.

아.... 세계적인 박찬욱 감독은 안그랬으면 좋겠습니다. ㅡㅡ;;



참고로,
치정극을 소재로 정말 잘만든 영화, 재밌는 영화 한편을 소개합니다.
바로 <해피엔드>입니다.


이 영화, 정말 잘만들었어요.
당시 보았을 때 참 이야기 잘 구성했다, 연기 훌륭하다, 완전 부러웠던 영화였습니다.
보신분들은 아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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