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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전인류에게 바친다 - 기타노 다케시, <감독 만세!>

영화와 스토리텔링

by 마담앨리스 2009. 5. 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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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전인류에게 바친다

울트라 버라이어티 무비
감독 만세!




포스터 카피가 저러하네요.
캬~~ 그럼 영화를 좋아하기만 하면 아무나 봐도 재밌는거야?

바뜨 그러나!

영화가 보통 돌+아이 같은 게 아니라서, 
좀 봤다 하는 영화매니아가 아니면 추천해드리기 좀 거시기 한 영화에요. ㅋㅋ (포스터도 참 거시기하죠?ㅋㅋ)

그래도 도전해 보시라고 추천하는 이유는... 나름 거시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확~~~~! 깨요. 아주 그냥 확~~~~~!!

특히 기타노 다케시나 비트 다케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기타노 다케시'는 그가 감독할 때 쓰는 본명이고,
'비트 다케시'는 기타노 다케시가 배우할 때 쓰는 예명인 건 아시죠?ㅋㅋ)
특별히 열광하실 거에요!!!



자, 금주의 스토리텔링 주제는
감독(혹은 작가)이 영화(이야기)를 만드는(착상하는) 과정(과 고민)에 대한 것입니다.

때 마침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그걸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네요.
아주 딱이에요 딱.



<감독 만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영화는 실제로 기타노 다케시의 연대순 별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그 실화를
패러디와 함께 코믹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는 야쿠자 소재 영화를 잘 만듭니다.
야쿠자 소재 영화로 감독의 명성을 쌓아왔죠.

그러나 더이상 야쿠자 영화 같은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기로 선언합니다.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다시 야쿠자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죠.
바로 여기서 그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하여, 야쿠자 소재를 포기하고 그가 선택한 방향은 - 이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지만,
빔 벤더스가 영향받았다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같은
서민적인 따스함이 풍기는 인간드라마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연기하는 서민 가장은,
아무리 그가 서민적인 가장을 연기하려고 해도 건달스러웠고,
오즈 야스지로는 커녕 '품격없음'의 평가를 받습니다.

(이 시점에서 기타노 다케시의 분신인형이 목을 맵니다)

그래서, 대중의 마음을 잡으려면 역시 사랑고 눈물의 러브스토리지, 싶어서 그는 연애이야기에 도전하는데요,
개연성 있는 캐릭터 설정을 하다보니 역시 다시 야쿠자가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역시 이 지점에서 분신인형이 바다에 빠져 자살합니다)

러브스토리도 안되니까 시대물에 도전하는데요.
폭력 장면은 담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오히려 더 잔인한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이번에는 분신인형이 이마에 총맞는군요.)

그래서 냉정히 생각해보니, 일본영화 중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건 공포물이었고,
그래서 그는 공포물에 도전합니다.
문제는, 공들인 특수분장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는 거죠.
오히려 웃기기까지. ㅡㅡ;;

(분신인형은 전통정원연못에 빠져죽어 둥둥 떠 있네요.)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까지 기타도 다케시는 12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흥행에 성공한 건 딱 1편.
역시 흥행을 노린다면 퓨전시대극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총이 안된다면 칼로 하면 되지 않아? 한 것이 닌자 영화닷! 하고 그는 생각합니다.
BLA BLA...

머 이런 식입니다. 그러다다가 SF에도 도전하구요.
짬짬히 들어가 있는 단편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정말 황당하고 폭소를 자아내요.

그리고 그런 잡다한 이야기를 엮어 내기 위해서 또 재밌는 모녀 및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는 이어지고
황당한 상상을 할라 치면, 바로 그 장소에 주인공이 가있고
동에번쩍 서에번쩍, 도대체 어디까지 튈지 모르는 얌체공같은 이야기가 좌르륵 펼쳐집니다.
만들면서 무척 재밌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자기의 영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한 것 같아요.
자학 수준에서 말이죠.
자기를 학대하면서 남을 웃기는 거죠. 풍자 형식으로.
완전 고단수입니다.ㅋㅋ



이 영화처럼, 영화 감독이, 혹은 작가가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착상의 단계는
와~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무척 단순할 수 있습니다.

영화 다 만들고 거기에 담긴 주제에 대해서 무척이나 철학적인 내용을 풀어내는 감독들이나 작가들도
사실은 본인들이 다 의도해서 그렇게 만든게 아니에요.

쓰다보니, 만들다 보니 그런 의미가 생겨나서 그 의미를 좀더 살리기 위해 여기 보태고 저기 빼고
그러면서 작품을 만드는 거죠.

처음 시작은 정말 단순해요.
그냥 '러브 스토리 만들어볼까?' '그래 액션 한번 화끈하게 만들고 싶다' 머 이렇게 시작할 수도 있구요.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걸로 재밌게 놀다 보니 이야기가 나오고
쓰다보니 주제가 낳아지는 거죠.

위대한 감독님들 작가님들, 안그런가요? ㅋㅋㅋ



추신)

영화 크레딧이 끝나고 사족처럼 붙은 시퀀스에서
다케시 감독의 불후의 명작 <키즈 리턴>이
시골 소극장을 배경으로 단 1명의 관객 앞에서 상영이 됩니다.

그러다가 영사기사(비트 다케시 분)의 실수로 필름이 불타오르네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조롱과 풍자로
고통스럽게 사람들을 웃기고
성찰을 하던 감독은,

마지막에 그래도 이 말이 하고 싶었나봅니다.


'우리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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