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 연기한 '홍진호'라는 캐릭터를 보는 맛에
별점 높게 줘도 아깝지 않은 영화가 바로 <그림자 살인> 이다.
우리나라 영화나 혹은 소설 속에
딱히 꼬집어 칭송할만한 명탐정이 없는 것이 내내 아쉬웠는데,
그 나마 이 영화가 약간의 갈증을 풀어줬다.
이번 영화에서 홍진호라는 캐릭터를 멋지게 구축했으니,
분명 영화 제작자들이 이 메리트를 사장할 리는 없을 터.
<그림자 살인>의 흥행점수를 보아 결정되겠지만, 대략 흥행한다면
분명 2탄이 나올 것이다. 헤이그로 가야 하니까... (나는 헤이그로 가서 활약하는 홍진호가 보고싶다구요!!!)
그냥 내 욕심이긴 하지만
이걸 잘 풀어서 <인디애나 존스> 같은 전설적인 시리즈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황정민이 해리슨 포드보다 못한 건 또 뭐야?ㅋㅋ 아.. 외모에서 섹시미는 쫌 빠진다. 쿨럭.)
한국 영화에도 그런 시리즈물 걸작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시리즈물 걸작을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은
바로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다.
<그림자 살인>을 보면서 나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가 떠올랐다.
<명탐정 코난>은 무려 13년가량 장수한 만화영화다. (만화판까지 따지면 15년 가량 되지 않았을까..)
이 만화영화가 장수한 데에는
다른 거 없다.
'에도가와 코난'이라는 캐릭터의 힘이다.
<그림자 살인>은 코난이 그랬던 것처럼
실력을 기본으로 갖추되
여성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스킬또한 유감없이 사용하였다.
즉,
주인공 캐릭터에 아련한 아픔(여자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성질의)을 묻인 캐릭터 형상화 방법이 그것.
홍진호는 박순덕과, 코난은 란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내가 <그림자 살인> 홍진호 캐릭터에 더욱 흥미를 느꼈던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흠모해 마지 않았던
미국추리소설작가 레이몬드 챈들러의 주인공에서 느낄 수 있는
느와르적 냄새도 살짝 가지고 있었기 때문.
높은 지위도
사랑하는 여자도 다 버리고
구질구질한 세상에 반쯤만 발을 걸친 채
나비와도 같이 고독을 나풀거리는 멋진 남자.
주변인물이 그를 본다면
친구가 되고 싶거나 아니면
아예 위험인물로 찍어두고 싶은 캐릭터.
마지막으로 이 캐릭터의 매력은,
황정민이 완성시켰다는 것.
캐릭터는 시나리오의 힘으로 시작되지만,
활자 속 캐릭터가 특정 배우를 만났을 때 일어나는 화학작용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
아마도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이런 느낌을 살려내긴 어려웠을 터.
황정민 덕분에 우리영화에도 제대로 된(물론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명탐정 캐릭터 하나 갖게 된 것 같은 흐뭇함을 물씬 느꼈다는 거.
2탄을 만든다면 아마도 더 다듬어진 명탐정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기대해본다.
아, 한가지 더 사족을 붙이면...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은 캐릭터가 몇년 몇십년을 장수하던 상관 없지만
영화에서 구축된 캐릭터는 그게 시간이 한정된다는 거.
우리가 최근에 <인디애나 존스4>를 보면서 늙은 해리슨 포드에 살짝 안타까움을 느꼈듯이.
그러니 빨리 2탄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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