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외계행성에 지구인이 도착한다면?
<플래닛 51>은 기존에 익숙했던 지구에 오는 외계인이란 설정이 아닌, 외계행성에 가는 지구인이란 역 발상을 시도하는 영화다. 그렇다면 지구인은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이며, 외계인들은 지구인(그들 입장에서는 외계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의 기본적인 플롯은 우리에게 친숙한 <E.T>와 흡사하다. 행성과 방문자를 뒤집은 발상에서 주목할 점은 감독이 아닌 각본가 '조 스틸먼'으로, 고전을 삐딱하게 해석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었던 <슈렉 1>, <슈렉 2>등에 각본가로 참여했던 그가 <플래닛 51>에서 시도한 것은 SF 장르 비틀어 보기다.
일단 시도는 흥미롭다. <E.T>의 외계인의 설정을 지구인으로 잡은 점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영화의 시간적, 정서적 배경이 미국에서 SF 장르가 유행했던 1950년대라는 점이다. 외계행성 '플래닛 51'의 도시 모습에선 그 시절의 정취가 느껴지고, 영화의 기본 구조에선 그 시절 고전적 SF의 향수가 풍긴다. 또,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변형하여 만들어낸 플래닛 51 착륙 장면은 <플래닛 51>의 명장면으로, 성조기를 꼽는 퍼포먼스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서 보여주는 자기가학적인 코미디의 재미는 꽤 쏠쏠하다.
그 외에도 <플래닛 51>은 SF 장르로 볼 적에 흥미로운 패러디가 많은데 <에이리언>의 에이리언이 플래닛 51 행성의 애완동물이라든가, <월-E> 의 주인공 월-E를 차용한 듯한 로버는 영화와 근사하게 어울린다. 게다가 뜻밖에 장면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비를 타고>나 <여인의 향기>의 패러디 장면이 주는 의외성도 있다.
그러나 <플래닛 51>은 설정의 흥미로움이나 일시적인 재미는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상당히 진부하다. 우정을 다루는 모습은 어떠한 새로운 것이 더해진 것이 없는 답습에 머물렀을 뿐이다. <슈렉>의 과감한 비틀기 후 한방이나, <드래곤 길들이기>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은 없다. 픽사의 감동을 찾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준의 이야기를 만들려는 욕심은 누구도 만족시키기 애매한, 너무나 쉽게 예상되는 수준의 이야기라는 결과다. 예상하기 힘든 것은 패러디였을 뿐이다.
*시사회를 한국어 더빙판으로 진행했는데 더빙 수준이 상당했다. 원래 언어를 더빙했던 드웨인 존슨, 저스틴 롱, 제시카 비엘, 숀 월리엄 스콧, 게리 올드만 등의 음성을 못 듣는 것은 아쉬웠지만, 국내 전문 성우들의 더빙 수준이 상당했으니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
*2010년10월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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